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울었다.” 그것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였다. 검찰 조직 내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문지석 부천지청 부장검사는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정의가 조직적 외압 앞에서 무력화되는 현실에 대한 고백이었다. 그는 쿠팡 CFS의 일용직 퇴직금 체불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하라는 지시를 공개하며, 자신을 포함한 검찰 공무원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과 양심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 사람의 고통은 조직 전체의 문제를 보여준다. 검찰이 외압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수사보다 보고 체계가 우선되는 구조가 얼마나 공익을 위협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순간이었다.
사건은 단순한 노동권 침해가 아니라, 기업과 권력의 압력이 사법 정의를 좌우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노동부 부천지청은 쿠팡 CFS의 일용직 퇴직금 체불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법원 판례상 일용직 노동자에게도 퇴직금 지급 의무가 명확함에도, 검찰은 4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문 부장검사는 “엄희준 당시 지청장이 무혐의 결론을 지시하고, 핵심 압수수색 자료를 보고서에서 삭제하도록 했다”고 폭로했다. 자료에는 쿠팡이 “일용직 근로자에게 연차·퇴직금 관련 정보를 별도로 안내하지 말고, 이의 제기 시 개별 대응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는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증거였지만, 보고서에서는 빠졌다.
그뿐만 아니라, 주임검사가 교체된 직후 청장실에서 ‘무혐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전달받았고,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도 압수수색 결과를 제외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수사팀의 판단보다 윗선의 의중이 우선된 결과였다.
국감장에서 문 검사의 폭로는 정치권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용기 있는 발언에 감사하다”고 언급했지만, 의원들의 질문과 공론화는 제한적이었다. 이는 공직자의 외압 폭로가 여전히 정치적 부담으로 인식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정의를 지키려 한 내부 인사가 눈물을 흘리는 동안, 제도와 정치권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쿠팡 측은 뒤늦게 “퇴직금 제도를 원상복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수천 명의 노동자가 손해를 입었다. 수사 결과를 뒤엎고 제도 개선을 약속하는 것은 근로자 피해를 충분히 보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사후 면피’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외압 사례가 아니다. 검찰의 조직 구조와 문화 자체가 공익보다 권력과 편의에 종속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 작성과 수사 과정에서 진실보다 윗선의 지시가 우선되는 시스템, 증거 삭제와 무혐의 지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적 타성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공익은 조직의 리스크로 전락한다. 문지석 검사의 눈물은 바로 이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는 끝내 말했다. “저를 포함해 잘못한 공무원 모두가 상응하는 처분을 받아야 한다.” 조직 내부의 부정과 외압을 인정하고 책임을 촉구한 발언이다. 눈물 한 방울이 담고 있는 무게는,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법 정의 회복을 향한 사회적 경고였다.
눈물은 일시적이지만, 그 의미는 영속적이다. 문 검사의 눈물은 공직자가 권력에 맞서 정의를 선택할 때 어떤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사건이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첫째, 권력과 조직의 압력은 언제든 존재하지만, 이를 견디고 공익을 선택하는 한 사람의 양심이 사회 정의를 지킨다. 둘째, 진정한 정의는 직함이나 제도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을 지키려는 개인의 용기와 행동에서 시작된다.
검찰의 개혁도 마찬가지다. 제도와 규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눈물을 흘리지 않고도 정의를 말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바뀌는 것, 그 단순한 진실의 회복만이 외압의 시대를 끝낼 수 있는 길이다.
문지석 검사의 눈물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의 증언이 던진 질문은 여전히 국회와 사회에 남아 있다. 정의를 말한 검사가 울고, 권력에 침묵한 이들이 승진하는 사회에서, 법은 누구의 편에 서 있는가.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