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5.1℃
  • 맑음강릉 9.8℃
  • 맑음서울 5.5℃
  • 맑음대전 6.0℃
  • 맑음대구 9.6℃
  • 맑음울산 9.0℃
  • 맑음광주 9.3℃
  • 맑음부산 9.9℃
  • 맑음고창 8.4℃
  • 구름많음제주 14.7℃
  • 맑음강화 6.2℃
  • 맑음보은 4.1℃
  • 맑음금산 4.2℃
  • 맑음강진군 10.9℃
  • 맑음경주시 9.7℃
  • 맑음거제 10.6℃
기상청 제공

미·중 통상전쟁에 한국 ‘유탄’ 우려…중간재 수출입 비중 G7 제치고 1위

수출입 비중 G7 제치고 1위
무역 의존도 높고 산업 편중 심화
반도체·이차전지 중심 구조적 취약성
미·중 공급망 충돌 땐 생산 차질 불가피
경총 “시장 다변화·기술 자립 시급”

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한국의 중간재 수출입 비중이 주요 7개국(G7)을 모두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데다 산업 구조가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집중된 상황에서 미·중 통상 갈등이 격화될 경우 한국 경제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9일 발표한 ‘우리나라 중간재 수출입 집중도 국제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 비중은 67.6%, 수입 비중은 50.5%로 조사됐다. 이는 미국(수출 53.6%), 독일(수입 48.9%) 등 G7 국가보다 모두 높은 수준이다.

 

G7 국가들이 자동차, 의약품 등 최종재나 석유와 같은 1차 산품 수출 비중이 높은 반면, 한국은 반도체·이차전지·석유제품 등 중간재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소재와 부품을 수입해 이를 가공·조립해 수출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어서 외부 공급망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 5년간 중간재 수출입 품목의 집중도도 크게 높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간재 수출 품목 집중도는 2019년 340포인트에서 올해 419포인트로, 수입 품목 집중도는 같은 기간 210포인트에서 300포인트로 증가했다. 품목 집중도가 높을수록 특정 산업에 교역이 쏠려 있다는 의미다.

 

수출 중간재 품목별 비중은 메모리 반도체(15.6%), 프로세서·컨트롤러(7.8%), 석유제품(7.5%) 등이 가장 컸다. 수입에서도 프로세서·컨트롤러(10.2%), 천연가스(9.2%), 메모리(6.3%) 등 반도체 관련 품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중앙처리장치(CPU)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프로세서·컨트롤러의 수입 비중은 5년 새 3.9%포인트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가 미·중 갈등 심화 국면에서 한국의 경제적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반도체 장비·첨단소재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중국은 희토류나 흑연 등 전략물자를 무기화하는 등 양국 간 무역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두 나라 모두와 중간재 교역 비중이 높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통상 규제 강화에도 생산 차질이나 수출 감소 등 피해를 피하기 어렵다.

 

경총 하상우 경제조사본부장은 “한국의 산업 구조가 글로벌 공급망의 변동성에 지나치게 노출돼 있다”며 “수출시장과 수입선 다변화, 핵심 기술 확보, 국내 생산기반 강화 등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한국은 이제 단순한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미·중 양국 사이의 중간 공급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될수록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결국 한국이 미·중 무역 전쟁의 변동성 속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중간재 중심의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핵심 기술 자립을 강화하는 중장기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