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조선 중기, 가장 뼈아픈 국난의 진실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문제작 ‘유성룡 양산숙’이 최근 출간됐다. 출판사 ‘매거진U’가 펴낸 이 책은 ‘난세의 명재상’, ‘임진왜란의 영웅’, ‘징비록의 저자’로 추앙을 받아온 유성룡의 실체를 집요하게 파헤치며, 430여 년간 이어져 온 역사 통념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저자는 역사 전문가인 양성현 작가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내일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한 바 있다. 역사와 인물 중심의 글쓰기에 전념해 온 양 작가는 ‘유성룡 기축옥사’, ‘다시 보는 임진왜란’ 등을 통해 왜곡된 역사 속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왔다.
신간 ‘유성룡 양산숙’은 임진왜란 전후의 역사를 기존 통념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조명한 역작이다. 조선 인구 절반 이상이 사라진 참혹한 전쟁 속에서, 누가 나라를 망쳤고, 또 누가 진정한 영웅이었는지를 되묻는다. 430여 년간 주류 권력이 덮어온 역사적 실체를 정면으로 드러냈다.
수십 년 간 사료 분석을 통해 역사적 실체에 접근한 양 작가는 “유성룡은 조선을 구한 영웅이 아니다. 그는 개혁을 막고 전란을 키운 장본인”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유성룡이 임진왜란 발발 전까지 개혁을 거부하고 군사 대비를 방해했음이 명백히 입증된다”며 “특히 김성일의 ‘전쟁은 없다’는 발언을 두둔, 조선이 참혹한 전란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해 인구 60%인 252만명이 희생되는 비극적 참사의 결정적 책임을 지게 했다”고 주장한다.
‘유성룡 양산숙’에 따르면, 당시 국방 최고 책임자였던 유성룡은 전쟁 발발 직후 가족부터 피신시켰고, 6만 명 전멸한 진주성 전투를 도체찰사 직분을 망각한 채 외면했다. 영의정에 오른 뒤에는 이산겸, 김덕령 등 의병장들을 ‘역모’로 몰아 죽게 했다. 조카사위 김홍미를 통해 이순신 파면과 사형 논의까지 주도하는 파행을 저질렀다.
유성룡이 임진왜란 후 집필한 ‘징비록’과 ‘운암잡록’은 이 모든 비겁함과 만행을 은폐하고 자신을 영웅으로 포장한 ‘자기 미화’에 불과하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유성룡 양산숙’은 또 그동안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기축옥사(1589년 10월)의 주도자로 유성룡을 지목한다. 역병과 대가뭄으로 민생이 붕괴된 참혹한 혼란 속에서 유성룡과 주류 동인 세력은 정여립 역모 사건을 고변·주도·확대하며 ‘정적 숙청’의 도구로 활용, 주류 동인 권력 강화에 나섰다는 것.
양 작가는 “기축옥사의 주도자는 유성룡이고, 기축옥사는 단순한 역모 사건이 아닌, 임진왜란 대비를 철저히 방기하게 만든 결정적 정치 참사였다”며, “우리 역사가 바로 서려면, 일제가 남긴 식민사관과 유성룡이 ‘징비록’으로 만든 왜곡 서사를 동시에 깨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 작가의 이번 신작은 유성룡의 ‘징비록’이 감춘 것은 무엇이며, 우리는 왜 양산숙을 기억해야 하는지에 답을 준다.
의병장 충민공 양산숙은 유성룡의 그늘 뒤에서 묵묵히 조선을 지켰다. 당시 일개 유생 신분이었던 양산숙은 누구보다 먼저 왜의 침략 조짐을 정확히 감지했다. 전쟁이 발발한 후에도 그는 한 치의 주저함 없이 의병을 일으켰고, 조선 팔도의 처참한 전황을 조정에 보고했다. ‘호남의 마지막 혼’도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