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을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로 재편하기 위한 손질에 착수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바이오 중심에서 인공지능(AI)·에너지·우주 등 첨단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는 한편, 상장 이후 부실 기업에 대한 퇴출 기준도 한층 엄격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시장이 기대했던 근본적인 시장 구조 개편은 이번 대책에서 빠지면서 한계도 동시에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벤처의 요람에서 ‘2부 리그’로…신뢰 회복이 과제
코스닥은 벤처기업 육성을 목표로 출범했지만, IT버블 이후 시장 신뢰 회복에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 상장사 수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크게 늘었지만 지수는 출범 당시 기준선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들은 국내 코스닥 대신 해외 증시를 선택하는 흐름도 고착화됐다.
IPO 시장 역시 위축됐다. 2021년을 정점으로 공모 규모는 줄어들었고, 기관투자가의 존재감도 미미하다. 코스닥 거래대금에서 기관 비중은 한 자릿수에 머물러, 개인 투자자 중심의 변동성 높은 시장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AI·우주까지 기술특례 확대…퇴출 기준은 강화
금융위원회는 이런 문제의식 아래 ‘코스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내놓았다. 핵심은 상장 문턱을 넓히되, 상장 이후 관리와 퇴출을 강화하는 이중 전략이다.
우선 기술특례상장 대상 산업을 대폭 확장한다. 기존 바이오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AI, 에너지, 우주항공, 로봇 등 미래 산업 전반으로 문호를 넓힌다. 이에 맞춰 기술심사 체계도 개편된다. 분야별 전문 자문 인력을 상시 배치해 기술 평가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반대로 상장 후 책임은 무거워진다.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이 본래의 사업 목적을 벗어날 경우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상장폐지 전담 조직도 확대해 부실 기업 정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연기금 유입 유도…세제·벤치마크 카드 꺼냈다
기관 자금 유입을 위한 유인책도 병행된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 운용 평가 기준에 코스닥 지수 반영을 검토하고,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연장과 공모주 우선 배정 비율 확대도 추진한다.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역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조치가 연기금의 투자 자율성을 침해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표 변화가 실제 투자 확대까지 이어질지는 시장의 판단에 맡겨질 전망이다.
“메인 메뉴 빠졌다”…구조 개편은 과제로 남아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상장·퇴출 제도 손질 자체는 방향성이 분명하지만, 코스닥의 위상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릴 구조 개편이 빠졌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본 증시처럼 시장 체계를 재정비하는 수준의 처방을 기대했던 시각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증권시장 구조 개편은 이해관계자 논의가 필수적인 장기 과제”라며 즉각적인 추진에는 선을 그었다. 코스닥이 ‘다산다사’ 실험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미봉책에 그칠지는 향후 실행력에 달렸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