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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건설산업, 실적 반토막·부채 360% 급등…“집안 공사로 호가호위하던 시대는 끝났다”

유통 부진·외부 수주 부재에 실적 급감
동원그룹 전반 구조적인 리스크도 부각

지이코노미 최영규 기자 | 동원건설산업(대표이사 조성진)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그룹 계열사에 의존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매출이 반토막 났다. 부채비율은 360%를 넘어서며 고위험 건설사로 전락했다. 그룹 내부 수주 축소와 외부 사업 부진이 겹친 탓으로 건설사 자체의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동원F&B 산하 건설사인 동원건설산업은 오랜 기간 동원그룹 내 물류센터, 식품공장 등의 ‘내부 공사’를 주력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최근 유통·식품업의 둔화와 이커머스 확산에 따른 오프라인 자산 투자 축소로 계열사 발주 물량이 줄면서, 실적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실적 하락세는 수치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2022년 7조 3,400억 원에 달하던 매출은 2023년 6조 6,200억 원, 2024년에는 3조 7,000억 원 수준까지 급전직하했다. 2023년에는 26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2024년에는 87억 원 흑자로 전환되었으나, 업계에선 이를 “손실 누적 현장의 준공에 따른 일시적 착시 효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실제 지오앤에스 용인물류센터, 영종 미단시티 공동주택, 부천 옥길 지식산업센터 등 외부 프로젝트에서 공사대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른 공사미수금은 1,237억 원에 이르고, 장기적인 미수금 회수 지연은 유동성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재무안정성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 2020년 81.4%였던 부채비율은 2022년 249.6%, 2023년 343.9%로 오르더니 2024년에는 무려 360%까지 치솟았다. 건설업 특성상 선투자 후정산 구조로 통상 부채비율이 높게 형성되지만, 300%를 넘기면 업계에서도 ‘고위험’으로 분류한다.

 

신용등급도 결국 하향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월 20일 동원건설산업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등급 하향 배경으로 “손실 누적과 실적 부진에 따른 이익창출력 약화, 재무구조 개선 지연”을 들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룹 내부 물량으로 실적을 채우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라며 “외부 수주 경쟁력이 부족한 건설사는 빠르게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동원건설산업의 위기는 곧 동원그룹 전반의 구조적 리스크와도 무관치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오너 일가 중심의 합병과 자사주 소각을 통한 지배력 강화가 이어졌지만,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권익이 반복적으로 침해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2022년 단행된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의 합병은 오너 일가에 유리한 비율로 추진됐고, 2024년 동원F&B의 상장폐지 역시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조건이라는 논란을 낳았다. 자사주 22.5%를 소각한 동원산업의 조치는 김남정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87%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경영권 강화와 상장폐지 수순 밟기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룹 전반의 신규 투자 위축, 유통사업의 성장 정체, 그리고 투명하지 못한 경영 구조는 동원건설산업과 같은 계열사에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지속될 경우, 외부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동원건설산업은 지금이 사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마지막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그룹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해선 외부 수주 확대, 리스크 분산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동원건설산업의 위기 극복은 무엇보다 그룹 차원의 투명성 제고와 주주가치 회복이 전제조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