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오명숙 기자 | 영암군이 지역 곳곳의 복지 사각지대를 살피고, 공동체 돌봄을 실천하며, 역사와 교육의 가치를 되새기는 다양한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민관이 손을 맞잡고 복지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고, 청소년과 군민이 함께 지역의 인물과 역사를 기리는 등 ‘사람 중심 행정’의 실천이 영암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다.

최근 열린 ‘영암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워크숍’은 이러한 행정 철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한국트로트가요센터에서 위원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워크숍은 공동체 돌봄과 민관 협력, 그리고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주제로 진행됐다.
특강에 나선 엄미현 공동체복지연구원장은 “복지는 약자를 돕는 것을 넘어, 우리가 함께 존엄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여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행정과 주민이 각자의 역할을 인정하고 협력할 때 비로소 지역 공동체가 살아난다고 했다.
워크숍에서는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라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도 이어졌다. 영암군의 노인 비율은 30.4%, 1인 가구 비율은 42.2%로 전국 평균보다 높다. 이에 참석자들은 이웃의 일상적 돌봄 실천과 실제 사례 공유를 통해, 작은 관심이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바로 그 ‘변화’는 현장에서 실현되고 있다. 영암군은 2023년부터 폐지 줍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생계형, 소일형 등 다양한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지원에 나섰다. 올해까지 총 42명이 확인됐고, 이 중 생계를 위한 어르신들에게는 경제·정서·주거 분야의 생활밀착형 복지서비스가 제공됐다.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영암군은 기초수급 신청, 냉·난방비 지원, 정서 프로그램, 보일러 수리, 도배·장판 시공 등 총 21건의 현장 지원을 완료했다. 각 지원에는 읍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 복지기동대, 자원봉사단 등 민간 주체들도 적극 참여해 촘촘한 협력 체계를 보여줬다.
우승희 군수는 지난 16일, 주거 개선을 요청한 한 어르신 가정을 직접 방문해 안부를 전하고 “복지는 모니터 속 수치가 아닌, 사람이 사는 삶터에서 완성되는 것”이라며 “현장 중심의 복지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해당 어르신은 “오랜 외로움 속에 살았지만, 지금은 내 곁에 누군가 있다는 걸 느낀다”며 영암에서의 삶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한편, 영암군은 복지뿐 아니라 교육과 역사 분야에서도 공동체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같은 날 청소년센터에서는 제헌헌법 제정 77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영암 출신 제헌헌법 기초위원인 낭산 김준연 선생이 인공지능(AI) 영상으로 후배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낭산 선생의 후손들과 함께한 기념식에는 영암초등학교 학생 70여 명을 비롯한 청소년들이 대거 참석했고, 지역 청년들과 기예무단 단원들이 준비한 연극 '영암, 헌법의 숨결을 품다'가 무대에 올랐다. 1948년 헌법 제정 당시의 열띤 토론과 헌법 공포 장면이 재현되며, 청중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특히 영암초 6학년 김하율 학생이 현행 헌법 전문을 낭독하는 장면은 세대를 잇는 헌법정신의 상징적 순간이었다.
행사 이후, 학생들은 낭산 김준연 기념관을 찾아 그의 삶과 헌신을 담은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고, 자신만의 신념을 담은 에코백을 만드는 체험도 진행했다.
영암군은 앞으로도 복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청소년과 군민이 지역의 가치를 배우며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람 중심의 정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