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이성용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의 첫 단독 방미는 상징과 실리를 동시에 담은 행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라는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왜 지금 총리가 직접 워싱턴으로 향했는가에 있다. 이는 한·미 관계의 무게 중심이 다시 ‘신뢰와 조율’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번 방미는 형식적인 외교 일정과는 결이 다르다. 대통령 중심의 정상 외교가 큰 틀을 제시했다면, 총리의 단독 방문은 그 틀을 현장에서 정교하게 다듬는 역할에 가깝다. 반도체, 통상, 공급망처럼 민감한 현안이 쌓인 국면에서 총리가 직접 나선 것은, 한국 정부가 현안을 미루지 않고 책임 있게 관리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워싱턴 도착 직후 김 총리가 미 연방 하원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것도 주목된다. 행정부뿐 아니라 입법부까지 폭넓게 접촉하며 한·미 동맹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실무형 외교의 전형이다. 특히 통상과 산업 정책에서 의회의 영향력이 큰 미국의 정치 구조를 감안하면, 이번 일정은 치밀하게 설계된 행보로 평가된다.
김 총리가 쿠팡 사태와 관련해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차별한 적이 없다”고 언급한 대목은 신뢰 외교의 핵심을 보여준다. 논란을 회피하지 않고 직접 설명하며 오해를 차단하는 방식은, 동맹국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에 가깝다. 이는 외국 기업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정책 일관성을 분명히 전달하는 효과도 있다.
미국 JD 밴스 부통령과의 회담이 조율 중이라는 점 역시 이번 방미의 무게를 더한다. 통상과 산업 정책에서 현실주의적 입장을 가진 인물과의 만남은, 갈등을 피하기보다는 직접 조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는 한·미 간 현안을 ‘문제’가 아니라 ‘관리 대상’으로 다루겠다는 정부의 자신감으로 읽힌다.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이번 방미를 김민석 총리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보여주는 계기로 평가한다. 현안이 있는 곳에 직접 가서 설명하고, 설득하고, 조율하는 방식이다. 총리가 단순한 국정 보조자가 아니라, 외교·통상에서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는 조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워싱턴 일정을 마친 뒤 예정된 뉴욕 동포 간담회 역시 의미가 작지 않다. 해외 동포 사회는 한국 외교의 또 다른 창구다. 정부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고 신뢰를 쌓는 과정 자체가 국익 외교의 연장선에 있다.
결국 김민석 총리의 단독 방미는 ‘보여주기식 외교’와 거리가 멀다. 조용하지만 분명한 책임 외교, 실무 중심의 동맹 관리, 그리고 현안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태도다. 여의도는 이번 방미를 통해, 총리가 국정의 전면에서 어떻게 역할을 해나갈 것인지 분명한 방향성을 확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