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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지역 피해사례 첫 발굴…13명 구술자료·동원 경로 등 확인

- 13일 전일빌딩245서 '기림의 날' 행사…시민강연·영상·공연 등 마련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광주광역시가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지역 피해 사례를 처음으로 공식 발굴해 공개한다. 광주시는 이를 기초로 오는 13일 오후 5시, 전일빌딩245 다목적강당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를 연다.

 

이번 조사는 광주시가 지난해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 공공역사연구소에 의뢰해 진행한 것으로, 지역성과 역사성을 반영한 기림의 날 행사를 마련하기 위한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형식적으로 치러지던 행사를 개선하고자 추진됐다.

 

조사 결과, 광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위안부 피해자 13명의 구술자료와 동원 경로가 확인됐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광주의 제사공장(실 뽑는 공장)이나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중,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지로 강제 동원됐다.

 

이처럼 광주는 인근 농촌에서 이주한 여성들이 모여드는 중간 집결지이자, 일본군 위안부로 가는 경유지 역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사례 가운데 최복애 할머니는 광주 방직공장에서 일하다 남광주역에서 기차를 타고 여수를 거쳐 배를 탔다. 이후 일본을 경유해 결국 남태평양의 팔라우 섬에 도착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김태선(가명) 할머니는 강진에서 동원돼 광주의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호남선 화물칸에 실려 미얀마(옛 버마)까지 끌려갔다.

 

광주시는 이번에 피해자들의 구술뿐 아니라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기록도 함께 발굴했다.

 

1938년부터 1944년 사이 ‘공출’과 관련된 유언비어 유포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 7건이 그 예다. 판결문에는 “일제가 어린 소녀나 과부를 전쟁터에 보낸다”는 소문을 퍼뜨렸다는 이유로 처벌이 내려진 사실이 기록돼 있다. 이는 당시 여성들이 겪었던 공포와 억압적 시대 분위기를 생생히 증언하는 자료로 평가된다.

 

오는 13일 열리는 본행사는 ‘용기와 연대로 되찾은 빛, 평화를 밝히다’를 주제로 시민 3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조선대 역사문화학과 이정선 교수가 ‘우리가 몰랐던 광주지역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주제로 시민강연에 나서고, ‘AI로 복원된 소녀들’이라는 영상이 상영된다. 이 영상에는 피해자 4명의 생전 사진을 토대로 한 복원 이미지도 포함된다.

 

문화공연은 놀이패 신명의 추모무대로 펼쳐지며, 피해자 13명의 이름을 부르는 퍼포먼스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추모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특히 올해는 광주시 아동·청소년의회 의장단과 광주시교육청 학생의장단이 함께 참여해 세대 간 기억과 계승의 의미를 더한다.

 

행사 당일 사전 프로그램으로는 같은 날 오후 2시 전일빌딩245 중회의실에서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가 주최하는 강연이 열린다. ‘일본군 위안부 증언으로 보는 여성 생애사’를 주제로, 위안부 피해를 통해 본 여성사와 사회 구조를 되짚는다.

 

한편, 광주시는 이번 본행사 외에도 5개 자치구별로 독립적인 기림의 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2일 북구를 시작으로, 14일 동구·서구·남구·광산구가 차례로 전시·공연·인권평화축제 등 행사를 연다.

 

‘기림의 날’은 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날을 기리기 위해 2018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단 6명뿐이다. 광주에 등록된 피해자였던 곽예남 할머니는 지난 2019년 별세했다.

 

광주시 이영동 여성가족국장은 “이번 기림의 날 행사를 통해 피해자들의 용기와 목소리를 기억하고, 시민 모두가 올바른 역사 인식과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특히 청소년들이 참여해 기억을 계승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