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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正史] 경허선사가 은신했던 고군산 ‘비안도(飛雁島)’

'녹두장군의 멘토, 손윗처남 경허선사' 2
'경허연구소' 홍현지 소장의 '동학사(東學史)'

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경허선사는 동학농민혁명 당시 녹두장군 전봉준과 뜻을 같이하며 시대의 변혁을 꿈꾸었으나, 혁명은 실패로 끝났다.

 

 

‘경허연구소’ 홍현지 소장은 경허선사의 행적을 추적하던 중, 경허선사가 녹두장군 처형 뒤 군산시 옥도면의 비안도에서 몸을 숨겼다는 사실을 한 문헌에서 발견했다.

 

지난 2012년, 근대 한국 선불교 중흥조인 경허선사 열반 100주년을 맞아 스님의 유묵을 한자리에 모아 특별기획전이 열렸다. 경허선사의 진영과 인장을 비롯해 1900년대 범어사에 주석할 당시 제작된 총섭방함록, 태고 보우 이후 전승되는 법맥을 기록한 등등상속, 혜월혜명 선사 전법게, 서간문, 친필 등을 전시했다.

 

이 전시회에서 단양 송림사 벽송 상묵 스님이 제공한 서간문 13편도 선을 보였다. 그중 6번째 서간문인 ‘답 서석사’에 ‘비안도’라는 섬 이름이 등장한다.

 

이 문헌을 발견한 홍 소장은 곧바로 비안도를 답사했다. 섬 주민 정정근 씨를 통해 경허선사의 은신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상묵 스님이 제공한 서간문 13편엔 경허선사가 서석사(徐碩士)에게 보내는 답서(答書) 외에 녹두장군에게 거사를 독려하는 서간문과 조카인 녹두장군의 둘째 아들 전용현에게 보내는 서간문도 있었다.

 

다음은 홍 소장이 해석한 ‘답 서석사(答 徐碩士)’의 내용이다.

 

'힘든 산행 이후 그때부터 지금까지 험한 산골짜기 숲속에서 숨만 쉬고 있다. 불현듯 헤아려보니 일척이나 되는 비안도는 안개와 구름이 띠를 이루다가 띠를 이룬 안개는 뚝 떨어지니 그래서 비안도인 것 같다. 궁산의 변두리 초라한 은신처에서 수차 그대의 빚을 지고 있다. 제가 몸을 신중하게 살펴보건대, 몸속 장 주변에서는 수차 작은 소리(꼬로록)라고 일컬어지는 병이 마치 배 속에서 서늘하고 찬 기운이 흩어졌다 이어졌다 하는데 이 구슬 굴러가는 횟수가 안정되기를 기다리고 무엇보다 먼저 기력이 상승하고 강장되기를 기다린다.'

 

이 ‘답 서석사(答 徐碩士)’엔 이런 내용도 포함돼 있다.

 

‘산은 장생하니 길게 엎드려 있고 구름의 가르침은 지루한데 세월은 세력이 한창 왕성한 산이요, 고해바다는 어찌하여 내를 이루는가! 그러한즉 확연히 비상하는 흰 구름이 드러나고 머리 위를 종종걸음으로 바라보니 무성한 광막함만이 그 표시로 남았다. 무참하게 무너지고 부패한 험악한 바위의 이 물건(경허 자신)은 이것이 바로 전생의 업연이다. 여유롭게 생각을 고르다보니, 아 모두 입으로 읊어서 이 향송을 부치니 이에 예를 차리지는 않았다.’

 

 

경허선사는 ‘불현듯 헤아려보니 일 척이나 되는 비안도는 안개와 구름이 띠를 이루다가 띠를 이룬 안개는 뚝 떨어지니 그래서 비안도인 것 같다’고 했다.

 

홍 소장은 “이런 서간문들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경허선사는 동학의 실패 이후 비안도에 은신했으며, 그곳에서 다시 깨달음과 회한의 시간을 보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