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반도체 가격 인상이 메모리를 넘어 비메모리 영역으로 확산되며 산업 전반에 ‘칩플레이션(반도체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자재와 에너지, 물류비 상승이 겹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공급가 인상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계 반도체 기업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오는 4월 말부터 주요 제품군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회사 측은 원재료 가격 상승과 함께 에너지비, 물류비, 파운드리 및 외주 패키징·테스트(OSAT) 비용 증가 등을 배경으로 들었다.
다른 주요 기업들도 비슷한 흐름이다. 차량용 반도체 강자인 NXP를 비롯해 인피니온,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글로벌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은 차량용 MCU, 전력반도체, 센서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며 시장 영향력이 큰 만큼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이들 주요 업체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다는 점에서, 이번 가격 인상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조치가 아닌 구조적 변화로 해석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반도체 기판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 가격 역시 크게 오르며 공급망 전반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일부 소재 기업은 최대 30%에 달하는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원재료 확보 경쟁도 격화되는 양상이다. 반도체 기업들이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사례까지 늘어나고 있으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에너지 및 물류비 상승 압박도 지속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자동차, 가전, 스마트폰, 산업장비 등 대부분의 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만큼 가격 상승의 파급력은 더욱 크다. 특히 맞춤형 설계 비중이 높은 특성상 단기간에 공급처를 바꾸기 어려워 비용 전가 가능성도 높다.
자동차 산업의 부담도 확대될 전망이다.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 비용이 이미 수백 달러 수준에 달하는 가운데, 가격이 10%만 상승해도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수십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전기차의 경우 반도체 사용량이 더 많아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이미 메모리 가격 상승 여파는 소비자 시장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D램 가격 급등으로 PC와 스마트폰 가격이 오른 데 이어, 비메모리 가격까지 상승할 경우 전자제품 전반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