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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계 최강’ 한국 e스포츠, 왜 산업은 가난한가

“성적이 아닌 경제 구조, 한국 e스포츠의 다음 과제”

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한국 e스포츠는 오랜 기간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로 불려왔다. 국제대회 성적과 글로벌 팬덤 규모만 놓고 보면 이미 성숙한 산업처럼 보인다.

 

그러나 산업 내부를 들여다보면 화려한 외형과 달리 수익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한국 e스포츠가 직면한 본질적 문제는 명확하다. 잘하지만 돈이 되지 않는 구조다.

 

현재 국내 e스포츠 산업의 수익원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다수의 게임단이 후원과 스폰서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중계권·티켓 판매·IP 사업을 통한 안정적 현금 흐름은 제한적이다.

 

글로벌 플랫폼을 중심으로 리그가 운영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창출되는 수익이 국내 팀과 산업 생태계로 얼마나 환류되는지는 불투명하다. 산업의 가치 사슬이 국내에 온전히 구축되지 못한 셈이다.

 

국제대회 상금 규모는 매년 확대되고 있지만, 이는 산업의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상금은 소수의 팀과 선수에게 집중되고, 시즌 종료 후에는 수익 공백이 발생한다. 장기적으로 상금 중심 구조는 성장의 지표라기보다 불안정성을 내포한 구조적 한계에 가깝다. 성과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산업은 경쟁을 촉진할 수는 있어도, 실패가 곧 생존 위기로 이어지는 환경은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비용 구조 역시 문제다. 선수 연봉과 코칭 스태프 인건비, 해외 대회 참가 비용, 훈련 시설 투자 등 팀 운영 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반면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안정적인 매출원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 그 결과 상당수 팀은 만성 적자를 감내하며 ‘수익 창출’이 아닌 ‘브랜드 유지’를 위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글로벌 대형 대회 확대와 중동 자본 등 대규모 투자 유입으로 상금과 이벤트 규모는 급격히 커졌다. 단기적으로는 선수와 팀의 기회를 확대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외 중심 구조를 고착화해 국내 리그와 지역 기반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외형 성장은 이어지지만, 내실은 오히려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 e스포츠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성적 중심 담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중계권 가치의 재정의, 지역 연계형 리그 모델 구축, IP 기반 콘텐츠 산업과의 결합 없이는 산업의 자립은 요원하다. ‘강하지만 가난한 e스포츠’라는 역설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성적 역시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제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한국 e스포츠가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지가 아니라, 이 산업이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고용을 유지하며 다음 세대를 키울 수 있는 구조인가다. 성적은 이미 증명됐다. 남은 과제는 경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