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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작은 카드 한 장, e스포츠의 판을 바꾸다’

팬심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
팬의 감정과 일상을 점유할 수 있는 콘텐츠 필요
e스포츠의 진짜 승부는, 경기장이 아닌 팬심

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 글로벌 e스포츠 산업의 외형은 화려하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매출 약 16억 달러, 수억 명의 팬, 스트리밍 플랫폼의 성장,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스포츠로서의 위상은 이미 확보했고, 미디어 콘텐츠로서도 강력한 잠재력을 가진다. 하지만 그 화려한 외피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내 대부분의 e스포츠 구단은 여전히 적자에 시달리는 구조적인 한계속에 있다. 단순한 경기력, 단기적 성적만으로는 구단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

 

최근, 몇몇 구단이 내놓은 의외의 ‘승부수’는 바로 트레이딩 카드, ‘작은 카드 한 장’이다.

 

젠지(Gen.G), 디플러스 기아(Dplus KIA) 등 LCK 대표 구단들은 최근 트레이딩 카드 시리즈를 공식 출시하며 굿즈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브레이크앤컴퍼니와의 협업으로 제작된 이 카드들은 단순한 인쇄물이 아니다. 선수 친필 사인, 실착 유니폼 조각, 렌티큘러 효과, 일러스트 콜라보 등 전통 스포츠 카드에서나 볼 법한 희소성과 수집 가치를 앞세운 콘텐츠다.

 

이것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다. 팬들은 이 카드를 자산처럼 모으고, 교환하고, 인증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소비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K-POP 포토카드 문화에 익숙한 국내 팬들에게 이런 수집형 콘텐츠는 매우 자연스러운 소비 방식이다.

 

물론 트레이딩 카드 하나로 구단의 적자 구조가 단숨에 해결되진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방향성이다. 경기가 아닌, 선수 브랜드와 팬의 감정이 실물 콘텐츠로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실험은 의미가 깊다.

 

팬은 더 이상 수동적인 ‘관람자’가 아니다. 그들은 콘텐츠의 일부이며, 동시에 콘텐츠를 소비하고 재창조하는 주체다. 팬심이 콘텐츠이고, 팬심이 곧 자산이 되는 시대, 트레이딩 카드는 구단과 팬 사이의 새로운 연결고리로 기능할 수 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4년 국내 e스포츠 시장의 수익은 약 2억 9,700만 달러(한화 약 4천억 원), 2028년까지는 약 5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전히 미디어 권리, 베팅, 스폰서십이 주요 수익원이지만, 굿즈와 티켓은 팬덤을 직접 수익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접점이다.

 

국내 구단들이 이제야 이 영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늦었지만, 분명 필요한 움직임이다. 팬들이 소비할 수 있는 ‘무형의 감정’을 ‘형태 있는 상품’으로 전환할 때, 산업은 비로소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다.

 

경기력은 언제나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e스포츠가 단순한 경기 산업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 산업으로 진화하려면, 팬과의 관계를 구조화해야 한다. 경기를 넘어, 팬의 감정과 일상을 점유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 점에서 트레이딩 카드는 작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e스포츠의 진짜 승부는, 경기장이 아닌 팬심에서 산업을 이끌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