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국내 친환경 유통 1세대 브랜드인 초록마을이 ‘자율구조조정’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인수·합병(M&A) 무대에 올랐다. 법원 주도의 경쟁입찰 대신, 경영권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방식이 시도되면서 회생시장 관행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초록마을 지분 97% 매각 작업이 자율구조조정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당 지분에 질권을 설정한 신한캐피탈이 사실상 대주주 역할을 맡고 있으며, 법무법인 로집사가 매각 주관사로 위임을 받아 절차를 주도한다.
자율구조조정 M&A는 기업이 스스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인수자를 찾는 방식이다. 법원 관리 하에 이뤄지는 회생·워크아웃과 달리 절차가 간소화돼 속도와 효율성을 앞세운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 거래는 구주 97%를 약 50억 원에 확보하는 조건으로, 회생 M&A 입찰가가 150억 원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가격 메리트가 뚜렷하다.
업계에서는 조기 경영 정상화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법원 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어 영업망 회복과 브랜드 가치 보존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친환경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채무 부담은 인수자의 몫으로 남는다. 초록마을은 약 400억 원의 부채를 보유 중인데, 이 가운데 공익채무가 100억 원, 납품업체 매입채무가 200억 원에 달한다. 회생 절차에서는 법원 인가를 거쳐 채무를 조정할 수 있지만, 자율구조조정의 경우 인수자가 직접 채권자와 협상해야 한다. 인수가액은 저렴하더라도 그만큼 추가 리스크가 뒤따르는 셈이다.
특히 협력업체와의 거래망 회복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초록마을의 부채는 금융기관 대출보다 납품 채무 비중이 커 단순한 자금 투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인수자가 거래처 신뢰를 회복하고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해야만 브랜드 재건이 가능하다.
이번 사례는 제도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법원이 장려해온 자율구조조정 모델이 실제 적용되는 첫 사례 중 하나로, 회생 절차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반면 법원의 강제력이 미약한 만큼 인수자의 책임과 역할은 더욱 막중해진다.
초록마을은 한때 전국 3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연 매출 1,600억~1,900억 원을 기록했던 대표 친환경 브랜드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과 신선식품 스타트업 부상으로 입지가 약화되면서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M&A가 성사된다면 초록마을은 1세대 친환경 유통 브랜드의 재도약을 시험하는 무대에 다시 오르게 된다.
로집사 관계자는 “구주 인수만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어 초기 부담은 크지 않다”며 “인수자의 신용과 역량에 따라 점진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해 효율적 투자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