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0℃
  • 흐림강릉 2.8℃
  • 흐림서울 4.3℃
  • 구름조금대전 5.4℃
  • 구름많음대구 3.8℃
  • 울산 3.8℃
  • 맑음광주 6.1℃
  • 맑음부산 5.2℃
  • 맑음고창 2.4℃
  • 맑음제주 11.8℃
  • 흐림강화 3.5℃
  • 구름많음보은 4.3℃
  • 구름조금금산 1.2℃
  • 맑음강진군 7.4℃
  • 구름많음경주시 3.3℃
  • 구름조금거제 6.0℃
기상청 제공

[신간] ‘저기’를 통해 다시 발견하는 ‘여기’의 의미, '철학으로의 초대'

- 일상과 낯섦 사이에서 철학이 깨어나는 순간

지이코노미 방제일 기자 | 달에 처음 착륙한 우주비행사들이 깨달은 것은 달의 신비가 아니라 지구의 아름다움이라는 말이 있다. 여행의 목적 또한 결국 새로운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여정을 통해 출발 지점을 다시 바라보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쿠바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카리브해는 잠깐의 감흥을 주는 대상이다. 하지만 며칠만 지나도 그 바다는 통영 앞바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의 풍경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제야 깨닫게 된다. 진정으로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은 그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는 어민들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낯선 환경에 직면해야만, 무감각해진 익숙함을 다시 돌아보곤 한다. 일탈을 통해 비로소 보이는 일상처럼, ‘저기’를 향한 여정에서 결국 마주해야 할 곳은 다시 돌아올 ‘여기’인지도 모른다. 그런 노마드를 경험해 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때로 ‘여기’를 과감히 떠나볼 필요가 있다.

 

사유 또한 마찬가지다. 관성과 타성으로 굳어진 체계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그 체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뜻밖의 관점이 찾아온다. 자신이 디디고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한 걸음 멀어져 보라. 그곳에서 우리의 내일이 다시 ‘여기’의 형태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터이다.

 

니체가 이끄는 노마드적 사유의 여정

 

저자 민이언은 이를 니체의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네가 이 도시를 떠났을 때, 비로소 도시의 탑들이 얼마나 높이 솟아 있었는가를 알게 될 것이다.”

 

동양학을 전공한 저자는 동네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 든 니체의 잠언집을 계기로 서양철학이라는 또 다른 노마드의 길에 들어섰다. 10여 년 동안 서양의 거의 모든 사유를 두루 살펴본 감응은 양가적이다. 치밀한 논리 체계는 경이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철학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과 비슷한 마음이 든다. 삶과의 연결을 고민하는 문제는 동양과 서양을 가를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哲學, Philosophy. 니체는 삶의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인 철학이 오히려 삶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탄식했다. 그의 말처럼, 진리가 우리의 살을 베어낼 만큼 강렬하게 다가오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을 진리로 체험하지 못한다. 그 말조차도 삶 속에서 검증되지 않는다면 철학의 범주에 속할 수 없다. 결국 철학은 철학자의 말을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말이 지닌 의미를 삶으로 부딪혀 증명해 내는 과정까지를 포함한다.

 

어려운 개념을 해독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외우는 일보다 절실한 것은, 철학이 실제 삶으로 이어지고 있는가의 문제다. 그들이 무엇을 말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왜 그것을 말했는가를 묻는 일이다. 그리고 스스로 그 대답을 살아내는 것. 그런 삶의 태도 자체가 이미 철학이다.

 

이 책은 독자가 책을 덮을 즈음, 조금 더 입체적이고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되었다. 삶의 순간순간 한 번쯤 곱씹어 볼 만한 철학적 사유를 담아낸 해석의 여정이기도 하다.

 

  • 저자 민이언

  • 출판 미드나잇인

  • 발행 202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