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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시선] 구자은의 ‘중복상장 드라이브’, LS 주주가치를 훼손하다

“주주가치 훼손 없다”던 약속, 불과 몇 달 만에 뒤집혀
구자은 회장 발언에 ‘오너 리스크’ 재점화
상법 개정 취지 거스른 ‘중복상장’ 강행, 시장 반응 싸늘
명노현 부회장의 소통 약속, 결국 공허한 말로 끝나나

LS그룹이 또다시 ‘오너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섰다. 구자은 회장이 미국 계열사 에식스솔루션즈의 기업공개(IPO)를 강행하면서, “주주가치를 스스로 훼손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상법 개정 이후 대기업발 중복상장 첫 사례인 만큼, 재계 전반이 “최악의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논란의 파장은 LS가 이미 ‘주주와의 소통’을 공식 약속했다는 점에서 더 크다. 지난 3월 서울 용산 LS타워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명노현 ㈜LS 부회장은 “IPO 추진 시 주주 및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주주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그간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도 인정하며 변화의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중복상장 강행’으로 돌아선 LS의 행보는, 그 약속이 주주 달래기용 ‘립서비스’에 불과했다는 인식을 굳히게 했다. 결국 명 부회장의 말은 “주주와 시장을 살피겠다”가 아니라 “오너의 뜻을 살피겠다”로 해석되고 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지난 7일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이는 상법 개정 후 첫 대기업발 중복상장 시도다. 상법 개정의 핵심 취지는 ‘주주 충실 의무 강화’였다. 즉, 핵심 자산을 자회사로 이전해 별도 상장시키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쪼개기 상장으로 우량주가 껍데기 주식이 되는 일을 막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LS의 행보는 개정 상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중복상장 규제는 주주 보호의 최소한의 장치”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단순한 정책 논평을 넘어, 대기업 오너 중심 경영에 대한 경고 신호로 읽힌다.

 

시장 내 불신을 키운 것은 구자은 회장의 냉소적 발언이었다. 그는 올해 초 “중복상장이 문제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한마디는 곧장 “주주 무시 발언”으로 확산됐다.

 

기업 경영의 기본은 ‘주주 신뢰’다. 그러나 구 회장은 ‘오너 의지’를 앞세워 이를 가볍게 여겼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는 LS 특유의 가족경영식 의사결정 구조가 드러난 사례로 평가된다.

 

LS그룹은 “에식스솔루션즈는 연결 기준 실적 비중이 5%도 안 되는 해외 법인으로, 독립적 자금조달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비중이 작다면 IPO 명분이 약하다는 뜻”이라며 “그룹의 핵심 기술이나 성장동력을 자회사로 분리해 상장시키는 순간, 모회사의 지분가치는 필연적으로 희석된다”고 지적한다.

 

이는 곧 주주가치의 체계적 훼손으로 이어진다. 특히 SK·한화·HD현대 등 주요 그룹이 같은 이유로 IPO를 철회하거나 연기한 상황에서, LS만이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은 구 회장의 독단적 리더십이 낳은 무리수라는 평가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상장을 중복상장 사례로 보고 65영업일의 엄격한 심사 기간을 설정했다. 이는 “시장 우려를 외면한 결정에 대한 제도적 경고”로 해석된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중복상장은 지배구조 취약성과 주주환원 미흡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LS가 상법 개정의 정신을 무시하고 단기 자금조달 논리만 앞세운다면, 이는 오너 경영 신뢰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명노현 부회장이 약속했던 “주주 가치 훼손 없는 IPO”는 이제 검증의 무대 위에 올랐다. LS가 진정으로 ‘주주와의 소통’을 중시한다면, 지금이라도 상장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논란은 “구자은 리스크의 재현”이자 “LS 신뢰의 파산선언”으로 기록될 것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자금이 아니라 태도다. 주주를 ‘투자자’가 아닌 ‘관찰자’로 여기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LS의 ‘가치’도 ‘신뢰’도 다시는 회복되기 어렵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