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체결했던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이 결국 해지됐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미국 정책 환경 변화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전동화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17일 공시를 통해 포드와 맺은 배터리 공급 계약 가운데 약 9조6000억원 규모의 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해지 금액은 9조6030억원으로, 이는 LG에너지솔루션 최근 매출의 약 28.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양사는 지난해 10월 두 건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계약 내용은 2027년부터 6년간 75기가와트시(GWh), 2026년부터 5년간 34GWh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이었으며, 모두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었다. 이 가운데 포드는 2027년 이후 공급 예정이던 75GWh 규모 계약을 취소했다. 다만 내년부터 시작되는 34GWh 계약은 유지된다.
이번 계약 해지는 포드의 전기차 사업 전략 수정과 맞물려 있다.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구매 시 적용되던 세액공제 혜택을 축소·폐지하면서 수익성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포드는 전기차 비중을 줄이고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차량,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실제 포드는 ‘F-150 라이트닝’ 등 핵심 전기차 모델의 생산 중단을 결정했으며, SK온과 추진하던 전기차 배터리 합작 사업 역시 최근 중단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객사의 전동화 전략 변경으로 특정 차량 모델 개발이 중단되면서 일부 물량의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며 “다만 고객사와의 중장기 협력 관계는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계약 해지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투자 속도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배터리 업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