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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8.4조 채무보증을 ‘미국 투자’로 포장…미 제련소 명분 뒤엔 경영권 방어 논란

영풍, 저리 자금 주장과 달리 연 6%대 금리…국내 조달보다 훨씬 비싸
영풍, 미 제련소 명분 뒤 제3자 유상증자…경영권 방어 논란 본질은 가려져
고려아연 “미국 정부 요청 따른 전략 사업…채무보증은 통상적 구조”
고려아연, 적대적 M&A 공세가 본질 왜곡…경영권 논란 선 긋기

지이코노미 유주언 기자 | 미국 제련소 건설을 둘러싼 고려아연의 자금 조달을 놓고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가 “8조 원대 채무보증을 ‘미국의 투자’로 왜곡하며 경영권 방어용 유상증자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고려아연 측은 “미국 정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따른 정상적 투자”라고 맞서며, 논쟁은 자금 구조의 실체와 주주가치 훼손 여부로 옮겨붙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미국 제련소 건설 자체나 한미 협력을 반대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의 핵심은 해당 사업을 명분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이들이 공개한 자금 구조에 따르면, 미국 정부와 전략적 투자자(SI)가 출자하는 금액은 약 6억 달러 수준에 그친다. 반면 미국 정부로부터 조달되는 12억5000만 달러는 상환 의무가 있는 차입금이며, 여기에 미국 현지 법인이 조달하는 46억9800만 달러(약 7조 원) 역시 장기 신디케이트론이다.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2040년까지 총 8조3900억 원에 달하는 채무보증을 제공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영풍·MBK 측은 “전액 채무보증이 수반된 차입은 회계·재무적으로 사실상 보증 제공 회사가 직접 빚을 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이를 ‘미국의 투자’로 설명하는 것은 자금 부담의 본질을 흐리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자금 조달 비용을 둘러싼 공방도 거세다. 최윤범 회장 측은 해당 신디케이트론이 “미 국채 10년물 금리에 175bp를 더한 저리 자금”이라고 설명하지만, 영풍·MBK는 국내 조달 사례와 비교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한다.


고려아연은 최근 국내 시장에서 3년물과 5년물 회사채를 각각 3% 초반대 금리로 발행해 왔다. 이에 비해 미국 신디케이트론의 평균 금리는 약 6% 수준으로, 국내 조달 대비 2~3%포인트 이상 높은 비용이라는 것이다. 전액 실행될 경우 연간 이자 비용만 약 4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영풍·MBK는 “동일 금액을 국내에서 조달했을 경우보다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를 ‘특혜 금융’이나 ‘저리 자금’으로 설명하는 것은 금융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쟁점은 정보 공개의 범위다. 영풍·MBK는 합작법인(JV)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10%를 확보하는 구조임에도, 지분 구조·비용 부담·수익 배분 방식이 충분히 공시되지 않았다고 문제 삼는다.


특히 미국 전쟁부에 대한 신주인수권 부여 여부, 현지 제련소 운영법인과 JV 간 주요 계약 조건 등 핵심 사안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경영권 방어 목적의 유상증자를 정당화하기 위해 재무 현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시도는 주주와 시장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미국 제련소 건설은 미국 정부의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정책과 고려아연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이해가 맞물린 전략적 사업”이라며 “해외 법인 차입에 대해 모회사가 채무보증을 제공하는 것은 다수의 해외 투자 사례에서 확인되는 일반적인 구조”라고 반박했다. 또 “미국 정부와 주요 전략적 투자자가 함께 참여해 사업 안정성이 높고, 리스크와 채무보증 위험도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라고 밝혔다.

 

영풍·MBK는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미국 제련소 건설이나 한미 협력 자체가 아니라,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설계된 유상증자 구조가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적대적 M&A를 노린 왜곡된 공세가 오히려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을 해칠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미국 제련소를 둘러싼 논쟁은 이제 ‘국가 전략 사업’과 ‘지배구조 문제’ 사이의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지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