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삼성전자 실적이 뚜렷한 회복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임원들을 향해 “숫자가 나아졌다고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위기의식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 실적 개선에 만족하기보다, 기술 경쟁력 회복과 근본적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근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 회장의 메시지를 공유했다. 삼성은 지난주부터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번 교육에서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이 담긴 영상도 상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영상은 이달 초 이재용 회장이 주재한 계열사 사장단 만찬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선대회장의 주요 발언과 함께 인공지능(AI) 등 올해 경영 전략 방향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에서는 이 영상이 사실상 사장단과 임원들에게 전달하는 이 회장의 신년 메시지 성격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임원 세미나에서도 이 회장은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의 각오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메시지 역시 사장단 만찬 자리에서 공개된 영상 형식으로 공유됐다.
올해 영상에서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이른바 ‘샌드위치 위기론’이 다시 언급됐다. 선대회장은 과거 “중국은 추격하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메시지에서는 경쟁 구도가 달라졌을 뿐 아니라, 오히려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는 인식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과 미국 간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 속에서, 삼성과 한국 산업 전반이 전략적 선택과 비용 부담을 동시에 감내해야 하는 국면에 놓였다는 점이 강조됐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이 표현을 다시 꺼낸 배경에, 최근 실적 회복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리스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부진 여파로 2023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달 8일 발표한 잠정 실적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하며 반등 신호를 보냈다. 다만 이 회장은 이러한 수치를 위기 탈출의 종착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 역시 이번 반등을 놓칠 경우 재도약의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임원들에게 보다 강도 높은 실행력과 책임 있는 역할 수행을 요구한 대목이다.
이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한 핵심 과제로 △AI 중심 경영 강화 △우수 인재 확보 △기업문화 혁신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미나 현장에서는 조직 관리와 리더십을 주제로 한 외부 전문가 강연도 함께 진행됐다.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를 넘어 재도약으로’라는 문구가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전달됐다. 지난해 패에 새겨졌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는 문구와 비교하면, 위기를 인식한 이후 실행과 성과로 재도약하겠다는 메시지가 보다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삼성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이번 임원 세미나는 임원의 역할과 책임 인식, 조직 운영 역량 강화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2016년 이후 9년 만에 전 계열사 임원 대상 세미나를 재개했으며, 2009년부터 2016년까지는 매년 임원 대상 특별 세미나를 운영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