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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살쾡이 전설 깃든 담양 ‘추성주’…천년의 향 되살리다

- 사찰서 전해진 약술, 식품명인 손에서 현대 감성 입은 명주로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남도가 7월의 전통주로 선정한 ‘추성주’는 술 그 이상으로 천 년의 시간과 이야기를 품은 귀한 문화유산이다. 이 술은 전설과 전통, 그리고 한 명인의 집념이 어우러진 결과물로, 담양이라는 지역의 역사성과 전통주의 가치까지 함께 되살려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추성주’의 기원은 담양 금성면 원율리에 위치한 고찰 연동사(蓮洞寺)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에서 스님들이 몸을 보하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마셨던 약술이 바로 그 시초다. 약재를 달여 만든 이 술은 불가에서는 상비약으로, 도가에서는 신선주로 전해지며 깊은 의미를 담았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살쾡이가 술 빚는 법을 전수했다’는 흥미로운 전설까지 내려온다. 추성주에 얽힌 이 같은 설화는 술 한 잔에도 담양의 문화적 깊이를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 귀한 술도 역사 속에서 긴 시련을 겪었다. 일제강점기 가양주 금지령으로 인해 제조가 끊기고, 현대에 접어들며 전통주를 잇는 가문조차 그 명맥을 잃어가던 상황. 특히 양대수 식품명인의 선친 대에서 술 제조가 중단되며 ‘추성주’는 기록과 기억 속에서조차 흐려지고 있었다.

 

그 맥을 되살린 인물이 바로 대한민국식품명인 제22호 양대수 대표다. 어린 시절 증조부가 남긴 ‘주방문(酒方文)’ 한 장과 마을 어르신들의 희미한 기억이 그의 출발점이었다. 전통 양조를 독학한 그는 누룩과 발효, 증류까지 하나하나 실험하며 복원을 시도했고, 약재의 조합과 처리 방식까지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쳤다. 단 1ml의 맛 차이에도 몇 달을 되돌리기를 반복한 끝에, 4년 만에 마을 어르신들에게 “그래, 이게 바로 그 맛이지”라는 말을 듣게 됐다. 잊혔던 술이 다시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추성주는 누룩과 쌀, 구기자, 오미자, 감초, 대추 등 10여 종의 한약재로 빚는다. 일반 전통주보다 누룩 비율이 현저히 낮고(6~7%) 엿기름을 활용해 발효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25~30도에서 10~12일간 발효한 후 숙성과 여과 과정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25도라는 높은 알코올 도수를 지닌다. 그럼에도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이 감돌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약술’의 전통을 지키되 현대인의 입맛을 고려한 정교한 설계가 돋보인다.

 

양 명인은 “좋은 술은 고집과 기다림에서 나온다”며 “우리 술이 세계적인 위스키나 사케 못지않은 깊이와 스토리를 갖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추성주는 국내외 다양한 전통주 품평회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통주를 찾는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건강한 고도주’로 주목받고 있다.

 

박상미 전라남도 농식품유통과장은 “추성주는 단순히 옛맛을 복원한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상징적인 술”이라며 “앞으로도 전남의 우수한 전통주를 적극 발굴하고 널리 알려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추성주’는 현재 전국 주요 백화점과 담양 추성고을 매장, 그리고 추성고을 공식 누리집에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