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야, 꺼꿀아!” 앙얼이 속삭이듯 꺼꾸리를 부른다. 턱 끝 생채기에 달라붙은 먹파리를 손바닥으로 때려잡으려다 놓친 탓인지, 눈꼬리가 심하게 찌그러진다. “작년 춘삼월 비안도서 세곡선 털다 뒈졌다는 겍포파 막둥이 새끼헌티 들은 야근디, 한 번 들어볼쳐?” 꺼꾸리는 일언반구 대꾸도 없이 몸 이곳저곳을 긁느라 정신없다. 갯바람이 살랑살랑 불기 시작하자 숲모기와 먹파리가 몸에 달라붙는 횟수 줄었지만, 피에 굶주린 물것들이 남긴 가려움증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앙얼은 지난봄부터 가끔 꺼꾸리를 말하는 남생이로 대한다. 앙얼이 자기를 허풍쟁이나 거짓말쟁이로 대하는 이유를 꺼꾸리는 모른다. ‘그려 빙신 고운디 있을 턱이 읎제!…’ 앙얼은 혼잣소리를 내뱉은 뒤, 허리춤에서 비수를 꺼내 대숲에 누울 자리를 마련한다. 그런 다음, 벌러덩 드러눕는다. 적벽강에 희미한 달빛이 번진다. 대숲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꺼꾸리도, 드러누운 앙얼도 달라붙던 물것들을 찰싹 때려잡거나, 물리고 뜯겨 가려운 데를 팍팍 긁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 배 주림과 정 주림에 지친 앙얼의 눈에 졸음이 쏟아지는 모양이다. 금세 곯아떨어진 앙얼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꺼꾸리가 괴춤에서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전통 서예와 AI 기술이 결합된 융·복합 전시 프로젝트 ‘BACK TO SCREEN–AI FUSION ART GALLERY(이하 BACK TO SCREEN)’가 25일(목)부터 27일(토)까지 전주 객사 인근 할리스 전주시네마점 4층(舊 전주시네마 영화관)에서 펼쳐진다. 출범식은 25일 오후 2시에 열렸다. 이번 프로젝트는 ‘AI Fusion Art Project Team’이 주최·주관하며, 서예·공동체 활동·카페 운영·콘텐츠 산업·AI·데이터 기술 등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해 온 지역 기반 민간 주체들이 참여한다. 문을 닫았던 극장 공간을 매개로 느슨하게 연결되며 만들어낸 민간 주도의 예술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참여 주체의 연령대 또한 2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어, 세대 간 협업이 전시의 중요한 맥락으로 작동한다. 전시에는 서예가 김두경 작가가 참여해 전통 서예의 조형성과 정신성을 선보이며, 김두경 작가의 작품을 영상으로 구현한 디지털 조형과 AI 그래픽 작업은 콘텐츠기업 VCP 차창욱 대표가 맡았다. 차 대표는 이번 협업을 통해 “전통 예술의 언어가 디지털 스크린 위에서 새롭게 번역되는 과정”이자, “세대 간 감각과 기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꺼어 꺼꿀아! 니이 니가 알득기 나아 나가 말여 어엇, 엊저녁부텀 바아 밥 한 숟꾸락 모오 목구녕으로 넘긴 적이 으읍 읎잖냐! 그을 글다봉께, 시이 시방 내 배에 배창시서 거얼 걸신 든 그으 그시랑이 모옥 목구녕으로 기이 기어 나올라고 이임 임뱅지랄들을 떠는 것 같은디, 이이 이러다 잉! 나아 나 참말로 구으 굶어 뒈지는 거 아아 아닐꺼나?” 푸념을 늘어놓지만, 앙얼의 속내는 꺼꾸리의 제안을 떨치기 어렵다. 만에 하나 해적 두 사람이 죽막동 시누대 대숲에 숨어 있다는 소문이 격포진 관아에 스치기만 해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소문은 바람처럼 번진다. 갯바람을 타고 격포진 첨사의 귓전에 닿으면, 횃불의 붉은 빛이 수성당 쪽으로 옮겨붙을 터. 달이 뜨고 횃불까지 달빛에 섞이면, 대숲은 두 사람을 더 숨겨주지 못하리라. 그때는 앙얼과 꺼꾸리가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다. 최근 변산반도 바닷가에는 흉한 소문이 돌았다. 왕포 갯돌 틈, 물때가 닿지 않는 자리에 검붉은 피의 얼룩이 말라붙어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 때문에 부안현감과 격포진 첨사는 눈이 뒤집혀 있다. 숨은 해적을 찾아내겠다고 별러댔다. 앙얼과 꺼꾸리가 이런 사정 모를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트로트 가수 설화가 독특한 공연 활동인 ‘설화 스타일’로 올해 고향 진도와 수도권을 오가며 나눔 공연과 지역 상생 무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트로트 여행’이 연말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설화는 19일 경기도 군포시 ‘함께 사는 요양원’을 찾아 치매 어르신을 위한 자선공연을 펼쳤다. 해당 요양원은 지난 10월 장기요양기관으로 지정됐다. 설화는 이곳에서 어르신들과 눈높이를 맞춘 무대로 따뜻한 연말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설화는 지역 축제와 나눔 현장을 잇달아 찾으며 ‘설화 스타일’의 외연을 넓혔다. 지난 10월 서울 구로구 경인로 송해아트홀에서 열린 ‘신도림단풍축제’ 무대에 올라 구로구민과 가을 정취를 함께했고, ‘장성 가을꽃 축제’에도 초청돼 공연을 선보였다. 또한 수원 장안구청 앞마당에서 열린 ‘명품 수산물 한마당 큰잔치’에서는 전라남도 인증 명품 수산물 판매를 돕는 상생 활동에도 참여했다. 고향 진도에서도 활동은 이어졌다. 설화는 ‘2025진도국제무형문화축전’ 축하공연 무대에 올라 진도 출신 송가인 등과 함께 고향의 멋과 소리를 알렸다. 설화는 “올가을 이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설화 스타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꺼꾸리가 외눈을 부아려 세우자 앙얼이 두 눈을 까뒤집듯이 번뜩이며 묻는다. “작년 끄르끄 법성포 단오제 무렵, 법성포 조창서 출항허던 세곡선을 목냉기서 털 때, 지들 목으로 떼 준 쌀이 짝다고 대든 고놈 겍포파 막둥이 새끼 기억 나냥께?” 앙얼의 물음 끝에 주뱅은 고개를 툭 떨군다. “그 새끼, 작년 춘삼월 비안도서 세곡선 털다 화살 맞고 뒈졌는디, 멋 땜시 고걸 묻냐고?” 꺼꾸리의 목소리에 설움이 묻었다. 앙얼의 목소리가 커진다. “무시 으쩌고 으째야! 비안도서 뒈졌다고야?” 꺼꾸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니 새끼가 고걸 으째 아는디?” “나도 세곡선 터는디 따러 갔다가 용케도 살어 남았고만.” 끔찍한 일이 목구멍에 다시 걸린 듯 꺼꾸리의 어깨가 한 번 움찔한다. 시누대 대숲의 댓잎들이 날을 세운 채 ‘우~우~’ 하고 운다. 꺼꾸리와 앙얼의 서글픈 사연을 바람 속에서 훔쳐 듣는 듯하다. 수성당까지 백 보쯤 남겨 둔 자리에서야 앙얼이 마침내 입을 뗀다. “고놈 겍포파 막둥이 새끼, 고향이 여그 죽막동여. 고 새끼가 귀띔혀서 수성할맬 개양할매라 부른다는 걸 알았고만.” “그리서 어쩠다고?” 꺼꾸리가 칼칼하게 묻지만 앙얼은 말머릴 슬쩍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앙얼이 너 시방 무시라 혔남?” 어둠이 꺼꾸리의 뒤집힌 눈에 잠시 괴어 든다. “빙신 달밤으 체조헌다고야?” 다시 치켜든 꺼꾸리의 눈이 오른손에 쥔 비수처럼 퍼렇게 번뜩인다. “비이 빙신 유우 육갑허고 자아 자빠졌네 이 새끼!” 앙얼의 입에서 또 “빙신”이라는 소리가 나오자, 꺼꾸리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손아귀의 비수를 다시 치켜들었다. “아나 어여 따라, 내 목을!” 앙얼이 왼고개로 머리를 틀고 움츠린 자라목을 길게 뻗어 꺼꾸리의 턱 밑 들이댄다. 돼지 멱을 따듯 내 목을 따 보라는 배짱이다. “으따 묻허냐 새꺄! 언능 요 모가지 꽉 따번지랑께!” 꺼꾸리가 비수를 머리 위로 치켜들자 앙얼의 태도가 칼날처럼 선다. 앙얼의 살쩍머리가 갯바람에 흩날리는 사이 허공에 뜬 꺼꾸리의 손이 허리춤 아래로 내려갔다. “빙신 육갑 다 끝났댜?” 앙얼이 봉두난발 머리채를 바로 세우며 묻는다. “아니 이 새끼가 오늘 깨팔러가고 환장을 혔남?” 꺼꾸리가 당장이라도 앙얼의 목을 따버릴 듯 비수를 흔들었다. 머리 위로 들었던 칼이 허리춤 아래까지 한 번 쓸려 내려갔다가 번개처럼 다시 치솟아 앙얼의 목덜미에 닿았다. “야 이 새꺄, 너 참말로 뒈지고 자퍼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갑신년 중추 칠망이 뜨는 날, 물때는 한사리다. 칠산바다는 적벽강 갯바닥 깊은 속살까지 드러냈다가 물참 때가 되자 여울굴 안까지 밀물을 밀어 넣었다. 이틀 전, 중추절 해거름부터 하늘을 뒤덮었던 먹구름은 가고 하늘은 맑았으나 바다는 여전히 거칠다. 밀물이 들자 벼락바람이 윙윙거렸다. 하얀 물거품을 뒤집어쓴 칠산바다의 물너울이 육지를 집어삼킬 듯 치렁댄다. 채석강과 적벽강에는 벼락바람이 몰고 온 물벼락이 쏟아졌다. 여울굴 입구 칠십 척 적벽도 앉은벼락에 흔들린다. 태고적 개양할미와 여덟 딸이 살았다는 여울굴에 칠산바다의 성난 너울이 하얀 갈기를 곧추세우고 세차게 밀려든다. 바닷물이 밀려들면 칠산바다는 여울굴 구석구석의 기암괴석을 할퀴며 암벽 몇 점이라도 떼어내려는 듯 몸부림친다. 그때마다 천지를 뒤흔들 굉음이 울려 퍼진다. 귀신의 곡소리가 섞인 그 요란한 울림에 강한 심장 가진 사람도 금세 오슬오슬 떨며 오한을 느낀다. 그러나 바닷물이 칠산바다로 빠져나가면, 여울굴은 어머니 품같이 포근하다. 잠시 머물다 몽돌 사이로 빠져나가며 읊는 칠산바다의 노랫소리는 잘난 자식도, 못난 자식도, 고운 자식도, 미운 자식도 가리지 않고 품어 삐쩍 마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멀리 적벽강 대숲 어름에서 앙얼과 꺼꾸리는 숨을 죽인 채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두 사람의 눈동자는 핏방울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꺼꾸리가 이를 악문 채 속을 씹듯 중얼거린다. “앙얼아! 암만혀도 뒈졌것지? 저 화륜선 농올에 엎어진 땐매 뱃놈들은 죄다 인당수 물귀신이 되었것지?” 앙얼은 끝내 대꾸가 없다. 말문을 질끈 닫은 채, 비안도 앞바다로 향하는 화륜선의 꽁무니를 사납게 노려본다. 그의 눈빛에는 울분이 뒤엉켜 가슴속이 한순간 먹먹히 막혀드는 듯하다. “저 놈으 화륜선이 왜국밴지, 청국밴지, 양놈들밴지는 몰리것다만 앰헌 조선 뱃놈들이 깨팔러 갔능갑다. 지 명도 다 채우들 못허고 저승으로 갔는게벼.…아이고, 씨부랄! 인자 칠산바다도 볼짱 다 봤는갑다. 아 저런 덩치도 크고, 발동기도 단 외국 배들이 휘젓고 댕기는디 어찌끼 쬐깐 땐매나 풍선을 타고 나가서 괴기를 잡어 먹고 살것어?” “야 이 미련헌 놈아, 여그 칠산바다만 볼짱 다 본 것이 아녀. 저 화륜선이 아까 으디서 올라왔냐?” “저저 법성포 앞바다서 올라왔지.” “그 전이는 어디 앞바다를 휘젓었것냐?” “글씨 흑산도, 목포, 또 으디냐, 안마도…오옳치 제주도 앞바다도 휘저었것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한국의 문학과 정책 담론은 바다를 충분히 다룬 적이 없다. 삼면이 바다임에도, 우리는 바다를 하나의 문명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나는 ‘지이코노미’에 연재 중인 대하소설 ‘파시’를 통해 이 잊힌 해양문명의 원형을 복원하고 있다. 바다에서 형성된 민중의 지식, 생존의 기술, 교환과 이동의 질서를 하나의 거대한 문명 구조로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파시’는 바다에서 태어난 한국형 원시 경제 시스템 파시(波市)는 단순히 “바다 위에서 열리던 시장‘이 아니다. 어민·상인·기술·정보·시장이 한곳에 응축된 원형적 경제·사회 시스템이었다. 특히 서해 위도·흑산도·연평도를 축으로 형성된 ‘조기 파시’는 조선 후기~근대기 한반도 생계를 떠받친 거대한 계절 산업이었다. 정확한 물때 판독, 조기 이동 경로, 바람·조류 해석, 소금 산업, 전국으로 이어진 유통망까지, 파시는 바다 위에서 형성된 경제 문명 단위였다. ‘파시’가 제시하는 현대적 해양 문명 개념 나는 위도 출신이다. 조기 파시의 삶과 기억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몸으로 체득한 생활 구조였다. 그래서 대하소설 ‘파시’는 과거 재현이 아니라 민중의 바다 문명을 현대적 언어로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바다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아버지는 벌써 물속으로 사라졌다. 남은 것은 아버지가 생애 마지막 힘으로 헤친 물살이 허공을 가르며 남긴 파도 한 줄기뿐이다. “아부지이!~…아이고 아부지!…” 아들의 절규는 갯바람에 찢겨 인당수 파도 끝에서 허옇게 부서졌다. 우르릉대는 물결을 헤치며 아들은 아버지가 마지막 숨결을 토한 자리를 둘러본다. 저승의 바다엔 죽은 핏빛만 고여 있다. ‘인자 나라도 살아야 될랑갑다!…임수돈 너무 멀고, 어 쩌그 바우가 있는디, 씨발, 근디 쩌까지 언지 가냐?…’ 칠성판을 등에 진 아들은 임수도에서 격포 쪽으로 뻗어 나온 바위를 향해 오른팔을 휘젓기 시작했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화륜선 이물에서 고물까지의 거리로 잰다면 서너 배가 넘는 거리다. 인당수의 물마루는 높다. 파도에 몸을 맡긴 뒤 물마루 꼭대기에서 고비 아래를 내려다보니 천 길 낭떠러지 끝에 엎드린 것 같다. 자칫하다가 떨어진다면 염라대왕을 만날 성 싶다. 물살은 매우 빠르다. 썰물과 밀물이 바뀌는 시점이라 힘이 빠진 팔다리를 잠시라도 젓지 못하면 금세 몸이 뒤로 떠간다. 심청이가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을 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