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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시선] 신도리코, 재무 포장으로 본업 위기 가리다

적자 전환에도 자사주 매입…“주주가치”라는 허울
본업 추락 뚜렷한데 부동산 2200억 쇼핑
9000억 이익잉여금으로 화려한 재무 포장
자산 늘려도 주가는 정체…본업 회복이 유일한 해법

실적은 곤두박질치는데 자산은 늘린다. 신도리코가 보여주는 행보다. 2분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1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2200억 원대 성수동 부동산 낙찰을 동시에 진행했다. 언뜻 보면 공격적인 재무 전략 같지만, 들여다보면 본업의 위기를 화려한 ‘재무적 포장’으로 가리고 있는 모습이다.

 

 

신도리코는 여섯 번째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누적 규모는 700억 원. 이번 계약으로 지분율은 16.84%까지 올랐다. 회사는 “주주가치 제고”라고 말하지만, 자사주 소각 계획은 없다. 자사주는 결국 경영권 방어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적자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이며 주가 부양을 말하는 것은 허울 좋은 명분일 뿐이다. 실적이 무너진 상황에서 반복되는 자사주 매입은 ‘주주 환원’이 아니라 ‘경영권 지키기’에 가깝다.

 

 

올해 2분기 매출은 7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영업손실 18억 원, 순손실 146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연간 순이익 732억 원을 냈던 회사가 이제는 손실을 감당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판매 부진과 비용 증가로 본업 경쟁력이 뚜렷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경영진은 이 뼈아픈 실적 악화를 제대로 설명하기보다, 자사주 매입과 부동산 낙찰이라는 화려한 재무 이벤트로 위기를 가리고 있다.

 

지난 8월 성수동 토지·건물을 2202억 원에 낙찰받았다. 사옥 확장이나 임대 수익 창출을 내세웠지만, 본업이 적자로 전환한 국면에서의 부동산 쇼핑은 설득력이 약하다. 물론 9000억 원이 넘는 이익잉여금과 1조 원대 자산총액 덕에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 그러나 자산을 불리는 능력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기업 가치는 결국 본업 성과에서 나온다.

 

신도리코의 행보는 ‘자산 쇼핑 중독’에 가깝다. 자사주 매입으로 경영권을 다지고, 부동산 매입으로 장부를 채운다. 하지만 이런 숫자의 장식이 본업 부진을 가려줄 수는 없다. 주가는 냉정하다. 자사주 매입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4만 원대 중반에서 정체돼 있다. 시장은 이미 ‘재무적 포장’보다 ‘실적의 현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결국 본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신도리코가 지금처럼 자산 쇼핑으로 위기를 덮는다면, 언젠가 그 가림막은 벗겨지고 더 큰 불신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