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5℃
  • 흐림강릉 4.4℃
  • 흐림서울 0.3℃
  • 대전 0.0℃
  • 흐림대구 0.7℃
  • 흐림울산 3.9℃
  • 비 또는 눈광주 0.4℃
  • 흐림부산 4.3℃
  • 흐림고창 1.3℃
  • 제주 8.1℃
  • 흐림강화 -0.1℃
  • 흐림보은 -2.4℃
  • 흐림금산 -1.5℃
  • 흐림강진군 1.2℃
  • 흐림경주시 2.5℃
  • 흐림거제 5.1℃
기상청 제공

[다농마트 흑역사⑤ 권력은 어떻게 밥줄을 끊었는가] 김대중재단, 마트 이권의 한복판에 서다

공익재단 이름 빌린 이권 개입 의혹
“무관” 해명과 어긋난 면담·투자 정황
반복된 말바꾸기… 책임 회피 논란 확산
입찰 관여 발언, 재단 통제 부실 도마
권노갑 이사장 해명 요구… 국감 쟁점 부상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다농마트 사태는 한 사업자의 폐점으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었다. 본지는 1~4탄에 걸쳐 △자의적 규정 변경과 절차의 비틀림 △불공정한 경쟁 구조와 ‘짜인 판’ 의혹 △보증금 미납·불법 전대 정황이 누적되는 동안에도 제어되지 않은 관리·감독 △결국 특정 주체에게 유리하게 작동한 ‘권력-행정-이권’ 결합 구조를 추적해 왔다.

 

다농마트가 ‘퇴출’되는 과정은 시장 논리나 단순한 계약 분쟁으로 축소되기 어렵다. 공공영역의 판단과 권한이 특정 방향으로 기울어질 때, 지역 공동체의 생계와 신뢰가 어떤 방식으로 붕괴하는지 보여주는 구조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5탄에서 사건은 뜻밖의 이름과 마주한다. ‘김대중재단’이다. 공익 재단의 상징적 이름이 ‘마트 운영’이라는 지극히 영리적 사업 영역의 한복판에서 등장했다. 본지가 재단 측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결되지 않던 중, 최인백 김대중재단 노동위원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최 위원장은 통화 초반 “보도해 주면 더 좋다”는 취지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어진 통화는 해명이라기보다 모순과 말바꾸기를 곳곳에 남겼다.

 

 

■ “낙찰은 재단이 아니다”라면서… 면담엔 ‘재단 명함’

 

최 위원장은 “낙찰은 김대중재단이 아니라 경보유통이 받은 것”이라며 “재단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는 박강수 마포구청장 면담에서 ‘김대중재단 노동위원장’ 직함이 적힌 명함을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답답해서 구청장을 찾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지가 확인한 당시 면담은 ‘개인의 답답함’으로 축소하기 어렵다. 면담에는 구청장과 구청 과장급, 공단 관계자 등 총 6명 규모가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상황을 아는 참석자는 “김대중재단 측에서 마트 자리 투자 의사를 언급하며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였다”는 취지로 전했다. 즉, 최 위원장은 “재단과 무관”을 말하면서도, 재단 간판을 달고 공공기관 수장을 만나고, 그 자리에서 투자·협조 요청이 오갔다는 정황이 제기되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명함 사용 문제가 아니다. 공익 재단의 상징성이 협상 카드로 동원된 것인지, 또는 재단 차원의 개입이 사후에 개인 행동으로 정리되는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 통화 속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 경보유통’이라는 이중 언어

 

최 위원장의 발언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단어는 “우리”였다. 그는 “5년 전에 우리가 낙찰을 받았다”, “우리 경보유통이 낙찰 받았다”고 말한다. 낙찰 주체를 “경보유통”이라고 하면서도 ‘우리’라는 표현으로 실체를 묶는다. 이것이 단순한 친분 표현인지, 혹은 실질 이해관계의 자의적 동일시인지가 쟁점이다.

 

더 문제적인 지점은 “재단과 관련이 없다”고 하면서도 “5년 전부터 입찰 과정에 관여했다”, “장재익 대표를 통해 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힌 대목이다. 공익 재단 직함을 가진 인사가 특정 민간기업의 입찰에 장기간 관여했다는 취지의 발언은 재단의 내부 통제와 이해충돌 관리 측면에서 가볍지 않다.

 

이 대목은 두 가지 질문으로 수렴된다. 첫째, 공익 재단 임직원의 외부 사업 관여를 통제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가. 둘째, 재단의 이름이 해당 사업에서 후광 또는 방패처럼 활용된 것은 아닌가.

 

■ “오래된 관계”라면서 이름은 ‘재식·재영’… 급조된 연결 의심 키워

 

최 위원장은 장재익 경보유통 대표와 “아주 오래된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통화 중 그를 “장재식”이라고 부르더니, 기자가 “장재익 아니냐”고 하자 “우리는 재식이라고도, 재영이라고도 부른다”는 취지로 말을 돌렸다.

 

오래된 관계라면 이름을 혼동하는 장면 자체가 이례적이다. 더구나 여러 이름으로 얼버무리며 수습하는 방식은 어설프다. 이 대목은 경보유통이 83억 보증금 마련을 위해 자금줄을 찾던 과정에서 재단이 뒤늦게 연결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강화한다. “오래된 관계”라는 표현이 실제를 반영한다기보다 사후적 포장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승소’로 포장된 대법 판결… “무죄” “엉터리” 표현은 부정확

 

최 위원장은 “작년 5월 대법원 판결이 떨어졌다”, “우리가 무죄를 받은 것”이라며 다농 측 소송을 “엉터리”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민사 분쟁에서 ‘무죄’라는 표현은 통상적 용례가 아니며, 판결의 의미를 정치적 수사로 과장하는 효과를 낳는다.

 

핵심은, 경보유통이 낙찰 이후 규정대로 보증금 83억을 적시에 납부하고 정상적으로 권리를 행사했는가다. 본지의 앞선 보도 취지처럼 쟁점은 단지 ‘판결’ 하나가 아니라, 판결 전후에도 이어진 운영 구조, 그리고 누적된 관리·감독의 실패였다. 최 위원장의 설명은 오히려 본질을 비켜간다.

 

■ “마포구청이 다농 편” 주장… ‘피해자 프레임’이 가리는 질문

 

최 위원장은 다농이 낮은 임차료로 운영해 마포구청이 “5년간 100억 손실”을 봤다는 취지의 계산을 제시하고 “선의의 피해자는 우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추정치를 단정적으로 말한 것에 가깝고, 무엇보다 사안을 “누가 누구 편을 들었나”로 단순화한다.

 

본지가 추적해 온 문제의식은 다르다. 공공기관이 규정과 절차를 일관되게 적용했는지, 불법 전대 등 위반 정황을 알고도 방치했는지, 그 결과 누가 구조적 수혜자가 됐는지가 핵심이다. 피해자 프레임을 앞세운 발언은 오히려 “왜 그동안 정상 운영이 불가능했는가”라는 질문을 더 키운다.

 

■ 83억 보증금·월 4.2억 임차료… “수익 가능” 질문에 원론만

 

최 위원장은 월 임차료를 “4억2000만원”이라고 말했다. 기존 대비 큰 폭의 임차료 인상 부담이 예상되는 구조에서 ‘저렴한 판매’를 유지하며 수익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는 “이익 나는 품목도 있고 손해 보는 품목도 있다”, “한 군데만 운영해선 안 맞는다”고 답했다.

 

이 답변은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사업성 검증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 수치나 계획이 아닌 원론에 머물러 있다는 점. 둘째, “한 군데만으로는 안 된다”는 말 속에 확장·다점포 운영의 그림이 전제돼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공익 재단의 이름이 왜 이 사업 모델 주변에서 언급됐는지, 의문은 더 선명해진다.

 

■ 불리한 질문엔 “모른다”… 유리한 대목엔 “내가 관여했다”

 

최 위원장은 “입찰에 참여했다”, “5년 전부터 관여했다”고 강조하면서도, 특정 인물·회동 의혹 등 불리한 질문에는 “모른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일을 하느라 신경 못 썼다”, “국회의원 출마도 했다”는 말로 거리를 뒀다.

 

결국 통화는 한 가지 패턴으로 정리된다. 관여를 말한다 → 책임이 따라오는 질문이 오면 모른다 → 다시 유리한 서사로 돌아가 ‘선의의 피해자’를 강조한다. 이 방식은 해명이라기보다 책임 회피에 가까운 화법으로 읽힌다.

 

■ 불법 전대 질문에 “어느 마트든 전대” … 위험한 일반화

 

불법 전대 의혹을 묻자 최 위원장은 “대한민국 어느 마트든 전대 안 하는 업체는 없다”, “다농도 전대를 했기 때문에 운영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상대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통화 중 과격한 표현도 등장했다. 공익 재단 직함을 가진 인사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전대는 “다들 한다”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계약·규정 위반 여부가 핵심이며, 위반이 확인될 경우 공공기관의 감독·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일반화로 불법을 관행처럼 만들려는 듯한 발언은, 오히려 공익성의 기준과 정면 충돌한다.

 

■ “김대중재단”의 상징성과 ‘마트 투자’의 아이러니… 권노갑 이사장 해명 필요

 

김대중재단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상·철학을 계승하고 업적을 기리기 위한 기념·연구·교육 성격의 비영리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현대정치사의 상징성과 공익성을 기반으로 존립해 온 이름이다. 그런 재단의 이름이, 다농마트 사태 이후 ‘투자’와 ‘마트 운영’이라는 영리 영역의 논의 배경으로 등장했다면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더구나 최 위원장은 “그때도 재단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재단과 무관하다”는 해명은 설득력을 더 잃는다. 결국 이 사안은 최 위원장 개인의 말실수나 명함 사용 논란을 넘어, 재단의 설립 취지와 운영 원칙, 그리고 재단 간판이 어떤 방식으로 동원됐는지에 대한 공식 설명으로 가야 한다.

 

따라서 본지는 권노갑 이사장 차원에서 다음 사항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과 설명, 필요하다면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재단이 다농마트 사태 이후 경보유통 관련 투자 검토·논의에 관여했는지 △박강수 마포구청장 면담에서 재단 이름이 사용된 경위와 목적 △재단 임직원이 특정 민간 기업 입찰에 장기간 관여했다는 발언의 사실관계 △공익 재단 상징성이 영리 사업에 활용됐다는 의혹에 대한 내부 통제·감사 여부

 

■ 결론

 

다농마트 사태는 더 이상 한 지역 상권의 분쟁으로 축소될 수 없다. 공공기관 의사결정 과정, 특정 주체와의 관계 설정, 공익 재단 이름의 등장까지, 이미 지역을 넘어선 공적 쟁점이 됐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관”이라는 말이 아니라, 구조에 대한 설명이다.

 

특히 최 위원장이 통화에서 스스로를 한국노총 출신 노동계 인사로 강조한 대목은 윤리적 질문을 더 키운다. 다농마트 임직원의 생존과 노동권이 붕괴되는 국면과 그 발언 사이의 간극은 개인의 해명을 넘어 공적 책임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결국 이 사안은 행정 책임, 공익 법인 운영의 투명성, 이해충돌 관리 체계를 동시에 점검해야 할 문제로 수렴된다. 공공의 이름과 노동의 가치가 사적 이해와 충돌하는 순간, 그 결과는 공동체 신뢰의 붕괴로 이어진다. 이러한 점에서 다농마트 사태는 향후 국정감사에서 다뤄져야 할 공적 검증 대상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침묵으로 지나갈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이제 남은 것은 설명과 책임, 그리고 구조를 바로잡는 일이다.

 

■ 다음 시리즈 예고

 

그러나 다농마트 사태의 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금까지 드러난 행정·이권·공익 재단의 교차 지점 뒤편에는, 더 넓은 지역 권력의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는 정황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정 인물의 의사결정, 장기간 유지된 행정 기조, 지역 정치권의 침묵 혹은 관여 가능성까지, 이 사안은 더 이상 개별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마포에서 작동해 온 권력 구조 전체를 향하고 있다.

 

특히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역 정치 지형의 중심에 서 있던 한 유력 정치인의 영향력 범위를 둘러싼 질문은 사건의 마지막 퍼즐로 남아 있다. 왜 그 누구도 이 사태를 멈추지 못했는가. 혹은, 멈추지 않았던 것인가.

 

지이코노미는 다음 시리즈에서 이춘기·유동균을 넘어선 정치 권력의 연결선을 추적한다. 다농마트 사태의 최종 책임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 그 구조의 끝까지 확인할 예정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