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슬레이트 지붕철거 지원사업은 국민건강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2011년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국고지원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이 관련업무를 수행하다 2017년부터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위탁을 통해 지원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업을 주도하는 곳은 지자체이다. 그러다 보니 민간위탁 사업자 선정 과정이 제각각이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심하다 싶을 정도로 불필요한 조건을 내걸어 원성을 사고 있다. 이는 특정 대행기관을 염두에 둔 맞춤형 공고이자, 공정성을 빙자한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 민간위탁 사업자 공모에 들어간 경남 남해군 공고(제2025-1820호)를 보면 사업량과 사업비는 과거 공고 때보다 줄어들었지만 선정기준은 더 까다로워졌다. 최근 3년간 위탁협약실적과 지원사업 실적에서 만점 기준을 2배로 늘렸기 때문이다.
강원도 영월군의 위탁사업자 선정 공고도 마찬가지다. 2023년과 2025년의 공고문을 비교해 보니 사업물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자격요건은 더 까다롭게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일부 지자체의 민간위탁 사업자 모집공고를 보면, '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정량평가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 최근 공고절차를 거처 민간위탁자를 선정한 충북 영동군의 공모 내용도 공정한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전년도 공고와 비교했을 때 공정한 경쟁이라고 할 수 없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사업을 진행한 최근 3년간 사업 물량은 총 1032동이었다. 그런데 올해 위탁사업자 공고에는 6000동 이상 사업 실적에 가점을 주는 것으로 명시했다. 3년 전인 2022년 공고 때는 3000동 이상이면 평가점수 만점이었다.
또한 감리인력도 5명 보유시 만점이었지만 이번엔 15명을 보유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조건을 명시한 것은 사전 염두에 둔 곳에 만점을 주기 위한 꼼수이자, 다른 응찰자 점수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영동군은 최종 입찰자를 특정협회로 선정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하지만 지자체로선 '우리 사업 우리 맘대로 한다는데 누가 딴지를 거냐'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올해 1월 진행된 충북 진천군의 사업자 선정 공모도 구설수에 올랐다. 올해 진천군 슬레이트 처리지원사업은 총 152동이었다. 슬레이트 처리지원 137동(주택 119동, 비주택 18동)과 지붕개량 지원 15동이었다.
물량이 크지 않아 감독관 1명이 관리감독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감독관 여러 명 보유에 따라 배점을 달리하거나, 심지어 차랑보유 대수에 따라 점수를 차등 적용하기도 했다.
위탁사업자 공모는 공정한 절차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 처음부터 특정한 곳을 염두에 두고, 나머지는 들러리를 서거나 참여조차 할 수 없다면 공정한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부 지자체의 위탁사업자 공고문을 보면 배점이나 평가기준이 까다로워 특정 위탁사업자 맞춤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사업비를 배분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자체 소관이라며 이에 대한 관리 감독에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슬레이트 위탁사업자 공모를 하면서 공정하지 못하게 진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공정한 입찰을 통해 능력있는 위탁사업자가 선정되도록 참여기회를 주고, 불필요한 조건제시나 심사기준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