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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정의 지식의 맛] 언제까지 운전할 수 있을까? VS 언제 운전을 내려놓아야 할까?

며칠 전, 비가 폭포수처럼 내리는 날 강의가 있어 차를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빗길을 천천히 가다 보니 바로 앞에 가고 있는 차량 뒤 번호판 옆에 흰색 코팅된 종이로 된 안내문구가 붙어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어르신이 운전 중이니 빵빵 누르지 마세요” 순간 “다행이에요. 저는 웬만해서 빵빵 잘 안 눌러요”라고 혼잣말을 하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렇게 미리 알려주니 고맙지” 하면서도 “아니 어르신이 운전 중이라면 연세가 얼마가 되셨을까” 하는 생각부터 “나이 먹었다고 무조건 운전을 못하게 하는 것도 사람마다 다 다르니 어떻게 해야 할까?” 하며 몇 년 전 어느 탤런트가 면허증을 반납했다는 것도 생각이 났다.

 

그럼, 과연 고령 운전자 기준은 몇 세부터일까? 도로교통공단에서는 만 65세 이상을 고령 운전자로 분류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운전면허 반납을 적극적으로 권고하는 기준은 만 70세 이상부터다. 평균적으로 70세 이후부터 시력, 청력, 판단력, 반응 속도 등 운전에 필요한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단순한 실수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혼동하거나, 방향지시등 사용을 잊고 차선을 변경하는 등의 사례가 자주 발생하거나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치매나 인지저하가 진행 중인 고령 운전자는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있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에도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2025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만 70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반납 시 교통비 지원, 상품권 지급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이 제도는 강제 반납이 아닌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운전자의 판단과 가족의 권유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운전은 편리함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행위다. 나이가 들수록 운전 능력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만 70세 이상이 되면 자신의 운전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하다면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자신과 가족, 그리고 사회를 위한 배려라고 하지만 이것 또한 나이로 무조건 이렇게 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니 좀 다른 적성검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해외의 예를 들어 보면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미국은 여러 주에서 주거지 반경 제한, 야간 운전 금지, 특정 도로(고속도로) 운전 금지, 동승자 필요 등 다양한 형태로 제한을 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주는 70세 이상 운전자 재심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넓은 나라다 보니 각 주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더 고령화가 빨리 시작된 일본은 75세 이상 면허 갱신 시 인지기능 검사를 2009년부터 의무화했다고 한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체 교통사고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65세 이상의 교통사고 비율은 19.6%로 높아지고, 고령자 면허 자진 반납률은 2.4%로 정체 상태라고 한다.

 

나이 듦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노년을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사회의 안전과 고령자의 품위 있는 삶을 위해, 면허 반납은 선택이 아니라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많이 내려놓는 건 아주 큰 마음을 먹어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비 오는 날, 앞 차량에 붙어 있는 친절한 안내문구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게 한 하루였다.

 

 

강윤정

마중물교육파트너스 대표

평생교육 석사

시니어 TV 특강강사

인문학 맛있는 고전 진행자

웰라이프 및 웰다잉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