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이창희 기자 | 경기 북부의 중심도시로 급부상한 양주시가 문화·관광 정책의 체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문화관광재단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2024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양주시 인구는 약 29만 명으로 2년 전보다 2만 명(7.8%) 증가해 경기북부 시·군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인구 증가에 따라 시민의 문화 수요도 커지고 있으나, 양주시는 아직 독립된 문화관광재단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23곳은 이미 문화재단 또는 문화관광재단을 운영 중이며, 파주시와 포천시도 각각 2024년과 2021년에 재단을 설립했다. 양주시는 현재 경기도와의 2차 설립 협의까지는 마친 상태다.

문화관광재단의 부재는 공모사업 대응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의 국고보조금 규모는 약 2조5000억 원에 달하지만, 양주시가 최근 3년간 확보한 문화관광 분야 국·도비 예산은 연평균 45억 원에 그쳤다.

이는 양주시 문화관광과 전체 예산의 약 26% 수준으로, 유사 규모의 타 지자체에 비해 낮은 수치다.

전문조직 없이 지자체가 직접 문화관광 사업을 수행하는 구조에서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 기획이나 전략적 마케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문화관광재단 설립은 재정 확대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문화관광정책 수립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 양주시의 문화관광 정책은 문화예술교육, 관광마케팅, 생활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이 분산 추진되고 있다.

통합적인 전략 수립과 장기적 비전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양주시는 2025년 말 출범을 목표로 대표이사 직속의 4개 팀 체제로 문화관광재단 설립을 준비 중이다.

신설 재단은 문화예술단체 활동지원, 축제 운영, 시티투어 및 관광안내소 운영, 생활문화센터 운영 등 36개 사업을 통합 수행할 예정이다.

단순한 사무 이관을 넘어 지역 고유 콘텐츠 발굴, 관광상품 개발, 예술인 육성, 민관 거버넌스 구축 등 핵심 전략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경기연구원이 실시한 타당성 검토에서는 11개 평가지표 중 8개에서 높음 평가를 받았으며, 특히 사업 지속성, 조직 효율성, 수요 적합성 등의 항목에서 긍정적 결과가 도출됐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분석됐다. 설립 후 5년간 생산유발 효과는 약 270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175억 원, 고용 유발 효과는 359명으로 추산됐다.

시민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 시민 다수는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와 공공기관 주도 운영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문화시설 확충을 넘어 시민 중심 문화관광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양주시는 지난 3월 타당성 검토 결과를 공개하고, 시 출자출연기관 운영심의위원회 심의와 경기도 설립 동의를 마쳤다. 현재 조례 제정, 예산 확보, 임원 공모, 사무실 마련 등의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시 관계자는 "문화관광재단 설립이 연내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각종 공모사업에 따른 국·도비 확보가 1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며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예산 집행 주기에 맞추기 위해서는 지금이 설립의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