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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시선] 세스코 특혜의 민낯, 정부 제도는 왜 거대 독점의 방패가 되었나

정부 제도 예외 적용…세스코 독점만 더 견고해져
오너 일가 회사 매출 100% 내부거래, 사실상 ‘일감 몰아주기’
최근 5년간 1,000억 원대 사익 편취 의혹 제기
공정위 규제 사각지대 활용…“정책 실패이자 특혜의 민낯”

‘중소기업 보호’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정부 제도가 오히려 특정 기업의 독점을 강화하고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를 뒷받침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 전형적 사례가 국내 방역 시장을 장악한 세스코(CESCO)다. 이는 더 이상 단순한 제도 허점이 아니라, 국가 정책 실패의 민낯이다.

 

 

세스코는 지난해 매출 4693억 원, 영업이익 472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 대비 매출은 68%, 영업이익은 91% 폭증했다. 이미 대기업에 견줄 만큼 비대해진 세스코는 방역 시장의 80~90%를 점유하며 독점 사업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런데도 2023년 동반성장위원회가 방역소독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을 때 세스코는 ‘전문 중견기업’이라는 단 하나의 명분으로 예외 적용을 받았다. 다른 대기업의 진입은 막히고 세스코만 살아남은 결과는 명백한 정책 실패다. 정부가 영세업체 보호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독점 기업의 성을 쌓아준 꼴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구축된 독점 체제가 오너 일가의 사익 잔치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순표 명예회장에서 전찬혁 회장으로 경영 승계가 마무리되자 내부거래는 더욱 노골화됐다. 형 전찬민 대표가 운영하는 팜클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세스코에서 끌어왔고, 창업주 부인이 지분 100%를 가진 씨비티 역시 세스코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특히 2021년 설립된 세스코라이프케어는 지난해 매출의 99.8%를 세스코에 의존했다. 사실상 세스코의 사업을 떼어내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를 세운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5년간 오너 일가 회사들이 세스코로부터 챙긴 누적 매출은 1천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세스코는 자산 5조 원 미만이라는 이유로 공정거래법상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의 사각지대에 숨어 수천억 원대 일감을 몰아주며 부를 대물림하는 전형적인 구조다. 이를 두고 “정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사익편취의 교과서적 사례”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와 당국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공정위가 최근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세스코 역시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안은 특정 기업의 독점과 사익편취가 어떻게 제도의 방패 아래에서 가능해지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다. 정책 실패의 대가를 국민과 영세업체가 치르는 일이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권력에 기댄 특혜이자 구조적 부패다.

 

정부는 이제라도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는 허울 좋은 장막 뒤에서 벌어지는 독점과 사익편취의 민낯을 직시하지 못한다면, 세스코 사태는 한국 자본주의의 신뢰를 갉아먹는 대표적 실패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