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나는 오늘, 한 인간으로서, 한 작가로서 말한다. AI가 언어를 흉내 내고 감정을 계산하는 시대, 문학은 인간의 혼으로 인간을 다시 써야 한다. 내가 오늘 깃발을 드는 문학의 이름, ‘휴먼 리얼리즘(Human Realism)’은 기술의 반대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을 되찾는 길이며, 기계가 끝내 모방할 수 없는 숨과 양심의 리얼리즘이다. 인류의 문학은 다시 사람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눈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고통, 가만히 품어야만 하는 이름 없는 사랑, 그 모든 감정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2021년 이후, 다시 대하소설 ‘파시’의 집필에 나섰다. 1984년부터 1940년대까지 영광굴비의 산지 칠산바다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바다의 피와 인간의 운명을 그리는 대서사다. 연재 소설 ‘견우’에서는 빛과 숨의 리듬으로 사랑의 존엄과 인간의 흔들림을 그리고 있다. 2014년 미디어오늘에 연재한 장편소설 ‘봉기’는 민중의 분노와 윤리를 기록했고, 소설 ‘마스크’는 코로나19 이후 무너진 인류의 비양심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故 노무현 대통령의 생애 마지막 하룻밤을 다룬 실록정치소설 ‘봉하노송의 절명
지난달, 단풍이 들기 전의 내장산 내장사에 들렀다. 산길은 고요했고, 풀잎마다 아침 이슬이 매달려 있었다. 바람이 스치면 나뭇잎이 속삭였고, 햇살은 계곡 위 물살과 부딪쳐 눈부신 길을 만들었다. 감나무에는 초록빛이 가득 묻어 있고, 홍시는 붉은 속살을 껍질로 드러내며 땅을 향해 몸을 숙였다. 만추의 기운이 산 정상에서 산 아래 산사로 내려왔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자연의 호흡이 내 마음을 스쳤다. 환경은 숨결이다. 내장사 경내를 거닐며 오래도록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흔적을 보았다. 절을 지키는 스님들의 손길에도, 산길과 계곡에도 자연에 대한 자비의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인간이 자연을 배려할 때, 숲은 편안하게 숨을 쉬고, 계곡은 저다운 목소리로 노래한다. ESG는 자연에 대한 사람의 지속적인 배려와 관심 속에서 제자리를 잡는다. 사회적 책임은 작은 손끝에서 시작된다. 방문객들의 조심스러운 발걸음, 경내를 청소하는 스님의 정성, 서로를 살피는 마음은 모두 공동체를 향한 약속이다. 누군가는 이를 보지 못하더라도, 숲과 사람은 스님들의 배려 속에서 평온을 느낀다. ESG의 ‘S’가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일상의 책임과 배려, 공동체를 향한 지속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아이고, 아부지! 이 일을 어쩌믄 좋다요?” 아들의 목소리가 바다 위로 찢겨나갔다. 그 울음은 갯바람을 타고 피비린내 밴 파도 위로 스며든다. 화륜선은 검은 산처럼 밀려왔다. 입을 쩍 벌린 쇠빛 이빨을 번득이며 전마선을 당장이라도 집어삼킬 듯한 기세다. 아버지는 손등의 굵은 핏줄 아래로 번져 내리는 피를 내려다보며 이를 앙다문다. “내 살이 찢겨도, 이 그물은 끊어야 헌다. 난 뒈져도 내 새낀 살려야 헌다.” 고물 널빤지 틈새에 낀 그물이 노좆에 칭칭 감겨 식칼로도 좀처럼 끊기지 않는다. 화륜선의 뱃머리가 날을 세운 도끼처럼 전마선 뱃전 허리를 찍어내릴 듯하다. “이놈의 그물, 당산나무 동아줄처럼 칭칭 감겼네 그랴! 아이고, 씨부랄!” 갯바람에 단련된 팔뚝의 힘을 한순간에 쏟아 식칼을 내리꽂지만, 그물은 끝내 제 살이 찢어지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화륜선의 검은 그림자가 전마선 위를 덮쳤다. 아버지의 뱃속 깊은 데서 눌러둔 울음보가 터진다. “이 징한 놈의 바다, 끝내 날 잡어먹을라고 환장을 혔구만. 날 잡어먹드라도 지발 내 새낀 살려도라!” 아들은 돛대 너머 이물 쪽 뱃전에서 그물을 바다로 내던진다. 힐끔힐끔 고물 쪽 노좆 앞에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화륜선이 임수도 앞 인당수 물살을 찢었다. 쇳소리처럼 울부짖는 엔진음이 칠산바다의 가슴팍을 뒤흔들었다. 숨구멍 같은 연통이 토해낸 시커먼 연기는 갯바람에 휘감겨 하늘로 솟구쳤다. 불구름 아래서 연기는 찢기듯 흩어졌다. 화륜선 뱃전 양쪽의 거대한 두 바퀴가 인당수의 물길을 뒤집기 시작할 무렵, 불구름 아래 길게 늘어졌던 석양이 서서히 수평선 너머로 가라앉았다. 칠산바다 어부들이 숨을 죽였다. 화륜선이 법성포 앞바다를 지날 때도 그랬지만 형제섬 앞에서 인당수 쪽으로 뱃길을 틀 때도 고깃배들이 조업을 멈추고 허둥지둥 달아났다. 인당수의 치마폭에 올라탄 화륜선이 임수도의 물길을 제멋대로 헤집자 위도와 고군산 어부들의 눈빛에 모가 섰다. 위도의 부속 섬 식도에서 인당수로 조업을 나온 전마선 한 척. 갑판 위에선 예순을 넘긴 아버지와 스물을 갓 지난 아들이 하루의 마지막 그물을 끌어 올린다. “아부지, 저 화륜선이 말요, 성지섬서 임수도쪽으로 오고 있는디, 벨 일은 없것지라우?” “그러것제. 저 놈들도 군함을 몰든 상선을 몰든 뱃놈은 뱃놈인디, 왜국으 뱃놈이든, 청국으 뱃놈이든, 뱃놈으 도릴 안 지키믄 용왕님한티 천벌을 받고 뒈진다는 걸 잘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진도 출신 가수 설화가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서울 구로구 경인로 송해아트홀에서 열린 ‘신도림단풍축제’ 무대에 올라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노래했다. 신도림단풍축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하고 구로구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진행된 이번 축제는 25일(토) 오후 2시 송해아트홀에서 막을 올렸다. 행사장은 공연과 체험부스, 포토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져 지역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무대에서는 버스킹, 마술쇼, 우쿨렐레와 하모니카 공연 등이 이어졌으며, 특별 게스트로 초청된 홍원빈, 김아영, 설화가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장성호연가’로 알려진 가수 설화는 이날 무대에서 자신의 곡 ‘행복한가요’ 등을 열창하며 축제의 ‘가을愛’를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특히 설화의 신곡 ‘장성호연가’는 전남 장성호의 풍광과 고향의 정서를 담아낸 노래로, 현장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편, 송해아트홀은 ‘예술로 시민의 삶이 풍족하고 아름답게 변하는 공간’을 표방하며,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통해 일상 속 특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국민 MC 송해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개관한 이곳은 장르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창작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한민족의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잇는 새로운 문화 플랫폼이 탄생했다. 오는 11월 창간을 앞둔 월간 ‘아리랑’이 이미 문을 연 ‘호남민심TV’에 이어, 10월 20일 글로벌 영상채널 ‘네오아리랑TV(NeoArirangTV)’를 개설했다. 이는 한민족의 노래와 민심의 소리, 그리고 K-Culture의 혼을 세계와 공유하려는 문화적 선언이다. 월간 ‘아리랑’은 단순한 매체가 아니라 시대와 세대를 잇는 한류의 통로다. 각 호에 실릴 칼럼과 기획 기사들은 민족의 뿌리와 정신,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을 문화적 서사로 엮어내며 전통의 숨결과 현대의 감각을 동시에 담아낼 예정이다. ‘네오아리랑TV’는 아리랑 정신을 디지털 시대의 언어로 번역하는 첫걸음이다. 이 채널은 K-Culture의 세계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국내 각 지역의 예술가와 문화상품을 영상으로 소개하며, 한국적 정서를 세계인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게 할 계획이다. 현재 월간 ‘아리랑’은 ‘호남민심TV’, ‘네오아리랑TV’, ‘한류난장’을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호남민심TV’가 지역의 현장을 생생히 전하고, ‘한류난장’이 전통과 한류 콘텐츠를 실물 체험으로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인도네시아신할랄산업협회(CNHI) 회장인 이광연 회장은 한국 기업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도록 돕는 핵심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주식회사 피케이씨엔하이(PKC&Hi) 대표이사로서 산업과 기업, 교육을 연결하며 다각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시장 진출 전략 수립을 위해 현지 맞춤형 컨설팅과 실무 지원을 제공한다. 특히 할랄 산업 관련 규제와 인증 체계를 정확히 분석하고, 기업이 현지 법규와 문화를 준수하며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한다. 그의 노력은 한국 기업이 초기 시행착오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도록 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인증과 신뢰 구축의 전문가 이 회장은 할랄 인증 제도의 정비와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며, 단순한 문서적 인증을 넘어 기업과 소비자가 모두 신뢰할 수 있는 품질 보증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 그는 “할랄 인증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가 신뢰를 공유하는 안전망”이라며, 교육과 컨설팅을 병행해 기업의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 이 회장은 다양한 세미나와 포럼을 통해 현지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경허선사는 동학농민혁명 당시 녹두장군 전봉준과 뜻을 같이하며 시대의 변혁을 꿈꾸었으나, 혁명은 실패로 끝났다. ‘경허연구소’ 홍현지 소장은 경허선사의 행적을 추적하던 중, 경허선사가 녹두장군 처형 뒤 군산시 옥도면의 비안도에서 몸을 숨겼다는 사실을 한 문헌에서 발견했다. 지난 2012년, 근대 한국 선불교 중흥조인 경허선사 열반 100주년을 맞아 스님의 유묵을 한자리에 모아 특별기획전이 열렸다. 경허선사의 진영과 인장을 비롯해 1900년대 범어사에 주석할 당시 제작된 총섭방함록, 태고 보우 이후 전승되는 법맥을 기록한 등등상속, 혜월혜명 선사 전법게, 서간문, 친필 등을 전시했다. 이 전시회에서 단양 송림사 벽송 상묵 스님이 제공한 서간문 13편도 선을 보였다. 그중 6번째 서간문인 ‘답 서석사’에 ‘비안도’라는 섬 이름이 등장한다. 이 문헌을 발견한 홍 소장은 곧바로 비안도를 답사했다. 섬 주민 정정근 씨를 통해 경허선사의 은신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상묵 스님이 제공한 서간문 13편엔 경허선사가 서석사(徐碩士)에게 보내는 답서(答書) 외에 녹두장군에게 거사를 독려하는 서간문과 조카인 녹두장군의 둘째 아들 전용현에게 보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1884년, 변산반도 앞 칠산바다에서도 조선왕조가 저물고 있었다. 갑신년 추석 명절이 지난 음력 팔월 열이렛날 저녁 무렵이었다. 바다는 숨을 죽였고, 하늘에서는 불구름이 흘렀다. 칠산바다의 불구름은 구름이 아니었다. 하늘이 토해낸 피멍, 바다가 길어 올린 불길이었다. 수평선은 황혼에 젖고, 은빛 바다는 누런 쇳빛으로 변했다. 물비늘이 번들거렸고, 조기떼가 떠난 뱃길엔 허망한 파문이 길게 흩어졌다. 칼끝 같은 갯바람이 살결을 스칠 때면, 피 냄새가 날 듯했다. 남녘 바다 끝에서 검은 연기 기둥이 솟았다. 쇠와 불, 증기가 뒤엉긴 괴물이 나타났다. 쇠로 된 바다의 괴수, 화륜선(火輪船)이었다. 조선의 바다를 찢고, 정적을 가르며 다가왔다. 그 굉음과 연기가 칠산바다의 잠든 해신들마저 흔들어 깨웠다. 개헤엄을 치는지, 송장헤엄을 치는지 모를 느린 몸짓으로, 화륜선은 법성포 앞바다를 지나 위도 앞 임수도 근해에 이르렀다. 변산반도 적벽강 죽막동 갯가 절벽 위, 수성당 인근 대숲에 두 사내가 숨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위도 왕등도 출신 앙얼과 고군산 비안도 출신 꺼꾸리다. 올해 서른셋, 동갑내기인 이들은 조운선을 노리고, 고깃배를 털
지난여름과 가을, 강원도 강릉은 큰 물난리를 겪었다. 홍수가 아니라 가뭄 때문에 강릉 시민들의 일상은 참담했다. 강릉엔 4개월 넘게 비가 내리지 않았다. 일반 가정의 제한 급수도 큰 문제였지만 학교에서는 개수대 수도꼭지를 잠그고, 공공 화장실은 문을 닫았다. 강릉을 포함한 동해안 지역이 자주 가뭄을 겪는 이유는 태백산맥 때문이란다. 수증기를 품은 먹구름이 태백산맥을 넘지 못해서 동해안 지역의 가뭄이 잦다는 것. 속초와 강릉은 가깝다. 두 도시의 거리는 약 60㎞. 속초 역시 강릉처럼 태백산맥 탓에 가뭄을 자주 겪는다. 그런데 올해 속초의 물 사정은 강릉과 달랐다. 강릉은 마실 물도 없어 고통을 겪은 반면, 속초는 수백 톤의 물을 소비하는 물축제도 열었다. 강릉과 속초는 동해안의 인접한 도시다. 두 도시의 물 사정이 이렇게 판이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단다. 속초는 가뭄에 대한 대책을 오래전부터 착실하게 준비했다. 바다로 흘러드는 지하수를 담아 두는 지하댐도 만들고, 암반을 뚫어 지하수를 확보하는 한편, 낡은 상수관 교체 사업 등을 통해 물의 유실을 막았다. 차근차근 가뭄 대책을 마련한 속초와 달리 강릉은 제대로 된 가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하늘에서 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