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유주언 기자 | 해양 사고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동료 선원과 낯선 생명을 구한 우리 어업인들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았다. 국내 연근해 어선 선장 3명이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가 수여하는 ‘바다의 의인상’을 수상하며, 한국 어업인의 헌신과 용기가 다시 한 번 세계 무대에 각인됐다.
수협중앙회는 26일, IMO가 올해 ‘바다의 의인상(IMO Award for Exceptional Bravery at Sea)’ 수상자로 국내 선장 3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는 ▲621영신호 임형택 선장 ▲999범성호 박병석 선장 ▲뉴엔젤호 박현우 선장이다. 이들은 올해 초 각각 해상 사고 현장에서 21명의 생명을 구조하는 데 앞장섰다.
임형택·박병석 선장은 지난 2월 제주 서귀포 남서방 450해리 해상에서 전복된 136 다누리호 선원 10명을 전원 구했다. 같은 시기 박현우 선장은 전남 신안군 가거도 인근 해역에서 좌초·침몰된 파이팅호의 선원 11명을 구조하며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두 차례의 구조는 모두 악천후와 높은 파도 속에서 진행됐고, 자칫하면 구조자 본인마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인명을 구한 어업인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며 “앞으로도 전국 어업인과 함께 안전한 바다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IMO의 ‘바다의 의인상’은 2007년 제정 이후 매년 해상 인명구조와 해양환경 보호에 헌신한 개인·단체에게 수여되는 권위 있는 국제 상이다.
거친 바다에서 생명을 구하는 일은 제도나 장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용기와 희생이 더해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번에 수상한 세 선장은 그 사실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그러나 이런 개인의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의 구조체계와 안전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이들이 더 이상 ‘목숨 건 구조자’로만 불리지 않도록, 사회 전체의 책임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