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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시선] 네이버·두나무의 ‘빅딜’, 한국 금융 주권을 지키다

스테이블코인 급성장, 원화 잠식 가속화
트럼프의 3축 전략… 디지털 금융 패권 전쟁 본격화
네이버, AI 주권 이어 통화 주권도 겨냥
라인야후의 교훈… 한국형 디지털금융 모델 절실

한국은 또다시 금융 주권의 기로에 서 있다. 글로벌 거대 디지털금융 플랫폼이 자국 시장을 잠식하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고, 이에 맞설 ‘한국형 대항마’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전격적인 협력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금융 주권을 흔드는 최대 변수다. 올해 들어 9월 28일까지 국내 5대 거래소에서 거래된 스테이블코인 규모는 약 118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대비 2.5배 늘어난 수치다. 거래대금의 절반은 해외 송금에 활용된다. 이는 원화 대신 달러 기반의 디지털 금융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뜻이며, 자본의 해외 유출 속도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이런 흐름을 기회로 삼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비트코인 ETF, 토큰증권화를 금융 패권 전략의 세 축으로 공식화했다. 디지털 금(비트코인), 통화 패권(스테이블코인), 자본시장(토큰증권)까지 모두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자칫 방심하면 한국 금융시장은 ‘달러 디지털금융’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네이버의 시선은 이 점을 정확히 겨냥한다. AI 분야에서 ‘소버린 AI(주권형 인공지능)’를 강조하듯, 금융에서도 ‘통화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해진 의장은 데이터 주권과 금융 주권을 동일 선상에 놓고 바라본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차원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근간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여기에 두나무와의 결합은 필연이었다. 네이버 혼자서는 글로벌 디지털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반대로 두나무는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블록체인·가상자산 플랫폼을 갖고 있다. ‘검색·데이터 플랫폼’과 ‘거래·블록체인 플랫폼’의 결합은 한국형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최적의 조합이다.

 

라인야후 사태는 뼈아픈 교훈이다. 일본에 라인 지배력을 내준 이후, 일본 정부는 라인을 기반으로 엔화 스테이블코인 전략을 본격화했다. 한국은 눈앞에서 기회를 놓쳤고, 일본은 아시아 시장에서 ‘엔화존’ 구상을 현실화하려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이번 협력의 배경이다.

 

디지털 금융은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이미 달러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새로운 옷을 입고 한국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규제와 보호의 명분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과 맞설 수 있는 독자 플랫폼이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빅딜은 바로 그 시험대다. 한국이 금융 주권을 스스로 지켜낼지, 아니면 또다시 패권국의 질서 속으로 흡수될지는 이제 선택의 문제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