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변호사 자격 없이 법률자문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항소심에서 형이 감형됐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민 전 행장은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2부는 19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 전 행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3억9000만원을 명령했다. 앞서 1심은 징역 3년과 함께 198억원의 추징금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형량과 추징액을 대폭 줄였다.
재판부는 민 전 행장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맺은 자문 계약의 성격에 대해 “포괄적인 법률자문 계약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계약은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회복이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경영자문 용역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롯데그룹 관련 각종 민·형사 사건의 전략을 수립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모든 계획을 직접 수립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개별 소송은 변호사들이 의견을 제시해 진행됐고, 사건별 자문료 역시 변호사들에게 지급됐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 측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도 “부정적 여론 형성 행위는 인정되지만, 이를 변호사법상 ‘법률사무 취급’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 사유에 대해 “피고인이 처음부터 확정적인 고의를 가지고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건강 상태 등 제반 사정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추징금 역시 대폭 감액됐다. 재판부는 “외부 자문 비용 중 피고인이 경영자문 과정에서 자체 부담한 법무·홍보 자문 비용 등은 법률사무 취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부분은 추징 대상에서 제외했다.
민 전 행장은 2015년 10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신 전 부회장의 자문을 맡으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판결에 따르면 민 전 행장은 자신의 경력을 내세워 신 전 부회장에게 경영권 회복을 도와주겠다고 제안했고, 이후 ‘프로젝트 L’이라는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검찰은 민 전 행장이 이 계약을 통해 롯데그룹을 상대로 다수의 소송을 제기하고, 각종 민·형사·행정 사건의 전략을 수립하는 등 사실상 법률사무를 수행했으며 그 대가로 약 198억원을 받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2022년 8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올해 1월 1심 재판부는 민 전 행장이 실질적으로 법률 분쟁에 대한 조언과 상담을 제공했다고 판단해 징역 3년과 거액의 추징금을 선고했으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1심 판결에 불복한 민 전 행장은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고, 검찰 역시 형이 가볍다며 항소하면서 사건은 항소심 판단을 받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