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농촌은 바빠진다. 씨 뿌릴 준비를 하고, 비료를 고르고, 기계를 손보느라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하지만 요즘 농민들 마음속엔 묵직한 고민이 자리잡고 있다. 계속 오르는 농자재 가격.
그런 가운데 전남도가 940억 원 규모의 친환경농자재 지원에 나섰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농가의 부담을 덜어주고, 친환경 농업의 뿌리를 더욱 깊게 내리겠다는 의지다.
지원 항목은 △유기농업자재 △토양개량제 △유기질비료 △친환경농업단지 조성 등 4가지.
세부적으로 보면 유기농업자재에는 196억 원, 토양개량제 193억 원, 유기질비료 201억 원, 친환경농업단지 조성에 350억 원이 배정됐다. 전체 예산 중 842억 원은 국비·도비 등 보조금이고, 나머지 98억 원은 자부담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유기농업자재 지원사업’.
유기농 인증 농가는 ㏊당 200만 원, 무농약 인증 농가는 150만 원의 자재 구입비를 지원받는다. 해당 자재는 친환경농어업법에 따라 등록된 제품만 해당되며, 토양검정 비용도 함께 지원된다. 농민 입장에선 ‘쓸 수 있는 걸 명확히’ 정해줬다는 점에서 혼란이 줄어든다.
토양개량제는 3년 단위로 마을이나 들녘 단위로 공급된다. 규산 함량이 낮거나 산성화된 논밭이 주요 대상이다. 올해는 규산질·석회질 비료 등 7만 4천 톤이 공급된다.
유기질비료와 가축분퇴비 공급도 이어진다. 농축산 부산물을 자원화하면서 동시에 토양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총 공급량은 43만 6천 톤. 양으로만 보면 역대 최고 수준이다.
또한 ‘친환경농업단지 조성사업’은 개별 농가가 아닌 지역 단위로 지원이 집중된다. 단지화된 지역은 방제, 관리, 유통 등에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벼 재배의 경우, 유기농 인증은 ㏊당 120만 원, 무농약 인증은 50만 원이 지원된다.
전남도 박현식 농축산식품국장은 “지속가능한 농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농가들이 마음 놓고 친환경 농업을 실천할 수 있도록 영농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친환경 인증 면적을 보유한 지역이다.
이번 대규모 자재 지원은 재정 지원의 범위를 넘어, 전남 농업이 지향하는 길을 분명히 보여주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생산비는 줄이고, 환경은 살리고. 전남도가 내민 친환경 정책의 방향에 농민들의 호응이 모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