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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스토리] ‘모든 골퍼의 판타지를 만들다’ 오거스타내셔널GC와 마스터스를 만든 보비 존스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기계공학, 영문학,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 3곳의 대학을 졸업한 수
재. 메이저 대회에 31회 출전해 13회 우승, 톱10을 27회나 달성한 선수. 1930년 메이저 대회 4개를 싹쓸이하며, 기적적인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더니 28세의 나이에 그대로 은퇴해버린 쿨가이. 마스터스의 창립자, 미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설이 된 골프 천재,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마추어 골퍼, 보비 존스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1930년, 골프 역사상 전무후무한 단일 시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존스에게는 더 이룰 것이 없었다. 그해 11월, 보비 존스는 USGA를 통해서 공식 은퇴를 발표한다. 28살의 젊은 나이였다. 그래서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존스는 ‘대부분의 선수는 체력이 떨어지기 전에 정신력이 먼저 떨어지면서 승리에 대한 열정을 잃고 전성기를 끝내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랜드슬램 달성은 피 말리는 경쟁의 세계에서 미련 없이 떠날 계기가 돼 줬다.

 

“언젠가 보비 존스가 프로로 전향해 PGA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월터 하겐의 예언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셀럽 걱정은 하는 게 아니랬다

이후 존스는 평생 프로골프계로 들어가지 않고, 애틀랜타 지역의 변호사로서 활약했다. 그러나 보비 존스가 골프대회를 뛰는 선수로서 은퇴한 것이지 골프를 더는 치지 않기로 한 것도 아니었거니와, 유명세가 사라진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1931년 그는 할리우드에서 영화 출연을 하기로 계약했고, 스팔딩과 클럽에 자기 이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어 약 3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1930년 US오픈 우승 상금이 1천 달러, PGA 상금왕이던 진 사라센의 총수입이 2만1,500달러 수준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당시 ‘천문학적’이라고 표현해도 될 금액이다.

 

심지어 한 해에 3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골퍼는 보비 존스 이후 40년간 나오지 않았다. 보비 존스의 기록을 깬 건 ‘황금 곰’ 잭 니클라우스다.

 

‘그’ 골프장의 탄생

기본적으로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데다 성공한 골퍼였고, 지역의 유력 변호사이기도 한 보비 존스에게 돈보다 더 값져 보인 건 명예가 아니었을까. 그래선지 그는 자기 이름으로 선수들을 초대해 벌이는 대회를 만들고 싶었다.

 

이를 위해 애틀랜타 근처에 골프장 하나를 짓기로 한다. 물론 최초에는 골프 팬들의 이목을 피해 친구들과 조용히 골프를 즐길 ‘아지트’를 만들고 싶었다는 설도 있다.

 

월 스트리트 금융계에서 유명했던 클리포드 로버츠가 존스의 파트너로서 건설 자금 유치에 나섰다. 처음에는 전국에서 1,800명의 회원을 모집할 계획이었고, 클럽하우스도 대규모로 지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경제 공황이 시작되며 자금 조달은 난관에 부딪혔다. 회원은 겨우 76명만을 모으는 데 그쳤고, 공사가 중단될 뻔도 했다. 대규모 클럽하우스 계획도 무산됐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보비 존스와 클리포츠 로버츠는 끝내 골프장을 완성했다.

 

유명 코스디자이너 앨리스터 맥킨지가 설계한 이 골프장은 세계 최고의 명문 코스로 인정받았고, 1934년 제1회 대회를 개최하게 된다. 대회명은 골프장의 이름을 딴 ‘오거스타내셔널 인비테이션 토너먼트’였고, 언론은 이 대회를 ‘마스터스’로 불렀다. 그렇다. 보비 존스가 자신이 주최하는 대회를 만들기 위해 지었던 골프 코스, 그곳이 바로 그 오거스타내셔널GC다.

 

 

‘그’ 대회의 탄생

마스터스의 초기 공식 명칭은 ‘오거스타 내셔널 인비테이션 토너먼트’였다. 언론에서 이 대회를 ‘마스터스’로 보도하면서 1939년부터는 공식 명칭을 마스터스로 쓰게 됐다. 주최자인 보비 존스는 이미 은퇴한 선수였지만,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출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우승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보비 존스의 출전은 대회가 반복되면서 우승 경쟁보다는 명예와 대회의 상징성을 위한 것이 됐다.

 

첫 라운드에서 전년도 챔피언과 동반 라운드를 가졌고,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선두를 달리는 선수와 함께 쳤다. 시간이 지나며 마스터스는 존스의 명성만큼이나 세계 최고의 메이저 대회로 발돋움했다. 아니, 2024년 시점에서 보비 존스는 몰라도 오거스타내셔널GC와 마스터스는 아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니 존스의 명성보다 높아진 게 아닐까.

 

게다가 마스터스가 현재의 위상이 된 건 존스의 명성 덕분만은 아니다. 함께 대회를 운영한 클리포드 로버츠의 탁월한 경영 능력이 주효했다는 평을 받는다. 실제로 마스터스는 여타 대회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명실상부 ‘최고의 대회’라는 명성을 갖게 된다.

 

 

‘정숙하지 않아서…’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다섯 차례의 성공적인 토너먼트를 치르고 공동 창립자 로버츠는 존스에게 대회명을 공식적으로 마스터스로 변경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사실 처음부터 더 짧고 임팩트 있는 명칭을 짓고 싶던 터였다. 이는 이 대회를 ‘마스터스’라고 칭한 언론과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존스는 반대했다. 그것도 강력히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그 명칭이 ‘정숙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사실 로버츠의 주장은 “초청받은 골퍼들이 모두 골프 마스터, 즉 명인들(지금도 마스터스를 ‘명인 열전’으로 부르는 이유)이므로 ‘마스터스’로 부르자”는 것이었다. 존스는 그 자체가 “너무 거만하다”는 의견이었다.

 

로버츠는 그를 끊임없이 설득했고, 1938년 존스가 마음을 바꿨다. 그리고 1939년. 드디어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매 시즌 PGA투어의 메이저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마스터스’라는 대회명이 공식 채택됐다.

 

회원도 ‘정숙’해야

오거스타내셔널GC를 홍보하기 위해 US오픈을 유치하고 싶었지만, PGA가 동의하지 않아 수포로 돌아가는 고배를 마신 클리포드 로버츠는 아예 직접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는 골프장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부분에 관여했다. 그의 승인 없이는 잔디 한 뼘도 깎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오거스타내셔널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골프장으로 유명해진 건 이런 이유에서일지도 모르겠다.

 

오거스타내셔널은 현재도 300여 명의 회원 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보비 존스와 로버츠의 최초 계획대로 1,800명까지 늘리겠다는 발표가 한번 나온다면 세계 골프계를, 아니 조금 더 솔직히 세계의 상류사회를 흔드는 뉴스가 될 것 같다는 망상도 하게 된다.

 

심지어 오거스타내셔널의 회원권은 양도나 대여가 불가하며 회원이 사망하는 등으로 결원이 생겼을 때만 신규 회원을 심사한다. 참고로 도널드 트럼프는 회원 심사에서 탈락했으며, 빌 게이츠는 10년을 기다린 끝에 회원이 됐다.

 

유명한 일화로 빌 게이츠는 회원이 되기 전에 ‘오거스타내셔널 회원 후보 명단에 등록했다’는 게시글을 트위터에 포스팅했었는데, 이 때문에 대기 명단 등재를 취소당하기도 했다. 아마도 그런 행태가 ‘정숙’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의외로 객단가가 비싼 곳은 아니다. 오거스타내셔널의 그린피는 200~300달러 사이, 캐디피는 100달러 정도다. 음식값을 포함한 500~600달러 정도면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다. 회원권은 어떨까? 회원이 된다면 약 4만 달러(약 4,500만 원)의 입회비만 내면 된다.

 

 

 

꽃밭에서 펼쳐지는 명인열전

오거스타내셔널 부지는 원래 육묘장이었고, 전 소유주에 경의를 표시하기 위해 홀마다 꽃이나 나무 이름을 붙였다. 현재 오거스타내셔널에는 350종의 식물이 있고, 나무와 관목 수가 8만 그루라고 알려졌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꽃은 철쭉(아젤리아)다. 이 아젤리아에 해당하는 홀은 ‘아멘 코너’의 마지막인 13번 홀로 약 1,600그루의 철쭉이 심겨있다.

 

그렇게 오거스타내셔널은 조경의 극치를 선보이는 코스로도 유명해졌다. 그러나 이면에는 자연을 자연스럽게 두지 않는 행태로 비난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통적으로 4월에 개최되는 마스터스를 위해 철쭉의 개화 시기를 인위적으로 조절한다는데, 예를 들면 기온이 너무 따뜻하면 얼음을 사용해 개화 시기를 늦추는 식이다. 사실 아름다운 경관을 유지하기 위해 인위적인 ‘조치’를 가하는 게 이뿐만은 아니다. 살충제나 제초제 사용은 물론이고, 푸른색을 유지하기 위해 색소를 칠하기도 한다. 친환경을 통한 지속 가능성의 가치가 높아진 시대에 ‘시대를 역행하는 관리 방식’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기는 하다.

 

 

진짜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굴곡

마스터스의 초대 챔피언이자 최초로 2승을 거둔 주인공인 호튼 스미스(지난 호에서 1930년 유일하게 보비 존스를 꺾은 주인공이자, 존스에게 숏 게임을 조언해 큰 도움을 준 그 호튼 스미스 맞다)는 “내게 오거스타내셔널 코스는 개성과 독특함, 개별성을 가진다. 홀 대부분에서 2가지 게임을 제공하는 몇 안 되는 코스”라고 말했는데, 이는 이곳의 어떤 홀이든 롱 게임과 숏 게임이 서로 다른 2가지 종목처럼 느껴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막상 이곳의 코스 레이아웃을 보면 특별히 괴랄한 지점은 눈에 띄지 않고 오히려 평범할 정도다. 페어웨이는 넓고 44개의 벙커, 6개의 워터해저드 정도가 다다. 문제는 일명 ‘유리알 그린’이라고 불리는 빠른 그린이다. 오거스타내셔널의 그린 스피드는 최고 4.5m에 달한다. 1·2라운드에서는 평균 3.8m, 3라운드 이후부터 평균 4m 이상으로 세팅한다.

빠른 그린만이라면 그나마 다행인데, 단단하기까지 하다. 볼의 탄도가 조금만 달라도 결과는 확 달라진다. 거기까지냐고? 아직 한 발 남았다. 오거스나내셔널GC의 그린이 이만한 악명을 얻은 건 ‘굴곡’ 때문이기도 하다. 여러 차례의 진화 끝에 오거스타의 그린이 ‘완벽함의 상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각각의 그린을 공략할 때 필요한 샷과 전략도 설계에 반영했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예로 오조준하는 대신 백스핀을 최대한 활용해 볼을 홀 쪽으로 끌어당긴다거나, 90°로 휘어지는 라인으로 퍼트를 보내는 등의 창의적인 플레이가 향연을 펼치게 된다.

 

아멘 코너 12번 홀

오거스타내셔널의 11번~13번 홀을 아멘 코너라고 부른다. 코스 공략이 까다로워서 선수들이 절로 “아멘”을 읊조린다고 해 붙은 이름으로 알려졌는데, 과거 마스터스를 취재하던 기자가 대회의 극적인 상황을 묘사하며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도 한다. 어떤 게 맞든 간에 그럴 정도로 드라마틱한 장면이 자주 연출되는 홀이라는 점은 잘 알겠다.

특히 155야드의 짧은 12번 홀이 가장 자주 언급되는 홀이다. 티잉 그라운드가 나무로 둘러싸인 탓에 바람을 느끼기 어려운데, 사실 그린 주변에는 강력하면서도 변덕스러운 바람이 도사리고 있다. 2020년 타이거 우즈는 이 홀에서 3번이나 워터해저드에 공을 빠뜨리며 10타 만에 겨우 홀아웃을 할 수 있었을 정도다.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뀌는 덕분에 선수들의 클럽 선택도 각양각색이다. 선택된 클럽은 9번부터 5번 아이언까지 다양했고, 아예 그린 앞 벙커를 겨냥하고 샷을 하는 선수도 있을 정도다.

마스터스 중계를 볼 때, 이 홀의 경기 장면을 보다 보면 여전히 그들은 아마추어 골퍼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고, 그런 기량을 선보이는 중인 걸 알면서도 세계적인 골퍼들이 연달아 해저드에 공을 빠뜨리는 모습에서는 묘한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최초가 최고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최초는 분명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그게 최고임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마스터스가 최초로 시도한 것들은 오늘날까지도 골프 이벤트 분야의 연구 대상으로서 회자될 정도이며, ‘마케팅과 이노베이션이 만들어낸 최고의 성공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마스터스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것들은 2024년 현재에는 어쩌면 아주 상식적인 것이기도 하다. 물론 마스터스는 지금도 매년 새로운 혁신에 도전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대회 일정이다. 마스터스 이전 여타 대회에서는 1·2일 차에 18홀씩, 마지막 날인 3일 차에 36홀을 플레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존스는 마지막 날 36홀을 플레이하는 것이 선수들의 기량 발휘에는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고, 대회 일정을 하루 늘렸다. 마스터스는 4라운드 대회를 4일에 걸쳐 개최한 최초의 대회가 됐다.

그밖에도 시합 당일 입장객에게 선수들의 티오프 시간을 인쇄해 나눠준 것, 그린 주변으로 스탠드를 설치한 것, 페어웨이에 로프로 갤러리의 진입을 방지한 것, 리더보드 갱신을 위해 전화 라인을 연결한 것, 1만 대 이상의 주차 공간을 클럽이 소유한 것도 마스터스가 처음이었다.

CBS에 중계권을 팔면서도 다른 대회와는 차별화된 전략을 세웠다. 중계권은 싸게 파는 대신 광고 시간을 최소화했다. 광고 제품 선정도 마스터스가 직접 협의하는 권한을 가졌다. 대회장을 직접 방문하는 갤러리는 물론 TV 시청자들의 편의까지 배려하는 노력으로 마스터스는 ‘최고’의 대회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마스터스의 진화는 멈추지 않는다

마스터스는 전 세계 골프 중계방송을 통틀어서도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현재 TV 시청률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 타이거 우즈가 처음 우승한 1997년에는 14.1%, 타이거 슬램을 달성한 2001년에 13.3%로 선방해왔지만 2019년(타이거 우즈 우승) 6.9%, 11월에 열린 2020년(더스틴 존슨 우승)에는 3.4%로 반 토막 났다. 1957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였다.

흥행에 실패했을까? 그럴 리가. 오거스타내셔널이 방송사(CBS) 송출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미디어 시스템을 구축해 새로운 중계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거스타내셔널은 1996년 론칭한 홈페이지를 통해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시청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홈페이지 내 별도 팟캐스트 채널을 운영함은 물론, SNS를 통해 콘텐츠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2006년에는 아멘 코너를 라이브 스트리밍했고, 2009년에는 처음으로 마스터스 앱을 론칭했다. 2010년에는 3D 라이브 스트리밍을 채택한 최초의 메이저 대회가 됐고, 2016년에는 6번 홀과 16번 홀을 무려 VR로 스트리밍했다. 2018년에는 AI 기반의 하이라이트를 제공했고, 2019년에는 모든 홀에서의 모든 샷에 트래커를 도입해 동시 중계에 활용하는 등 디지털 플랫폼화했다. 그리고 2020년에는 마이그룹 서비스로 출전한 모든 선수의 샷을 카메라에 담았고, 모든 샷에 트래커를 적용해 탄착지점을 동시 중계했다.

2021년에는 예측 베팅 시스템인 ‘마스터스 판타지’를 론칭해 골프 팬들이 대회 결과를 예측하고, 적중한 팬들에게 마스터스 기념 굿즈를 배송(미국 내 거주하는 18세 이상 대상)해주는 솔깃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가장 높은 ‘그랑프리’에 당첨되면 마스터스 핀 깃발과 우산, 가죽 파우치 등 총 2,354달러(약 270만 원) 상당의 경품을 받는다.

 

가장 젊은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와 오거스타내셔널은 폐쇄적일지언정, 진화를 멈추지는 않고 있다. 그것이 마스터스를 최고의 대회로 만들었고,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전통을 중시하지만, 콘텐츠로서의 본질을 잊지 않는 마스터스와 오거스타내셔널의 모습은 창립자인 보비 존스의 모습과 닮아있다. 4대 메이저 대회 중 가장 역사가 짧으면서도 ‘메이저 오브 메이저’라는 위상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보비 존스는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사지가 마비되는 병으로 휠체어를 타고 마스터스를 참관하곤 했다. 매년 병세가 악화되는 그를 보고 한 친구가 눈물짓자 존스는 “우리는 언제나 공이 놓인 그대로 플레이를 하는 것이네(We just play the ball as it lies)”라고 말했다.

‘시합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고, 선수 개인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다’던 그의 지론과 맞닿는 발언이다. 늘 주어진 상황에서 그저 최선을 다하며 산 보비 존스는 1971년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골프 역사상 가장 명석하고, 겸손하며, 언변이 뛰어나고, 글을 잘 쓰는 골퍼로 평가된다.

2024년 마스터스 토너먼트도 어느새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4월 11일부터 14일(현지시각)까지다. 아무래도 보비 존스의 이야기를 다시금 다뤄본 올해의 마스터스는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보비 존스 편, 끝)

 

 

자료 박노승 〈더 멀리 더 가까이〉 도서출판 충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