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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대규모 감원·공장 건설 중단…기술 리더십 회복은 '뒷전'

AI 시대 뒤처진 인텔, 구조조정 수위 높여
공장 완공 연기·14A 기술 도입도 '조건부'
"백지수표 없다"는 탄 CEO, 기술보다 비용에 방점

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실적 악화에 대응해 전 세계 인력의 약 15%에 해당하는 추가 감원을 단행하고, 유럽 및 미국에서 추진 중이던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일부 중단하거나 연기하기로 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텔은 올해 자본 지출을 180억 달러 수준으로 축소하고, 내년에는 비용 절감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인력은 7만5000명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 감원은 중간 관리자급을 중심으로 이미 시작됐으며, 연말까지 총 2만1000명 이상이 해고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독일과 폴란드에서 진행 중이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인근에서 진행 중인 280억 달러 규모의 신규 공장 완공 시점도 2030년 이후로 미뤘다. 해당 프로젝트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지만, 일정 지연으로 인해 실제 수령 시점 역시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립부 탄 인텔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에서 "이제 더는 백지수표는 없다"며 "모든 투자는 경제적 타당성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인텔은 수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과도한 투자를 단행해 저활용 자산이 양산됐다"며 파운드리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팻 겔싱어 전 CEO 체제에서는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파운드리 전략이 추진됐지만, 수주에 실패하면서 적자가 확대됐다. 인텔은 올해 2분기(4~6월) 매출 129억 달러를 기록해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으나, 순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29억 달러에 달했다. 이로써 인텔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인텔은 향후 전략으로 AI 반도체 시장 집중, PC용 프로세서 점유율 회복, 차세대 14A(1.4나노미터) 공정 개발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14A 도입 역시 고객 수주 상황에 따라 조건부로 추진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웨드부시증권의 맷 브라이슨 애널리스트는 "고객 확보 실패 시 기술 전략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AI 전략 역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탄 CEO는 "의사결정 등 복잡한 작업이 가능한 AI 관련 제품 개발에 집중하겠다"고만 밝혔고, 데이비드 진스너 CFO는 "아직 시장에 공개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신제품 공개를 유보했다.

 

이마케의 제이컵 본 애널리스트는 "AI 칩 수요는 세계적으로 폭발하고 있다"며 "인텔은 이 시장 가치 사슬 내에서 확실한 위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 환경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인텔이 기술 리더십을 복원하지 못한다면 위기 탈출은 어렵다"고 경고했다.

 

한편 진스너 CFO는 PC용 반도체 수요 일부 회복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 관세 발효 전에 선구매에 나선 고객들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은 한때 글로벌 CPU 시장을 주도했지만, AI 중심의 고성능 반도체 전환 흐름에 선제 대응하지 못하면서 엔비디아, AMD, TSMC 등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