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광주가 또다시 ‘홀대론’에 분노했다.
국가가 약속한 AI컴퓨팅센터 유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지역 정치권과 시민 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오늘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이를 두고 광주 지역 국회의원들과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 간의 극히 이례적인 긴급 간담회가 열렸다.
“AI컴퓨팅센터 빠진 광주, 시민들에 송구하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했다.
“대통령께서 직접 보고받으시고, 광주 시민들께 송구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바로 광주의원들을 만나보라’는 지시를 받고 오늘 자리에 왔습니다.”
이어 “광주에 대한 대통령의 미래산업 육성 의지는 분명하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국가 AI 정책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국가AI컴퓨팅센터’가 타 지역으로 선회되었다는 발표 이후 처음으로 나온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이다.
■ 왜 광주가 분노했는가?
광주는 2019년부터 ‘인공지능 중심도시’를 기치로 내걸고 AI 산업 생태계를 전략적으로 구축해 왔다. 정부는 AI 집적단지(첨단지구)를 조성하고, 5년간 4,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 3차 공모에서 삼성SDS 컨소시엄이 전남 해남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 부지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안을 제출했다.
이로 인해 광주는 유치에서 사실상 탈락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지역사회는 깊은 실망감과 허탈감을 드러냈다.
지역 시민단체와 IT업계는 “지방 분산이라는 국가균형발전 기조에 반한다”, “수년간 AI도시로 준비한 광주를 배신한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광주에 대한 약속, 구체적으로 지켜달라”
이날 간담회에서 광주 지역 의원들은 유감 표명이나 대체 사업이 아닌 ‘구체적인 약속 이행’을 강하게 요구했다.
의원들은 특히 ▲‘광주 AI 시범도시’ 지정의 공식화 ▲국가 AI데이터센터의 단계적 확대와 슈퍼컴퓨터 고도화 ▲국가 AI연구소(가칭) 설립 ▲AI반도체 실증센터 유치 ▲광주를 ‘미래 모빌리티 특화도시’로 지정할 것을 대통령실에 촉구했다.
이 같은 요구는 단지 산업 인프라 확보의 차원을 넘어, 광주의 청년 일자리 창출, 첨단 기업 유치, 지역경제 회생과 직결된 ‘지역의 생존 문제’라는 점에서 절실하다는 입장이었다.
한 광주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광주는 ‘중앙의 말만 믿고 준비한 도시’였습니다. 이번 결정이 그냥 넘어가면, 지역은 중앙을 믿지 않게 될 겁니다.”
■ "AI 중심도시 광주, 철회할 수 없는 약속"
우상호 수석은 이에 대해 “광주의 제안은 모두 기록하고 대통령께 직접 보고드릴 것이며, 실질적인 대안도 함께 제시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AI 산업은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한 만큼, 광주가 다른 핵심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번 사안이 대통령께도 깊은 책임감으로 다가왔다”고 강조하며, 광주가 AI를 넘어 대한민국 미래산업의 상징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광주, 또다시 시험대에 서다
광주는 산업·정치적으로 수차례 '배제와 차별'을 경험해온 지역이다.
이번 AI컴퓨팅센터 유치 무산은 기술 인프라 손실을 넘어, 지역 자존심과 정치적 신뢰의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광주를 AI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며 수차례 공약을 발표했고, 지역은 이를 믿고 기업 유치, 부지 확보, 정책 연계까지 준비해왔다.
그 기대가 무너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행정 결정을 넘어 정치적 시험대가 되었다.
■ 향후 어떻게 풀릴까?
정치권 안팎에서는 향후 AI반도체 실증센터 유치, 광주 모빌리티 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광주에는 이미 국내 최대 규모의 AI데이터센터 기반이 구축되어 있어, 이를 확장·고도화해 ‘사실상 제2의 컴퓨팅센터’ 기능을 수행하게 할 가능성도 제시된다.
하지만 핵심은 '말이 아닌 실행'이라는 게 지역의 입장이다.
이제 남은 것은 대통령실이 어떤 속도와 방식으로 신뢰 회복의 답을 내놓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