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KLPGA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인 KLPGA 챔피언십은 지난 1978년 KLPGA 출범과 동시에 막을 올렸고 올해로 37회째를 맞았다. 초대 챔피언 한명현을 비롯해 구옥희, 고우순, 김미현, 전미정, 최나연, 신지애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우승한 꿈의 무대다. 최근에는 미국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세영과 백규정이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두며 그 명맥을 이었다. 메이저 대회인 만큼 KLPGA선수권 우승 시 얻을 수 있는 대상 포인트와 신인상 포인트도 상당해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었다. 특히 이번 대회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이수그룹이 KLPGA 선수권 개최를 통해 세계 골프의 중심에 서 있는 한국 여자 프로골프의 스폰서로 나섰다, 한편 제37회 KLPGA 챔피언십은 KLPGA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화금융 클래식 2015'에서 연장 승부 끝에 아쉽게 눈물을 삼켰던 배선우(21·삼천리)가 생애 첫 우승컵을 품에 안을지에 대해 대회전부터 관심이 모아졌다. 또한 5년 만에 통산 2승을 거두며 상금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는 조윤지(24·하이원리조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지난주 부진을 털어내겠다는 각오를 다졌으며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대회를 기권했던 시즌 3승의 이정민(23·비씨카드)도 이번 대회에서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이렇듯 치열했던 이번 KLPGA 역사상 역대 9번째로 4명의 선수가 벌인 연장 승부가 펼쳐졌다.


암을 극복하고 우승을 노렸던 이민영2
이민영2은 메이저 대회 이수그룹 제37회 KLPGA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중간합계 10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섰었따. 공동 선두로 3라운드에 들어선 이민영은 버디 4개, 보기 4개로 주춤했다. 하지만 공동 선두였던 조윤지(24, 하이원리조트)가 3오버파로 와르르 무너졌고, 3위였던 송민지(28, 볼빅) 역시 3오버파를 기록하면서 오히려 1타 차 단독 선두가 됐다. 이민영은 지난해 2승을 거뒀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특히 이면은 2는 지난 3월 신장암 수술을 받고 5월에서야 투어에 돌아왔다.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4위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알린 이민영2는 지난해 10월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11개월 만의 우승에 도전했었다. 그러나 이민영2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주춤하는 사이 이정민과 서연정, 그리고 안신애가 타수를 차분히 줄이며 쫓아왔다. 이후 이민영2는 결국 연장전에 돌입했고, 아쉽게 우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안신애, 컷 탈락 위기에서 극적 우승
컷 탈락 위기에 놓였던 안신애(25,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가 KLPGA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메이저대회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썼다. 안신애는 지난 9월 13일 경기도 여주 페럼CC(파72·6714야드)에서 열린 2015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 이수그룹 제37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우승상금 1억4000만원)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으며 5언더파 67타를 쳤다. 안신애는 2라운드까지 이븐파 공동 60위를 기록하며 공동 60위에게 주어지는 결선행 티켓을 가장 뒤에서 거머쥐었다. 당시 공동선두 조윤지와 이민영2과는 10타 차였다. 그러나 3라운드에서 다른 선수들이 고전하는 사이 3타를 줄여 중위권으로 도약했다. 이어 이날 전반에만 5타를 줄인 후 후반 홀을 모두 파로 막으며 이틀 연속 '보기 프리 라운드'에 성공했다. 안신애는 극적으로 공동선두에 이름을 올렸고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4명의 선수가 벌인 치열했던 연장 승부
공동 선두로 18홀을 모두 마친 안신애, 서연정, 이정민, 이민영2는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연장 첫 홀에서 네 선수는 모두 파를 기록했다. 파5 18번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네 선수는 모두 세 번째 샷을 버디가 어려운 위치에 떨어뜨렸고 모두 버디에 실패했다. 특히 가장 마지막에 퍼트한 이민영2는 버디퍼트가 홀컵을 스치고 지나가 가장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다. 연장 첫 홀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최종라운드는 2차 연장으로 돌입했다. 한편 KLPGA 챔피언십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연장전에서 우승자가 가려지게 됐다. 이날 연장전은 대회 역사상 5번째 연장전이며 최다인원이 치르는 연장전이다. 투어가 2번째 연장 홀에선 3번째 샷을 홀컵 주변 약 1m 거리에 붙였다. 침착히 퍼트를 집어넣은 안신애는 버디 퍼트에 실패한 이정민과 이민영2을 따돌리고 서연정과 함께 연장 3번째 홀에 들어섰다. 안신애는 3번째 홀에서 서연정과 함께 버디를 기록했고 승부는 연장 4번째 홀까지 이어졌다. 약 5년 전에 우승한 이후 그동안 우승하지 못했던 안신애는 다시 세 번째 샷을 홀컵에 붙였고 연장에서만 3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반면 '2년 차' 서연정은 끈질기게 따라 붙었지만, 안신애의 3연속 버디를 당해낼 수 없었다. 한편 전날 단독선두였던 이민영2은 이날 2타를 잃었고, 연장 기회까지 놓치며 메이저 트로피를 눈앞에서 놓쳤다. 이정민과 서연정 역시 생애 첫 메이저 제패를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공동 2위에서 시작하며 한때 단독선두까지 나섰던 김민선5(CJ오쇼핑)은 17(파4)번홀 더블 보기에 발목이 잡히며 공동 6위에 머물렀다. 커리어 첫 우승에 도전했던 장수연(롯데)도 마지막 날 4타를 잃어 공동 9위에서 대회를 마감했다. 지난 주 한화금융클래식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던 배선우(삼천리)는 최종합계 2언더파 공동 19위에 올라 꾸준함을 과시했다.
골프보다 외모에만 신경쓴다는 비판을 날려버린 안신애
2009년 KLPGA 정규투어에서 뛰기 시작한 안신애는 이듬해 7월 히든밸리 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일군 뒤 다음달 하이원 리조트컵 여자오픈에서 2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탔다. 그해 2차례 2위도 더했다. 그러나 안신애는 2011년 한 차례 3위를 기록했을 뿐 우승권에도 접근하지 못했다. “골프실력 보다 외모에만 신경쓴다”는 비판도 들어야 했다. 이번 시즌 초반에는 KLPGA 홍보대사로서 홍보동영상을 촬영하다가 부상을 당해 한동안 출전을 늦추는 아픔도 겪었으나 마침내 통산 3승 및 첫 메이저 우승을 일구며 활짝 웃었다. 안신애의 우승은 한편의 역전 드라마였다. 안신애는 3라운드까지 중간 합계 3언더파를 기록해 단독선두 이민영(10언더파), 2위 이정민(9언더파)에 크게 처져 우승 트로피를 들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최종라운드에서 안신애는 5타를 줄이며 맹추격 했고 이민영과 이정민이 각각 2타, 1타씩 잃으며 공동선두로 연장전을 치렀다. 최종일 이븐파를 친 서연정까지 모두 4명이 18번홀(파5)에서 치른 첫 연장에서 전부 파를 기록해 승부가 나지 않았지만, 핀을 그린 왼쪽 앞으로 옮겨 치른 두 번째 연장에서 안신애와 서연정이 버디를 잡고 3번째 연장으로 이어갔다. 나란히 버디를 잡고 장군멍군을 부른 3번째 연장에 이어 4번째 연장에서 안신애는 3번째 샷을 핀 50㎝ 옆에 붙여 승부를 끝냈다. 서연정이 시도한 3.5m짜리 버디 퍼트는 왼쪽으로 빗나갔다. 안신애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꼬집어 봤으면 싶을 정도로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면서 “오늘 다른 선수들보다 먼저 라운드를 끝내고 연장전을 간절히 원하며 기다렸는데, 그 기회가 왔고 결국 우승했다”고 말했다.


안신애 인터뷰
지난 2010년 2승을 거둔 이래 약 5년만의 우승컵이자 커리어 첫 메이저 트로피를 거머진 안신애의 일문일답
-우승 소감을 말해달라.
"우선 정말 기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올해 스물 여섯 살이 되면서 '골프를 계속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했다. 스폰서와의 계약이 끝나면 은퇴를 해야할 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우승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나.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했다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버디를 놓쳤고 방송을 보면서 연장에 가고 싶다고 속으로 되뇌었다. 지난 하이원리조트 우승 때도 연장전에서 우승해 자신 있었다.
-오늘 전반에만 5타를 줄였다.
"전반에 롱퍼트가 잘 들어갔다. 가까운 버디퍼트는 1개 밖에 없었다. 퍼트가 잘 될 때는 어려운 핀 위치도 쉽게 느껴진다. 오늘은 퍼트 라인이 스크린골프처럼 훤히 보였다."
-연장전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았는데.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최근 대회서 피칭웨지 감이 좋았다. 내 거리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스핀양도 알고 있었다. 매번 홀을 공략할 때마다 자신이 있었다.
-2010년 이후 한동안 우승이 없었다.
"골프가 정말 힘들었고, '나는 왜 이렇게 안될까'라는 생각들로 가득했다. 골프가 나랑 밀당(밀고 당기기) 하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열정을 가지고 과정에 충실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가장 생각 나는 사람은.
"아버지와 시상식 직전에 통화했는데 전화너머로 우셨다. 처음 우시는 걸 들었다. 직접 얼굴을 보진 못했지만 기뻐해 주시니 나도 잠깐 울컥했다. 부모님이 우승을 간절히 기다리셨는데, 두 분이 계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도와주신 걸 보답하는 한 주였다. 효녀가 되고 싶었는데 어려웠다. 우승으로 그동안의 노고를 씻어드려 정말 기쁘다."
사진_KLPGA 제공
사진_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