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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서 울려 퍼진 전라도말… 세대와 문화를 잇다

- 90세 어르신부터 MZ세대까지, 세대를 넘는 12개 팀 참가
- 노동요·인생사·다문화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무대 펼쳐져
- ‘질로존상’ 비롯한 독특한 상과 푸짐한 경품으로 흥겨움 더해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광주역사민속박물관이 20일 오후 2시 ‘제13회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를 열었다. 이번 대회는 전라도 사람들의 삶과 정신이 배어 있는 토속어를 되살리고, 잊히지 않도록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한 뜻깊은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무대에는 세대와 배경을 넘나드는 12개 팀이 참가했다. 함평의 90세 정기임 할머니는 “논에 난 피를 뽑으문 꼬실라부러야 다시는 안 난다”는 옛말을 통해 농경사회의 지혜를 전했고, 서울에서 전라도말 교육 콘텐츠로 160만 조회수를 기록한 20대 최경아 씨는 MZ세대의 눈높이로 전라도말을 해석하며 현장 분위기를 달궜다.

 

영암의 김귀란·김정자 할머니는 영산강 간척 과정에서 불리던 ‘서호 장부질 소리’를 재현해 잊혀가는 노동요의 가치를 일깨웠고, 남원의 양남수 할머니는 옛날 시절 ‘영감한테 작은각시 얻어준 사연’을 토속어로 풀어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또 고흥 나로도 출신 김영선 씨는 평생 삼치잡이를 하며 아버지에게서 배운 삶의 가르침을 전했고, 다문화가정의 한국살이를 들려준 필리핀 출신 김지수 씨, 스턴트맨이자 연극배우로 무대를 오르내린 장영진 씨(나주)까지 다채로운 이야기가 무대를 수놓았다.

 

심사 결과, 대상 수상자에게는 ‘질로존상’(상금 100만 원)이 수여됐다. 또한 ‘영판오진상’, ‘오매오진상’, ‘팽야오진상’ 등 재치 있는 이름의 상이 마련돼 참가자 전원이 상금과 함께 격려를 받았다. 무대에 선 이들뿐만 아니라 관객을 대상으로 한 시상도 눈길을 끌었다. 한복을 가장 곱게 차려입은 시민에게는 ‘옷맵시상’이 주어져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함께 기리는 시간이 됐다.

 

행사는 마당극 배우 지정남 씨의 구수한 사회로 진행됐다. 소리꾼 백금렬 씨와 고수 박경도 씨가 선보인 흥겨운 무대는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고, ‘전라도말 알아맞히기’ 같은 참여 프로그램은 현장 열기를 끌어올렸다. 또 관람객들은 제철 과일과 참기름 등 푸짐한 경품을 받아가는 즐거움까지 누렸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은 이번 대회를 통해 “사라져가는 전라도말 속에는 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담겨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민과 함께 토속어를 보존하고 전승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토속어는 말의 차이를 넘어선 기록이자,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정서를 간직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날 행사장은 구수한 사투리의 매력과 세대 간 소통이 어우러진 살아 있는 박물관이 되었고, 참가자와 관객 모두에게 정겨운 추억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