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국토교통부가 공동주택 CCTV 임차(렌탈) 방식을 허용하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취지는 분명하다. 초기 설치 비용 부담을 줄이고, 변화한 시장 현실을 제도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는 취지보다 구조가 중요하다. 이번 개정안은 그 구조를 충분히 점검하지 않은 채, 기존 제도 위에 새로운 방식을 얹으려다 스스로 충돌을 만들어내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장기수선계획이다. 현행 시행규칙은 CCTV를 공동주택이 직접 설치·운영하는 공용 자산으로 전제하고, 설치·보수·교체 시 장기수선계획에 반드시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체계 속에서 CCTV는 장기수선충당금을 통해 계획적으로 관리돼 왔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 전제를 그대로 둔 채, 별표 개정을 통해 임차방식 운영을 병행 허용하겠다고 나섰다.
제도는 병행될 수 있어도, 기준은 병행될 수 없다. 렌탈 방식의 CCTV는 자산인가, 서비스인가. 장기수선계획에 반영해야 하는가, 아니면 관리비로 집행해야 하는가. 계약 종료 후 설비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답 없이 제도를 열어버리면, 혼란은 고스란히 현장의 관리주체와 입주민 몫이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법을 지키면 다른 법을 어기게 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장기수선계획 규정을 따르자니 임차방식과 맞지 않고, 렌탈 방식으로 운영하자니 장기수선계획 반영 의무 위반 논란이 뒤따른다. 관리주체는 어떤 선택을 해도 법 해석의 회색지대에 서게 된다. 제도가 관리주체를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위험에 노출시키는 셈이다.
세입자 부담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임차방식은 관리비로 비용이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자산성 설비에 해당하는 비용이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초기 비용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선택된 렌탈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쟁점은 시장 왜곡이다. 렌탈 방식은 금융과 결합한 자본 집약형 사업 모델에 유리하다. 제도적 정비 없이 임차방식을 허용할 경우, 일부 대형 업체에 유리한 구조가 고착화되고 공동주택 관리의 공공성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제도 개선은 ‘허용 여부’가 아니라 ‘정합성’의 문제다. 임차방식을 허용하려면 장기수선계획 적용 범위, 비용 부담 주체, 계약 종료 후 소유권 귀속, 세입자 보호 장치까지 함께 설계돼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빠진 채 추진되는 제도는 개선이 아니라 혼란을 양산할 뿐이다.
국토부는 지금이라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렌탈 허용이라는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제도를 끼워 맞출 것이 아니라, 기존 장기수선계획 제도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제도는 편의가 아니라 책임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공동주택 관리 현장은 실험실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