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페퍼저축은행이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에 나서면서 불과 1년여 만에 자산 1조원 이상이 사라졌다. 건전성 지표는 개선됐지만, 인력 구조조정과 영업 축소가 동반되며 수익성 악화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총자산은 2조566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2724억원)과 비교해 21.47%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1분기 3조6797억원을 정점으로 감소세가 이어졌고, 약 1년 반 만에 1조1000억원 이상이 증발했다.
이 같은 추락은 단순한 부진을 넘어 구조적 조정의 결과로 풀이된다. 여신자산 감축과 수신 기피, 대규모 부실정리 등 영업 기반을 뒤흔드는 조치가 동시에 진행된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불과 두 분기 동안에만 4000억원가량의 자산이 줄었다.
인력 구조조정도 속도를 내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올 초 100여명을 내보낸 데 이어 최근 다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상반기 말 기준 임직원 수는 373명으로, 1년 전(507명)보다 134명(26.4%) 감소했다.
대출채권 매각 역시 이어졌다. 2023년 6033억원, 지난해 4951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725억원을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여신 잔액은 1년 새 8600억원 이상 줄었고, 총수신도 68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부실채권 정리 효과로 건전성은 개선됐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지난해 19.45%에서 올해 상반기 12.98%로 6.47%포인트 낮아졌다. 연체율도 같은 기간 13.07%에서 8.66%로 떨어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은 3.9%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643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314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부실자산을 털어냈음에도 영업 기반 약화와 수익 악화라는 ‘이중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