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팬이라면 코오롱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를 그냥 진자칠 수 없다. 전 세계 스타플레이어와 국내 유명 선수들의 화려한 경기를 지켜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팬들의 기다림 속에 성황리에 개최된 이번 대회의 뜨거운 열기를 다시 한번 느껴보자.
‘오픈’ 대회의 진정한 의미 찾기
2013년까지 코오롱 한국오픈은 로리 맥길로이, 리키 파울러 등 스타플레이어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쳐왔다. 하지만 지난 2014년 대회는 모든 선수가 참여하는 진정한 ‘내셔널 타이틀’ 대회로 거듭났다. 총 상금을 전해보다 2억 원 많은 12억 원으로 정해 국내 최대 상금 대회의 자리를 굳건히 했다. 또한 ‘오픈’ 대회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참가 선수의 폭을 확대했다. 특히 최소 상금(100만 원)을 지급하는 ‘코오롱머니’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일반적으로 프로골프대회에서는 컷을 통과하지 못하면 상금을 받을 수 없지만, 선수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로 최소한의 경비와 숙박비를 보상한 것이다.
이경훈, 한국오픈서 국내 무승 한 풀어
2012년 일본투어 ‘나가시마 시게오 인비테이셔널’ 골프 대회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신고하며 국내보다 일본에서 먼저 우승을 차지한 이경훈(24.CJ오쇼핑)이 코오롱 제58회 한국오픈 (총상금 12억원, 우승상금 3억원) 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KPGA 코리안투어 첫 승과 함께 내셔널 타이틀을 획득했다. 지난 9월 13일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우정힐스컨트리클럽(파71. 7,225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이경훈은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2개를 묶어 5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국오픈에서 두 자릿수 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11년 16언더파 268타로 우승을 차지한 미국의 리키 파울러(27) 이후 4년 만이다. 우승 상금 3억원을 거머쥔 이경훈은 단숨에 KPGA 코리안투어 상금순위 선두에 올라섰다. 2위 그룹에 2타 차 앞선 채로 최종라운드에 들어선 이경훈은 2번홀(파4) 보기로 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낸 송영한(24.신한금융그룹)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하지만 5번홀(파5)에서 두번의 샷만으로 그린에 올린 뒤 1.5m 이글 퍼트를 성공해 다시 선두로 치고 올라섰다. 이후 7번홀(파3)과 8번홀(파5), 9번홀(파4) 세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켜나갔다. 12번홀(파4) 보기로 주춤했지만 14번홀(파4)과 15번홀(파4) 두 홀 연속 버디로 기세를 올린 이경훈은 17번홀(파4)에서 티 샷이 우측으로 밀리며 카트 도로 바깥으로 나가 위기를 맞았으나 52도 웨지로 샷을 해 페어웨이 안으로 공을 보낸 뒤 94m 거리에서 58도 웨지로 한 세 번째 샷이 핀 1m에 붙어 무난히 파를 잡아낸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우승 직후 이경훈은 “그토록 원하던 국내 무대 우승을 달성해 무척 감격스럽다. 사실 어제 잠을 좀 설치면서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우승을 이뤄 기쁘다.” 고 소감을 전했다. 이경훈은 지난 2009년 국가대표로 활동하다가 2010년 국가대표에서 탈락하며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이 곳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골프 대표팀 선발전에서 1위에 오르며 극적으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에 대해 이경훈은 “우정힐스 골프장은 내게 약속의 땅인 것 같다. 2010년 국가대표에서 탈락한 뒤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이곳에서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막차로 합류한 뒤 금메달까지 땄다." 고 말하면서 “프로 데뷔 이후에도 2012년 일본에서 우승이 있었지만 지난해와 올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약 7번 정도의 우승 기회를 모두 잡지 못해 아쉬웠으나 다시 이곳에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라고 전했다. 이어 “실수가 있어도 그 다음 샷에만 집중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앞으로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인데 이번 우승을 계기로 더욱 노력해 쭉쭉 뻗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 이라고 밝혔다. 올 시즌 미PGA투어 상금순위 123위로 시드 유지에 성공한 김민휘(23)가 이날 5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9언더파 275타 단독 2위를 차지했고, SK telecom OPEN 2015 에서 공동 3위에 오른 왕정훈(20)과 지난 해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장식한 이동민(30.바이네르)이 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 공동 3위에 올랐다. 한편, 2013년 KPGA 명출상(신인상)을 수상한 ‘어린왕자’ 송영한과 지난해 한국과 일본투어 장타왕 출신으로 올 시즌 군풍을 이끌고 있는 국군체육부대 소속 허인회(28)가 나란히 4타를 잃고 최종합계 2언더파 282타 공동 10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중-일 삼국지 대결로 눈길을 끌었던 내셔널타이틀
이경훈은 3라운드 선두를 유지한 채 최종라운드를 돌입했다. 이경훈은 대회 3라운드에서 버디 4개에 보기 1개로 3언더파 68타를 쳤다. 중간 합계 8언더파 205타를 적어냈다. 공동 2위인 허인회(28)와 이동민(30 바이네르), 송영한(24 신한금융그룹)을 2타차로 앞섰다. 여기에 차이나투어에서 상금랭킹 2위를 달리고 있는 왕정훈(20)이 4타를 줄이며 공동 5위로 뛰어 올라 한-중-일 삼국지 대결이 최종라운드에서 펼쳐졌다. 국가대표를 거쳐 2011년 프로무대로 뛰어든 이경훈은 그 해 원아시아투어에서 기량을 쌓은 뒤 이듬 해인 2012년 일본프로골프(JGTO)투어로 진출했으며 루키로 나가시마 시게오 인비테이셔널 세가가미컵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아직 국내무대에선 우승이 없었다. 이경훈은 후지산케이클래식에서 대회 첫날 보기없이 버디만 7개를 잡아내며 7언더파를 몰아쳐 4타차 선두에 올랐으나 국가대표 선배인 김경태(29 신한금융그룹)에게 역전우승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번 주에도 절정의 샷 감각은 계속되고 있다. 이경훈은 이날 3개의 파5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았다. 특히 승부 홀인 17,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게 됐다. 488야드 거리의 파4홀인 17번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을 핀 2m에 붙여 버디로 연결시켰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선 2온에 성공한 뒤 30m 이글 기회에서 2퍼트로 연속 버디를 낚았다. 이경훈은 이날 일본인 여성팬의 응원을 받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경훈이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게 된 것은 송영한의 18번홀 트리플 보기 때문이었다. 2타차 선두로 18번홀을 맞은 송영한은 페이드 구질을 구사하려다 푸시샷이 나와 티샷 OB를 냈고 6온 2퍼트로 트리플 보기를 범했다. 송영한은 “이제 쫒아가는 입장인 만큼 최종라운드에선 부담없이 공격적으로 핀을 향해 샷을 하겠다”고 말했다.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우승에 이어 시즌 두 번째 우승에 도전중인 허인회는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주고 받으며 이븐파를 쳤다. 하지만 선두 이경훈에 2타 밖에 뒤지지 않아 최종일 역전우승을 노려봤으나, 왕정훈도 무빙데이인 3라운드에 4언더파 67타를 쳐 중간 합계 5언더파 208타로 스티브 제프리스(호주)와 함께 공동 5위를 달렸다. 왕정훈은 손목 인대 부상으로 대회 개막을 앞두고 연습라운드도 생략했으나 이날 '한방'을 보여주며 우승 경쟁에 뛰어 들었다.


이경훈과의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제가 그토록 원하던 한국대회에서 우승해서 좋고 지금 많이 행복하다. 어제 잠도 못자고 상당히 간절했었다.
▲이전까지 김민휘가 주목 받거나 김경태가 일본에서 관심 받는 등 주변에서 동료들이 받았던 관심에 대한 생각은?
-그런 느낌을 알고 있어서 조금은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가 조금 더 실력을 키워서 1등과 겨뤄서도 실력으로 이길 수 있을 때에만 주목 받을 수 있겠다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
▲올 시즌 코스 공략을 다르게 하는 매니지먼트의 변화가 있었나?
-작년까지는 주로 드로우 구질이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페이드를 쳐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샷 메이킹 능력을 많이 키웠는데 이번 대회에서 잘 맞아떨어졌다.
▲골프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아이러니컬하다. 2010년 아시안게임 최종 선발전이 우정힐스에서 열렸는데 그때 우승했었다. 이틀에 36홀씩 4라운드를 펼쳤는데 토털 6언더파였다. 당시 16, 17번홀에서 연속 보기였지만 끝날 때에는 1타차로 변진재를 제쳤다. 최종 선수로 선발되어서 좋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작년 올해는 내가 힘들었는데 여기서 우승해서 뿌듯하다.
▲오늘 경기에서 17번홀에서 어려운 고비를 넘겼는데 ?
-슬라이스 바람이라 오른쪽으로 많이 밀렸다. 숲이겠다 생각했는데 카트 도로 옆이었다. 레이업할까 아니면 칠까 고민하다가 52도로 100미터 보냈다. 숲까지는 2~3미터였다. 가서 들어보니 갤러리가 발로 찼다는데 10cm 움직였다고 한다. 94m뒷바람이어서 웨지로 그대로 풀스윙 했다.
▲어디서 우승을 확신했나?
-17번 홀에서 파를 잡으면서 그런 마음 가졌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마음이 풀어질 것 같아서 생각 안 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우승이 간절했던 우승이었다면 그 이유는?
-3년 전에 일본 투어 첫 우승 이후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이제 기회를 잡았는데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잡으면 내게 큰 원동력이라 생각했다. 앞으로 대회를 임할 때 큰 힘이 될 것 같다.
▲최근 1,2년간 우승 기회를 놓친 게 몇 번인가?
-지난해부터 일본투어 포함해 2라운드 선두여서 내려온 게 7번이다.
▲보통 샷이 똑바로 가지 않으면 어떻게 대응하나?
-그걸 그대로 인정하려고 노력한다.
▲굳이 모든 샷을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인정한 계기가 있나?
-선배들 우승한 것 보면 완벽한 상태가 아닐 때도 우승하더라. 그런 것도 보고 배웠다. 연습 라운드를 보면서 도움이 되었다.
▲ 2010년에 금메달 따고 프로 데뷔 하지 않았었나?
-신청은 아시안게임 따고 나서 원아시아로 가서 했다. 대회 일주일전이어서.
▲앞으로 선수로서의 각오나 목표를 말한다면?
-저도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 것이고 PGA투어 가서 활약하는 것인데 오늘 우승이 원동력이 되어 세계적인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
사진_K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