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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시선] 대신증권 소비자보호 낙제, 경영진은 무엇을 했나

‘미흡’ 성적표가 드러낸 최고경영진의 책임
형식만 남은 내부통제, 결단은 없었다
소비자보호 외친 경영, 현장에선 실종
금감원이 겨눈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리더십

대신증권(대표이사 오익근)의 소비자보호는 왜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을까.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대신증권은 종합등급 ‘미흡’을 받으며 사실상 최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단순한 실무 부서의 관리 실패가 아니다. 소비자보호를 경영의 핵심 가치로 만들지 못한 최고경영진의 책임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다.

 

 

이번 평가는 제도가 아니라 경영 판단을 들여다봤다. 금감원은 최고소비자책임자(CCO)의 독립성, 내부통제위원회의 실질적 운영 여부, 성과평가(KPI)에 소비자보호 요소가 실제로 반영됐는지를 집중 점검했다. 규정이 있는지가 아니라, 소비자 보호가 경영진의 의사결정에서 우선순위를 가졌는지를 물은 것이다.

 

대신증권의 성적표는 냉정했다. ‘미흡’. 내부통제는 존재했지만, 경영 판단과 영업 현장에서 제동장치로 작동하지 않았다. 소비자보호는 선언과 보고서 속 문구로 남았을 뿐, 수익성과 충돌하는 순간 선택의 기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 대목에서 책임은 분명해진다. 내부통제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관리 실패이기 이전에 경영 실패다. 소비자보호가 KPI에 반영됐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영업 현장에서 ‘멈춤’을 선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 뼈아픈 지점은 대신증권이 그간 스스로를 ‘소비자 중심 경영’을 강조해온 금융사로 포지셔닝해왔다는 점이다. 불완전판매 건수 관리, 설명의무 준수 여부를 평가 지표로 삼고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감독당국의 평가는 정반대였다. 기준은 있었으나, 경영진의 결단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평가는 대신증권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증권사 5곳 중 4곳이 ‘미흡’ 등급을 받았고, NH투자증권·유안타증권·삼성증권 등도 낮은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가 문제’라는 사실이 개별 금융사의 책임을 덜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업계 전반에 만연한 경영 관행의 민낯을 보여줄 뿐이다.

 

금감원은 이번 평가에서 불완전판매 이력, 제재 여부, 대규모 투자자 피해 사례를 종합적으로 반영했다. 민원 숫자 관리나 사후 수습으로는 더 이상 평가를 통과할 수 없는 구조다. 소비자보호는 이제 부서 단위의 관리 항목이 아니라, 최고경영진의 리더십을 가늠하는 잣대가 됐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소비자보호가 영업 실적과 충돌했을 때, 대신증권의 경영진은 어떤 선택을 해왔는가. 내부통제의 경고가 실제로 멈춤 버튼으로 작동했는지, 아니면 수익 앞에서 묵살됐는지가 이번 ‘미흡’ 등급의 본질이다.

 

금감원은 ‘미흡’ 등급 금융회사에 대해 개선계획 제출과 이행 점검, 필요 시 경영진 면담까지 예고했다. 이제 남은 것은 말이 아니라 선택이다. 대신증권의 경영진이 소비자보호를 진짜 경영의 중심으로 끌어올릴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또다시 평가 대응용 처방으로 시간을 벌 것인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소비자보호는 실무자의 몫이 아니다. 최종 책임은 언제나 경영진에게 있다. 이번 평가 결과는 대신증권에 던진 경고이자, 증권업계 전체를 향한 질문이다. 다음 성적표에서도 같은 결과가 반복된다면, 그 책임은 더 이상 현장이나 제도 탓으로 돌릴 수 없게 된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