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충청남도가 흔들리고 있다. 도정의 중심을 떠받치는 공공기관들이 잇따른 기관장 공모 실패로 행정 마비 수준의 비효율을 겪고 있고, 그 중심에는 김태흠 충남지사의 무리한 인사 개편이 놓여 있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충남문화관광재단은 1차와 2차 공개모집에서 모두 ‘적격자 없음’ 결론을 내고, 7월 4일 3차 공모에 돌입했다. 충남경제진흥원도 마찬가지다. 충남 천안의료원 원장은 임명 8개월 만에 ‘기관장 경고 처분’을 받았다.
수의계약 관행, 법인카드 부적절 사용 등 각종 문제들이 이어지면서, 김 지사의 ‘핵심 측근 인사’라는 점도 논란의 불씨가 됐다.
공모 실패는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다. 공공기관장의 무더기 교체, 그 뒤에 숨겨진 정치적 의도, 그리고 ‘깜깜이 심사’ 논란이 겹치면서 지역사회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김태흠 지사가 민선 8기 출범 이후 다수 기관장을 교체하면서 정무적 판단이 인사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행정의 연속성과 전문성은 뒷전이고, ‘코드 인사’, ‘충성 인사’ 중심의 낙하산 인사 구조가 자리 잡은 것 아닌가?
충남문화관광재단의 경우 1차 공모에는 5명, 2차에는 3명이 지원했다. 그 중 일부는 서류심사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원추천위원회는 끝내 ‘적격자 없음’ 판단을 내렸다. “서류 기준 미달”, “면접 역량 부족”이라는 설명이 붙었지만, 지원자들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닌데 적격자가 없었다는 결론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절차적 투명성도 문제다. 1차와 2차 심사위원이 동일한 인물이라는 점, 심사 과정과 위원 명단이 비공개로 운영된다는 점은 “혹시 내정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재단 측은 “법적 절차를 준수했으며, 모든 과정은 기록으로 남고 감사 대상이 된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무너진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장기간 기관장 공석이 이어질 경우, 조직 운영 자체가 마비된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후임자 임명 전까지 기존 기관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임기가 만료된 상태에서의 지속적 업무 수행은 조직 동력과 책임성이 떨어지는 구조로 이어진다. ‘무책임한 직무대행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의사결정 지연, 행정 혼선은 필연적이다.
기관의 특성과 운영 방향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기관장을 임명하고, 문제 제기에도 투명한 해명보다는 반복되는 침묵과 해명자료로 일관한다면 결국 무너지는 것은 행정의 신뢰, 나아가 도민의 민심이다.
공공기관장은 ‘코드’가 아니라 ‘역량’으로 뽑아야 한다. 임기 연동, 퇴직금 부재, 강화된 자격요건 등 현실적 제약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신뢰받지 못하는 절차’와 ‘정치화된 인사 시스템’이다.

충남도에서 반복되는 ‘적격자 없음’은 사실상 ‘인사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며, 기관장 공백 사태는 김 지사의 오판에서 비롯된 결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도민이 궁금한 것은 단 하나다. 정말로 적격자가 없었던 것인가? 아니면, ‘원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적격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인가?
충남도는 ‘정치적 인사’라는 구시대적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공기관 인사는 도지사의 권한이 아닌 도민의 신뢰를 위임받은 공적 책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도정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적격자 없음을 반복하는 인사 시스템은 결국 도민의 적격성 평가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