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의 공세적 외교 행보가 글로벌 경제 질서에 미묘한 균열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후속 조치가 동맹국과의 갈등을 증폭시키며, 미국이 쌓아온 경제 패권의 신뢰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연설에서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관련해 “군사력을 사용할 필요도, 사용할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국 외에 그린란드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국가는 없다”며 미국 주도의 협상을 즉각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수십 년간 유럽을 방어해왔다는 점을 거론하며, 그린란드 확보 요구를 “작은 부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차갑고 외진 얼음 덩어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세계 평화와 안보에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곧바로 외교·통상 갈등으로 이어졌다. 앞서 트럼프는 그린란드에 군사훈련 병력을 파견한 유럽 8개국을 대상으로 관세 부과를 경고했고, 이에 유럽연합(EU)은 미국과 체결한 무역협정의 승인 절차를 중단했다. 해당 협정은 지난해 여름 타결됐지만, 유럽의회 비준을 거쳐야 완전 발효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외교·경제 정책이 동맹국과의 신뢰를 약화시키며, 미국의 글로벌 위상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스코시아뱅크의 숀 오스본 최고통화전략가는 “미국은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점점 덜 우호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중장기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트럼프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한때 ‘셀 아메리카’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에는 일시적 충격에 그쳤지만, 현재 상황은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아담 포센 소장은 그린란드 문제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군사 개입 가능성,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대한 법무부 조사, 유럽을 겨냥한 추가 관세 압박 등을 복합적 리스크로 지목했다.
포센은 “나중에 돌아봤을 때 지금이 전환점이었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조치가 글로벌 안정 질서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처를 모색할 경우 미국은 외국인 투자 감소,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국가 부채 조달 여건 악화라는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는 결국 미국 내 소비와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존스홉킨스대 로버트 바르베라 교수는 “시장은 이미 관세 정책과 높은 국가 부채 수준에 대해 경계해왔다”며 “주가가 역사적 고점 수준에 있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1년간 미국 증시 강세가 고소득층 소비와 AI 투자 확대로 이어졌지만, 주가 조정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덴마크 연금기금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기로 한 결정도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스펙트라마켓의 브렌트 도넬리 대표는 “단일 연기금의 움직임만으로 시장이 흔들리지는 않지만, 다른 유럽 대형 연기금들이 유사한 결정을 내릴 경우 파장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시장의 깊이와 유동성을 감안하면, 자본이 단기간에 대규모 이탈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공존한다. 오스본 전략가는 “미국 시장을 떠나기 위해서는 매우 강력한 동기가 필요하다”면서도 “기존 국제 질서와의 관계가 계속 훼손된다면 투자자들의 이탈 유인은 점차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