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와 중국여자프로골프(CLPGA)투어가 공동 주최하는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총상금 55만 달러)은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이 대회는 한국과 중국여자골프의 발전을 위해 공동 개최되고 있다. KLPGA투어에서는 다음 시즌 개막전으로, CLPGA투어는 시즌 최종전이자 내셔널타이틀로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10년째 중국여자골프는 한국여자골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글 방제일 기자 사진 KLPGA 제공


박성현 우승, KLPGA 2016년 개막전 김효주에게 2타차 ‘우승’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16시즌 개막전 ‘2015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우승상금 11만달러)에서 박성현(22·넵스)이 우승했다. 지난 2015년 12월 13일 중국 하이난섬 하이커우 미션힐스 골프클럽(파72/6342야드)에서 대회에서 박성현은 마지막 날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치며, 3라운드 합계 17언더파 199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디펜딩 챔피언 김효주(20·롯데)를 꺽고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은 앞으로 기대를 높였다. 특히 2위 김효주에 두 타 앞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박성현은 3번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 버디를 잡은 김효주와 1타 차까지 추격을 당했었다. 또한 5번홀(파3)에서는 김효주가 버디를 잡으며 공동 선두까지 허락 했고, 이어진 파4홀인 7번홀과 9번홀, 10번 홀에서는 1타씩을 내준 김효주에게 3타차까지 뒤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후반들어 박성현은 12번홀(파4)에서 김효주의 티샷이 아웃오브바운드(O.B)되는 틈을 타 1타차로 좁혔고, 이어 14번홀(파4)에서 1타를 줄여 공동 선두로 올랐다. 15번 홀(파3)에서는 김효주가 보기에 그친 틈을 타 2타차로 앞서나갔으며, 마지막 17,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우승을 차지햇다.
절정의 샷 감각을 보여준 박성현
작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나타난 혜성을 꼽으라면 단연 박성현이다. 올해 KLPGA투어 인기상을 받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호쾌한 장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장타자로 소문난 미셸 위(26·미국)조차 두 달 전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LPGA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박성현의 드라이버 티샷을 보고 “대박”이라며 놀랄 정도였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매치플레이에서 장타를 앞세워 세계랭킹 2위 박인비(27·KB금융그룹)를 꺾은 박성현이 2016시즌 첫 대회에서 세계 10위 김효주(20·롯데)와 세계 9위 전인지(21·하이트진로)까지 누르며 돌풍을 이어갔다. 특히, 박성현은 이번 대회에서 절정의 샷 감각을 보여줬다. 2015 시즌 28개 대회에 출전하고 3개의 이벤트 대회까지 소화한 박성현은 피로가 누적될 법도 했지만 특유의 공격적인 플레이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선보였다. 한편, 이번 대회는 2015년에 열리지만 2016 시즌 첫 대회로 성적과 상금 등은 2016 시즌에 포함된다. 이틀 연속 단독 선두를 지키며 2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박성현이었다. 그러나 경기 초반엔 타수를 줄이지 못 하고 고전했다. 후반 홀부터 샷 감이 살아나면서 김효주도 박성현을 막을 수 없었다. 박성현은 아이언 샷을 족족 핀 가까이 갖다 붙여 버디를 만들어냈다. 전반 9개 홀 연속 파 행진이라니 자칫하면 본인 스스로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강력한 우승 후보가 자신을 제치고 선두로 나선 상황이라면 더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1년 사이 박성현은 정말 많이 성장했다. 버디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표정 한 번 변하지 않고 굳건하게 자신의 경기를 펼쳤다. 파 행진을 이어가면서도 박성현은 때를 기다렸다. 어쩌면 자신이 후반 홀에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편하게 경기에 임했는지도 모른다. 박성현은 지난 1,2라운드에서 13번 홀부터 각각 5타, 3타를 줄이며 후반전에 강한 면모를 보인 바 있다. 박성현도 경기 후 “초반에 조금 답답한 경기가 나왔는데 후반에 스코어를 줄일 수 있다고 믿었고 참고 기다린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우승 원동력에 대해 밝혔다. 또 박성현은 지난 6월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통산 첫 승을 거둔 뒤 멘탈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에 대해 “뭔가가 안 되면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실행해 보는 편이다. 특히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한국여자오픈’ 우승 이후에 퍼팅 스트로크를 바꾼 것이 느낌이 좋았는데 그 감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현의 트레이드 마크는 장타다. 거기에 시즌을 거듭하면서 아이언 샷과 퍼팅까지 좋아졌다. 박성현은 비시즌 기간 동안 쇼트 게임을 보완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에 전인지에게 밀려 상금 2위에 머물렀던 박성현은 “잠시나마 상금 랭킹 1위의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됐다. 2016년의 시작을 조금은 편안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박성현은 우승 상금으로 11만 달러(약 1억3000만 원)를 받았다. 2016 시즌 첫 대회에서 산뜻하게 첫 승을 하며 출발한 박성현의 2016년이 기대된다.
다시 한번 실력 차이를 느낀 중국
현대차 중국오픈에서는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우리 선수들끼리의 우승 경쟁이 펼쳐졌다. 한국의 박성현과 김효주, 장수연이 챔피언조로 경기에 나섰고, 바로 앞 조에는 전인지, 박결, 윤선정이 경기했다. 10번의 대회가 열리는 동안 중국과 한국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커지는 느낌이다. 중국의 여자골프도 성장했지만 그보다 한국여자골프의 성장이 더 컸기 때문이다. 역대 성적만 봐도 두 나라의 실력 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대회까지 우승자는 모두 한국선수들이 차지했다. 김효주가 3번, 신지애와 김혜윤 2번, 장하나, 유소연, 최혜용이 한 차례씩 우승했다. 중국선수 역대 최고 성적은 2011년 샤먼에서 열린 6회 대회(김혜윤 우승)에서 기록한 펑샨샨의 2위였다. 이번에도 결과는 한국선수들의 잔치로 끝이 났다. 한국은 52명이 출전해 42명이 예선을 통과했다. 그리고 1위부터 공동 10위까지의 리더보드를 온통 태극기로 물들게 했다. 반면 중국은 33명이 출전해 예선을 통과한 선수가 14명에 불과했다. 톱10에는 한 명도 들지 못했고, 시유팅이 공동 13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여자골프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은 부러움 그 자체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진행되는 기자회견에서 중국 언론들은 한국선수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한국여자골프가 왜 강한지를 몇 번이고 되물었다. 또 아직은 중국의 여자골프가 한국을 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중국 인민일보의 골프담당기자는 “한국선수들은 정말 골프를 잘 친다. 올해도 중국선수들은 따라가기 힘들었다. 7월 금호타이어여자오픈(웨이하이에서 열리는 대회) 때도 마찬가지지만 아직은 경쟁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면서 “내년부터는 상금을 줄이더라도 한국에서는 2진급 선수들만 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중국선수들도 경쟁이 될 것 같다. 갤러리들도 중국선수를 응원하기보다는 한국선수들을 따라다니면서 사진만 찍고 있다”고 부러워했다.
‘신데렐라’ 그 이상을 넘보는 박성현
박성현은 데뷔 시즌 두각을 보여주지 못해 올해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첫 우승에 도달하기 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 2015년 6월 롯데칸타타여자오픈 마지막 18번 홀에서 1m거리의 파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리드를 지키지 못해 첫 우승 기회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러나 2주 뒤에 열린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로 시즌 3승을 거뒀다. 박성현은 자신이 상승세를 탄 터닝포인트 지점을 첫 우승 뒤 퍼터의 변화에서 꼽았다. 장기인 장타 외에 퍼팅 등 세밀한 경기 운영을 보완한 것이 성공 동력이었다. 박성현은 퍼터가 안정감이 생기면서 상승세에 날개를 달았다. 박성현은 “경기가 안풀릴 때면 여러가지 방법을 해보는 편이다. 특히 퍼팅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며 “첫 우승 뒤 스트로크에 살짝 변화를 줬는데 편하게 됐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퍼팅 감각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KLPGA 데뷔 2년차를 마친 박성현은 호쾌한 장타에 곱상한 외모로 KLPGA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여자오픈 우승으로 새 시즌 스타트도 훌륭하게 끊었다. 자신이 신데렐라로 나선 2016 시즌 개막 첫 대회이자 2015년 마지막 대회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면서 새 시즌 활약도 기대케 했다. 박성현은 “시즌 첫 대회 우승으로 2016년 시작을 조금은 편안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시즌 개막까지는 텀이 조금 있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하다. 아직 전지훈련 일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구체적으로 계획을 잘 짜서 훈련해야겠다”고 말했다. 전지훈련 계획을 묻자 “아직 그린 주변 벙커나 어프로치가 다른 점에 비해 약하다.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해야 2016년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성현은 KLGPA 투어 상금랭킹 상위(2위) 자격으로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대회에도 출전한다. KIA클래식이 첫 무대다. 박성현은 “LPGA대회는 KEB하나은행 이후 두 번째인데 그 때는 한국에서 열렸기 때문에 LPGA 투어라는 느낌이 덜했다. 기대도 되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면서 “한 번 경험을 해봐야 ‘LPGA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느낌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