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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숙의 부동산 인사이드] 자녀 증여를 위한 ‘신설 법인’ 전략의 현실

부동산은 그대로, 자산의 흐름만 바꿨다
증여·상속의 한계를 넘는 신설 법인 전략
세금이 아닌 구조가 승계를 결정한다
넘기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시간이다

“건물은 아직 팔 생각이 없고, 아이에게 미리 자산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최근 고액 자산가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특히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경우, ‘어떻게 넘길 것인가’보다 ‘어떻게 부담을 줄일 것인가’가 더 큰 고민이 된다. 이유는 분명하다. 부동산을 직접 증여하는 순간, 세금이 자산의 절반 가까이를 잠식하기 때문이다.

 

 

■왜 부동산 증여는 늘 문제로 이어질까

 

부동산을 무상 이전하면 증여세와 취득세가 동시에 부과된다. 문제는 세율이 아니라 구조다. 수증자인 자녀에게 세금을 낼 현금이 없는 경우, 부모가 대신 납부하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세법상 ‘추가 증여’로 간주된다. 세금을 내기 위해 낸 돈이 다시 과세 대상이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보자. 시가 100억 원 상당의 상가 건물을 성년 자녀에게 직접 증여할 경우, 증여세 약 45억 원에 더해 부모가 대신 낸 세금에 대한 추가 증여세까지 포함하면 총 부담은 약 7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취득세 등 부대비용까지 더해진다. “증여를 했더니 자산이 줄어들었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이유다.

 

상속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자산가는 “차라리 상속이 낫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상속 역시 구조는 비슷하다. 증여세율과 상속세율은 동일하고, 차이는 공제 항목에 있다. 배우자 공제, 일괄 공제, 금융재산 공제 등이 적용되지만, 고액 부동산 자산의 경우에도 전체 재산의 40~50%가 세금과 비용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핵심 문제는 하나다. 세금을 낼 현금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 그래서 선택되는 ‘신설 법인’ 전략

 

최근 자산가들이 선택하는 해법은 부동산 자체를 넘기지 않는 방식이다. 대신, 앞으로 늘어날 자산의 몫을 자녀에게 귀속시키는 구조를 설계한다. 그 수단이 바로 ‘신설 법인’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명확하다. 부동산은 그대로 두고, 법인을 새로 만들어 미래의 자산 증가분을 자녀에게 배정하는 것이다. 과거의 자산이 아니라, 앞으로 생길 자산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사례: 자산의 ‘증가분’을 옮기다

 

60대 건물주 A씨는 시가 100억 원 상당의 상가 건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장 증여나 상속을 선택하면 과도한 세금 부담이 발생한다고 판단한 그는 다음과 같은 구조를 택했다.

 

첫째, 신설 법인을 설립했다. 둘째, 법인 자본금 출자를 자녀 명의로 진행했다. 셋째, 자녀의 자금 출처가 부족한 부분은 부모가 현금으로 증여했다.

넷째, 부모의 법인 지분은 최소화했다. 다섯째, 향후 투자와 사업은 법인을 통해 진행하도록 설계했다.

 

이 구조의 핵심은 간단하다. 기존 상가 건물은 그대로 유지하되, 앞으로 발생하는 투자 수익과 자산 증가분은 법인을 통해 자녀에게 축적되도록 만든 것이다. ‘자산을 넘겼다’기보다 ‘자산이 자랄 자리를 만들어준’ 셈이다.

 

■왜 현금 증여가 상대적으로 유리한가

 

이 과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자금을 이전해야 하는 상황은 불가피하다. 이때 부동산보다 현금 증여가 훨씬 유리한 경우가 많다. 현금은 세금 납부에 즉시 활용할 수 있고, 취득세 부담이 없으며, 증여 구조가 명확하다.

 

그래서 최근 자산 승계 설계의 흐름은 이렇다.

“부동산은 움직이지 않고, 필요한 만큼의 현금만 단계적으로 이전한다.”

 

■ 법인 설계, 반드시 점검해야 할 지점

 

물론 신설 법인이 만능 해법은 아니다. 대표이사는 소득과 자산 구조상 유리한 부모로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법인 자금이 부족할 경우 가수금이나 대여 형태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특정 거래를 통해 자녀에게만 이익이 귀속될 경우, 증여세 과세 가능성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신설 법인은 ‘절세 도구’가 아니다. 설계가 부족하면 오히려 리스크가 된다.

 

■ 결론: 넘기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시간’

 

자산 승계의 질문은 이제 달라지고 있다.

“얼마를 넘길 것인가”가 아니라

“언제부터 자녀의 몫을 만들 것인가”다.

 

부동산을 한 번에 넘기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구조를 먼저 만들고, 시간을 활용해 자산을 이전하는 시대다. 자녀에게 자산을 남기고 싶다면, 건물을 움직이기 전에 구조부터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그 구조는, 경험 있는 전문 컨설턴트와 함께 치밀하게 짜야 한다. 자산 승계는 결단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명숙

(주)빌딩맵부동산중개법인 이사

자산관리·부동산 컨설턴트 / 공인중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