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구본걸 LF그룹 회장의 장남 구성모 씨가 개인회사 성격의 LF디앤엘을 전면에 세워 그룹 지배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알짜 계열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으면서도 상단 지배구조를 비상장사를 통해 장악하는 방식으로 승계 작업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F디앤엘은 10월 15일부터 22일까지 LF 보통주 8만1636주를 장내 매입했다. 이번 매집으로 LF디앤엘의 지분율은 12.92%에서 13.20%로 상승했다. 최대주주인 구본걸 회장(19.11%)과의 격차도 5%대까지 좁혀지며 명확한 2대 주주 위치를 굳혔다.
LF디앤엘은 구성모 씨가 지분 91.58%를 보유한 비상장사다. 2022년 LF네트웍스 조경사업부가 인적분할되며 탄생한 회사로, 당시 LF네트웍스가 갖고 있던 LF 지분 6.18%(180만6000주)를 통째로 승계하면서 단숨에 LF의 주요 주주로 떠올랐다. 이후 구 회장 일가가 보유 지분을 장남에게 몰아주면서 승계용 지주 역할을 맡게 됐다.
LF디앤엘은 설립 이후 매년 LF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2022년 18만1823주, 2023년 126만6677주, 2024년 24만4500주, 2025년 35만9236주 등 현재까지 약 322억 원을 투입해 7%포인트 이상 지분을 끌어올렸고, 구성모 씨 개인 명의 지분까지 더하면 직·간접 지배력은 15%를 웃도는 수준이다.
자금 조달 창구는 주로 차입이었다. LF디앤엘은 연간 영업이익이 수억 원에 불과하고 보유 현금도 28억 원(2024년 말 기준) 수준이라 자체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 대신 구본걸 회장이 담보 없이 181억 원을 대여해 뒷배를 자처했다. 여기에 LF 주식 담보대출·증자·배당 재활용 등을 더해 지분 확보 자금을 마련했다.
한편 구성모 씨는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 코스를 밟고 있다. 삼일PwC와 라자드코리아를 거친 뒤 LF 신규사업팀에 합류했고, MBA 과정을 위해 잠시 물러났다. 최근에는 코람코자산운용에서 시니어 매니저로 근무했는데, 인턴 형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람코는 LF가 2019년 편입한 부동산 금융 계열사 그룹으로, LF 그룹 내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은 사업군으로 꼽힌다. 지난해 영업수익 372억 원, 영업이익 9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31% 고성장을 보였다.
재계에서는 LF 승계의 무게추가 패션에서 부동산 금융으로 이동하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장자 승계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구성모 씨가 비상장사를 지렛대 삼아 LF 지배력을 이미 확보했다”며 “앞으로 경영 성과를 입증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