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오스트리아 비엔나 클림트 빌라 & 아틀리에에서 열린 ‘제2회 2025 Gustav Klimt Award에서 한국 작가 샤이니영(Shiny Young·최영신)’이 본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출품작 가운데 “치유와 회복을 섬세하게 시각화한 독창적 회화 세계”라는 평을 받으며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이다.
비엔나 현장에는 직접 참석하지 못했지만, 전시 이후 한국에서 진행된 시상식에 참여해 국내 작가·기획자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샤이니영 작가를 만나 그녀의 작업 세계와 작품에 담긴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를 차분히 들어봤다.
Q. 먼저 수상 축하드립니다. 이번 수상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A. 제 그림이 누군가에게 잠시라도 ‘쉼’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요. 그런데 그 감정이 국경을 넘어 외국 심사위원분들에게까지 닿았다는 점은 정말 큰 의미죠. 이번 상은 ‘조금 더 깊은 감정의 세계로 들어가도 된다’는 신호처럼 느껴져요.
작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말끝마다 감정의 떨림이 묻어났다. 스스로의 작업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사람이 가진 단단한 깊이가 있었다.
Q. 한국에서 열린 시상식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A. 정말 따뜻했어요. 제 그림 속 인물과 공간의 정서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왜 이렇게 평화로운데 울림이 크냐”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는데, 그 공감의 순간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작가의 말대로, 그녀의 그림은 ‘조용함 속의 울림’이라는 모순적 매력이 있다. 그것이 관객의 마음을 붙잡는 힘일지도 모른다.
Q. 이번 출품작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A. 중심 인물은 붉은 드레스와 진주 목걸이를 한 ‘여성의 모습을 한 개’예요. 저는 개라는 존재가 인간과 깊게 연결된 상징이라고 느껴요. 이 인물은 단순 캐릭터가 아니라 제 안의 여러 층위—내면의 소녀, 엄마로서의 자아, 누군가를 돌보려는 본능—이 합쳐진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꽃으로 가득한 정원은 감정 회복의 공간을 의미하고, 인물이 들고 있는 책은 마음의 숨을 고르는 시간의 상징이에요. 옆에서 자고 있는 고양이는 예전에 키우던 반려묘인데, 떠난 뒤에도 제게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존재여서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어요.
Q. 관람객들이 작품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길 바라셨나요?
A. 회복은 대단한 사건보다, 작은 순간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햇살이 스며드는 자리에서 책을 읽거나, 가만히 기대어 숨을 고르는 그런 시간들처럼요. 제 작품 앞에서 관람객도 잠시라도 그런 여유를 스스로에게 허락할 수 있기를 바랐어요.
Q. 작업 세계의 핵심 키워드로 ‘조용한 회복’과 ‘헤테로토피아’를 언급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A. 저는 상처 자체를 직접적으로 그리지 않아요. 대신 상처 이후의 감정 정리, 회복의 과정을 밝고 따뜻한 요소들—식물, 햇살, 표정, 색채—로 풀어내요. 그래서 생긴 개념이 ‘조용한 회복의 헤테로토피아’입니다. 현실의 상처를 조금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감정적 공간, 즉 ‘내면의 정원’ 같은 곳이죠.
Q. 자연·꽃·햇살·밝은 색채는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A. 자연의 요소들은 모두 감정을 은유하는 장치입니다. 꽃은 피어오르는 회복, 햇살은 온기, 부드러운 표정은 마음이 차오르는 시간. 특히 색채는 감정의 밀도를 조절하는 언어 같아요. 저는 강렬함보다 ‘조용한 밝음’에서 오는 울림을 선택합니다. 관객이 그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죠.
Q. 이번 수상이 앞으로의 활동에도 변화를 가져올까요?
A. 네, 국제 무대에서 작품을 보여드릴 기회가 더 많아질 것 같아요. 한국 현대 회화 속에서도 ‘회복과 안식처’라는 메시지는 확장 가능한 주제라서, 그 방향성은 앞으로 더 강화될 거예요.
Q. 향후 전시 계획을 알려 주세요.
A. 12월 24~28일 열리는 서울아트쇼에서 새로운 연작을 공개하고, 2025년 3월 신라호텔 아트페어에서는 대표작과 신작을 함께 전시합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 깊고 고요한 감정의 결을 탐구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요?
A. 제 그림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감정의 안식처’ 같은 존재였으면 해요. 바쁜 일상 속에서 제 작품 앞에서는 조금이라도 숨을 고르고, 자신을 더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요. 그 순간이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지만, 작업 이야기가 나오면 샤이니영 작가의 표정은 한층 부드러워졌다. 클림트 어워드 수상은 그녀에게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더 깊고 고요한 감정의 세계로 들어가라는 또 하나의 초대장처럼 보였다.
‘조용한 회복’이라는 독자적 미학을 구축해 온 그녀의 다음 여정이 더욱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