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롯데이노베이트, 육아휴직자 승진 배제 논란 확산…뒤늦은 제도 수정에도 ‘진정성’ 논란

GL제도 도입 후 최근 2년 고과 반영 기준 논란
육아휴직 복귀자 승진 탈락 대거 발생
논란 커지자 뒤늦게 기준 수정…“땜질일 뿐”
가족친화기업 인증 유지 자격 논란 확산

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롯데이노베이트(대표이사 김경엽)가 새 인사제도 도입 과정에서 육아휴직자를 사실상 승진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회사는 뒤늦게 제도 일부를 수정했지만 형식적인 조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내부 반발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이노베이트는 올해부터 성과·직무 중심 평가를 명분으로 ‘GL(Growth Level) 인증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승진 자격 요건에 최근 2개년(2023~2024년) 고과 평균 이상을 포함하면서 해당 기간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 다수가 승진 심사에서 제외되는 결과를 낳았다.

 

복직자들은 사전 고지 없이 불이익이 통보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직원은 “회사 방침에 따라 정당하게 육아휴직을 사용했을 뿐인데, 복귀하자마자 승진 자격이 사라졌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육아휴직자에 대한 불이익을 제도적으로 합리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GL제도는 김경엽 대표 취임 이후인 2023년 11월 일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사전 의견 수렴이나 노사 협의 없이 시행돼 내부에서는 “성과주의를 빌미로 한 구조적 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롯데이노베이트는 최근 육아휴직 복귀자의 승진 평가 기준을 “직전 2년 평가 대신 복귀 후 1년 평가 반영”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수정에도 직원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한 직원은 “복직 전 성과 반영이 빠지면 여전히 승진 경쟁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문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제도 운영의 근본 철학 부재를 문제 삼고 있다. 한 노무사는 “육아휴직 사용자를 구조적으로 불이익하게 만드는 제도 설계는 차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제도 일부 조정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방식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2013년부터 여성가족부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육아휴직자 승진 불이익 논란이 이어지면서 인증 유지의 정당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여성 직원 30명 중 29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으며,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승진 불이익까지 겹친다면 경력단절은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다. 그럼에도 대기업이 육아휴직자를 불이익 대상으로 간주한다면 국가적 저출산 대책과 배치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노동계는 “제도 일부 수정보다 김경엽 대표가 직접 사과하고 GL제도의 근본 취지를 재설계해야 한다”며 “이번 사안은 단순한 인사제도 논란이 아니라 기업 책임과 고용 평등의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