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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국은 키우고, 한국은 다듬었다…e스포츠 정책의 두 갈래 길”

‘e스포츠+디지털 경제’ 중국식 확장 모델
안정과 신뢰의 한국, 이제 산업 외연을 고민할 때

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e스포츠는 더 이상 젊은 세대의 취미나 특정 산업의 하위 영역이 아니다. 디지털 기술, 문화 소비, 도시 경제를 관통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각국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e스포츠를 미래 산업의 퍼즐에 배치하고 있다. 그 차이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례가 바로 중국과 한국이다.

 

중국은 e스포츠를 국가 디지털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인식한다. 산업 규모, 고용 창출, 도시 소비 효과까지 아우르는 거시적 관점에서 정책이 설계된다.

 

중국음향영상·디지털출판협회(중국음향영상·디지털출판협회, CADPA)가 발표하는 산업 보고서는 e스포츠를 단순한 게임 대회가 아닌 ‘산업 사슬’로 정의한다. 게임 개발, 리그 운영, 중계 플랫폼, 굿즈, 관광, 숙박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다.

 

이 같은 접근은 지방정부의 역할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중국의 주요 도시는 e스포츠 대회를 도시 브랜드 전략으로 활용한다.

 

대회는 이벤트가 아니라, 소비를 끌어오는 촉매제다. 경기장이 열리는 순간 호텔 예약률이 오르고, 외식과 쇼핑, 문화행사가 연쇄적으로 움직인다. ‘e스포츠+관광’이라는 표현이 중국에서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이유다.

 

반면 한국은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한국의 e스포츠 정책은 콘텐츠 산업과 스포츠 행정의 틀 안에서 발전해왔다. 한국e스포츠협회(한국e스포츠협회)를 중심으로 리그의 공정성, 선수 보호, 경기 운영의 전문성을 축적해왔다. 이는 한국 e스포츠가 글로벌 표준으로 인정받는 기반이 됐다.

 

한국 모델의 강점은 ‘질’이다. 선수 육성 시스템, 리그 운영 노하우, 중계 기술과 연출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산업 외연 확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조심스럽다. e스포츠를 통해 도시 경제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 관광·제조·플랫폼 산업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실험은 아직 제한적이다.

 

결국 차이는 정책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중국은 “e스포츠로 얼마나 많은 산업을 움직일 수 있는가”를 묻고, 한국은 “e스포츠를 얼마나 잘 운영할 것인가”를 묻는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국식 모델은 빠른 성장과 글로벌 확장을 가능하게 하지만, 과열과 거품이라는 위험을 안고 있다. 한국식 모델은 안정성과 신뢰를 보장하지만, 성장의 속도와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 한국 e스포츠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명확하다. 기존의 강점인 리그 품질과 운영 역량을 유지하면서, 이를 도시와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상상력이다. ‘e스포츠+도시축제’, ‘e스포츠+청년 일자리’, ‘e스포츠+관광 콘텐츠’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e스포츠는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라, 국가가 미래를 설계하는 방식의 거울이다. 중국과 한국의 다른 선택은 곧 디지털 시대에 대한 서로 다른 해답이며, 그 결과는 앞으로의 글로벌 e스포츠 지형에서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