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한류에 열광하고 있다. 음악,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한국 대중문화는 세계인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고, 자연스럽게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세종학당을 중심으로 약 6만 8천 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그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외국인 학습자들은 “한국어 교재가 너무 문법 위주”라며 학습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호소한다. 국립국어원이 보급하는 교재가 지나치게 표준화·이론화돼 있어 실제 생활에서 쓰기 어려운 표현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 방식과도 닮아 있다. 한국인은 중·고교 6년, 대학 4년 등 10년 이상 영어를 배우지만, 막상 외국인과 대화는 원활히 하지 못한다. 문법 중심 교육의 부작용이기 때문이다. 한국어 교재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사례도 있다. 파주에 거주하는 한 아프리카 출신 결혼이민자는 한국어를 배우려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문법 위주의 교재에 좌절하고 결국 포기했다.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 국적 취득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어 교육 방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언어 습득의 본질은 ‘말하기’다. 아이가 어머니에게서 말을 배우듯, 먼저 간단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익히는 것이 자연스럽다. 필리핀의 영어 교육이 좋은 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 문법이 아닌 생활 영어 문장 5개를 매주 외우게 한다. 이렇게 400문장 정도만 습득해도 외국인과 하루 종일 대화가 가능하다.
한국어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외국인에게는 문법보다 ‘말하기 중심’, ‘생활 회화 중심’의 교재가 우선 필요하다. 200~300개의 간단한 문장만 익혀도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후 문법은 단계적으로 배워도 늦지 않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유는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쓰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오늘날 외국인에게 가르치는 방식은 그 뜻과 정반대다. ‘쉬운 언어’를 ‘어렵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제는 교재를 바꿔야 한다. 실생활에 맞는 ‘유치원 수준의 쉬운 한국어 교재’를 통해 외국인이 한국어를 말하고 쓰며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한글 창제 정신을 되살리는 길이며, 한국어 세계화를 앞당기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