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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시선] 광신건설 하도급 갑질, 침묵한 국가…이재명 대통령은 답해야 한다

하청업체 부도·신용불량…‘보이지 않는 살인’이 된 하도급 갑질
본지 7차례 경고에도 공정위·노동부·국토부는 무대응
“소송 중이라 조사 불가” 감독기관이 책임을 포기했다
이제는 민사 분쟁이 아니다…대통령이 답해야 할 국가적 사안

사람은 공사 현장에서만 죽지 않는다. 돈이 끊기고, 신용이 무너지고, 다시는 일할 수 없게 될 때도 한 사람의 삶은 사실상 끝난다. 하도급 갑질은 그런 방식의 ‘보이지 않는 살인’이다.

 

 

광신건설을 둘러싼 하도급 갑질 논란은 더 이상 개별 기업 간 분쟁의 영역이 아니다. 원청의 우월적 지위 남용, 행정기관의 무대응, 제도의 방기가 겹치며 한 하청업체를 사회적으로 제거한 구조적 사건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가는 끝내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 국가에 보내진 7번의 경고, 그러나 응답은 없었다

 

본지는 올해에만 광신건설의 하도급 갑질 실태를 7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수년째 지급되지 않은 공사대금, 기성금의 ‘대여금’ 둔갑, 반복되는 재입찰과 정산 축소, 벌금 전가, 현장 내 압박과 폭언까지. 보도의 요지는 명확했다. 이 사안은 이미 회복 불가능한 피해로 치닫고 있으며, 국가 개입이 없다면 하청업체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였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어디에서도 실질적인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니라, 명백한 구조적 무대응이었다.

 

◇ “소송 중이라 조사 불가”…국가는 문을 닫았다

 

피해 하청업체는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직접 조사를 요청했다. 하도급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마지막 호소였다. 돌아온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이미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공정위 차원의 조사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도급 갑질을 감독해야 할 주무기관이, 소송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손을 놓은 것이다. 원청의 대금 미지급과 정산 왜곡이 분쟁으로 비화되자, 행정은 법원을 핑계로 물러섰고, 피해자는 자금과 인력, 시간조차 없는 상태로 법정에 내몰렸다.

 

국가는 사실상 이렇게 말한 셈이다. “버틸 수 있으면 소송으로 싸워라. 버티지 못하면 무너져도 어쩔 수 없다.”

 

◇ 부도와 신용불량, 그리고 완전히 기울어진 싸움

 

그 결과 하청업체 대영건업은 부도 위기에 몰렸고, 대표와 직원들은 신용불량자가 됐다. 거래는 끊겼고, 현장은 다시 설 수 없게 됐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이 이제 법적으로 대응할 최소한의 여력조차 잃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광신건설은 사과나 해결 대신 소송을 선택했다. 체불 대금은 외면한 채, 오히려 “받을 돈이 있다”며 하청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본지에는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손해배상·명예훼손 소송까지 예고했다.

 

이는 정당한 권리 행사가 아니라, 자금력 없는 상대에게 소송을 무기로 휘두르는 전형적인 보복성 갑질이다. 이 상황에서 국가가 침묵한다면, 그것은 중립이 아니라 방조다.

 

◇ 이것은 민사 분쟁이 아니다

 

광신건설은 말한다. “법대로 하자”고.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다. 하도급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우월적 지위를 가진 원청이 하청업체의 생존을 볼모로 삼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고의적 대금 미지급, 정산 구조 왜곡, 보복성 소송이 이어지는 이 사안을 단순 민사 분쟁으로 축소하는 순간, 법은 약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포기하게 된다. 하도급 갑질은 기업과 사람을 서서히 죽이는 구조적 폭력이다.

 

◇ 이제는 대통령이 답해야 할 차례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정’과 ‘약자의 편’을 국정의 핵심 가치로 내세워 왔다. 그렇다면 광신건설 사태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시험대다. 이 사건은 개별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국가가 개입하지 않을 경우 하도급 갑질이 어디까지 폭주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장이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 현장의 즉각적인 죽음을 막기 위한 제도라면, 고의적 대금 미지급과 보복성 소송 역시 그에 준하는 국가 개입과 처벌이 필요하다. 삶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행위를 계속 ‘민사 문제’로만 방치한다면, 다음 피해자는 반드시 또 생긴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관계 부처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 지시, 광신건설에 대한 강력한 행정·사법적 조치, 그리고 “하도급 갑질은 중대 범죄”라는 분명한 국가 메시지가 필요하다.

 

본지는 일곱 번이나 경고했다. 이제는 국가가 응답할 차례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