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연말의 완도군은 조용하지만 분주하다. 겉으로 보이는 행사는 많지 않지만, 군정의 안쪽에서는 한 해를 매듭짓고 다음 해를 채워 넣는 작업이 쉼 없이 돌아간다.
기획예산실 주간 업무에 담긴 일정들은 행정 절차의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 예산과 정책, 지시사항과 제도를 하나씩 점검하며 완도군이 군정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방식으로 다음 해로 이어가려는지 그 방향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2026년 군민행복 정책토크’ 준비다. 이 정책토크는 형식상 PPT 제작이지만, 실제로는 시정연설의 핵심을 다시 정리하는 작업에 가깝다. 2025년 군정 성과를 한 번 더 점검하고, 그 흐름 위에서 다음 해 군정 운영의 방향을 재배치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군은 성과 나열보다는 군민이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 구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각 부서가 제출하는 자료 역시 길고 화려한 설명이 아니라, 핵심만 남긴 정제된 형태가 요구된다.
이 작업은 자연스럽게 군정 성과의 재해석으로 이어진다. 무엇을 했는지보다, 그 결과가 군민 삶에 어떻게 닿았는지를 다시 묻는 과정이다. 정책토크 초안은 이달 말 군수에게 보고되며, 이후 최종 정리를 거쳐 공개된다.
연말이 되면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과제는 예산 이월 관리다. 완도군은 2025년도 명시이월, 사고이월, 계속비 이월 대상 사업을 정리하면서, 형식적인 절차에 머무르지 않고 이월 사유와 책임 구조를 다시 짚고 있다.
특히 사고이월 사업은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유가 명확해야 하고, 연말까지 원인행위가 확정되지 않으면 인정받기 어렵다. 형식적인 이월을 줄이겠다는 내부 기조가 읽히는 대목이다.
지방보조사업도 마찬가지다. 보조금 이월은 예산 이월과 별도로 보탬e 시스템을 통한 절차가 필요하다. 군은 각 부서가 보조사업자에게 기한을 분명히 안내하고, 승인 여부를 꼼꼼히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기한을 넘기면 내년도 보조금 사용 자체가 막히는 만큼, 단순 실수로 인한 행정 공백을 줄이겠다는 판단이다.
연속성을 중시하는 흐름은 민선 8기 군수 지시사항 정비에서도 확인된다. 현재 추진 중인 102건의 지시사항을 대상으로, 연말 기준 추진 상황과 문제점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완료된 사안과 추진이 어려운 사안은 기획예산실과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진행 중’이라는 이름 아래 방치되는 일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인사 이동을 앞두고 부서 간 인계 관리까지 함께 점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연말 분위기에 느슨해질 수 있는 조직 기강에 대해서는 감찰로 선을 그었다. 본청과 읍·면, 직속기관을 대상으로 한 이번 점검은 민원 처리 지연, 복무 태만 등 연말에 반복되는 문제를 겨냥하고 있다.
현지 감찰 시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 대행자 지정까지 요구한 점은, 행정 서비스의 연속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연말 이후를 향한 준비도 이미 시작됐다. 완도군은 2026년도 지방보조금 공모 사업을 앞두고, 각 부서가 빠르게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공모 절차에 들어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공모 기간만 최소 15일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늦어질 경우 연초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1월 말 열릴 보조금관리위원회 심의를 기준으로 역산한 일정 관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군수실 등 주요 공간에 게시된 군정 현황판 정비도 진행된다. 숫자와 도표 위주의 현황판이 아니라, 2026년 군정의 큰 흐름과 주요 사업의 위치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작업이다. 보여주기용 정리가 아니라, 내부 공유를 위한 재정비에 가깝다.
연말 일정의 마무리는 제21회 완도군 조례·규칙심의회다. 귀농·귀어자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을 비롯해 조례 6건, 규칙 1건이 심의 대상에 오른다. 군정 방향이 제도화되는 마지막 관문인 셈이다.
완도군의 연말은 축제보다 정리에 가깝다. 성과를 정리하고, 미진한 부분을 확인하며, 다음 해를 위한 준비를 동시에 진행하는 시간이다. 드러나지 않는 이 과정들이 쌓여야 새해 군정도 흔들리지 않는다. 조용하지만 묵직한 연말, 완도군 행정의 현재다.
한희석 완도군 기획예산실장은 “연말 업무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절차를 넘어, 다음 해 군정이 끊기지 않도록 흐름을 잇는 과정”이라며 “성과는 군민의 눈높이에서 다시 정리하고, 예산과 지시사항은 책임 있게 점검해 행정의 연속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